중국 공산당 제 19기 4중전회의 결과와 시진핑의 권력
1. 4중전회의 개최
제 19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4차 전체회의 (4중전회)가 중앙위원 202명과 후보위원 169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의 국정운영(治國理政)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를 주제로 지난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되었다. 금번 4중전회의 개최시기는 작년 초 갑작스럽게 개최된 3중전회 이후 20개월 만에 열리는 것으로서 덩샤오핑 이래 그 간격이 가장 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과 국가기구 개혁심화에 대한 중요결정’을 한 3중전회가 2018년 2월에 너무 일찍 개최되었을 뿐이었다고 본다면 금번 4중전회의 개최 시기는 과거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4중전회가 개최된 장소는 징시호텔(京西賓館)로 알려졌다. 동 호텔은 1959년 중국건국 10주년을 기념해 건축되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직접 관리하는 최고의 보안시설로써, 중남해와 가까우며 주로 중국공산당, 국무원, 전인대의 중요회의가 개최되곤 하는 장소이다. 특히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언한 역사적인 1978년 11기 3중전회가 개최되었던 것으로 유명하며, 대외영업을 하지 않는 특수한 곳이다.
회의주제와 관련해서는 회의 개최를 앞두고 발표된 공보에서 “중국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하고 개선하며, 국정운영(治理)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중대한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전에 개최되었던 정치국회의에서는 중국특색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하고 이를 개선시키며, 국정운영 체계와 그 능력을 현대화시키는 것은 당 전체에 있어서 하나의 중대한 전략임무이며, 반드시 당 중앙의 통일 영도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었다. 과거 후진타오 후반기의 17기 4중전회는 당 건설을, 시진핑 초기의 18기 4중전회가 의법치국을 내세웠던 점에서 금번 4중전회의 주제는 결국 공산당의 통치 강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선상에 있었다고 하겠다. 실제로 금번 4중전회 결과에 대한 공보에도 중국특색 사회주의 법치체계를 견지하고 개선시키며, 당의 의법치국과 의법집정 능력을 제고시켜, 법치국가, 법치정부와 법치사회를 같이 건설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다만 외부에서는 4중전회가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들이 모이는 중요한 정치행사의 하나인 만큼, 주요 현안인 홍콩사태, 대만 총통선거와 미중무역분쟁에 관한 정책적 결정과 더불어 시진핑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교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었다. 회의 종료 후 발표된 공보를 표면상으로 보면 홍콩의 국가안보를 위한 법제정과 집행시스템 정립에 대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이전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내용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는 짚어볼 만하다.
2. 치리(治理, 국정운영) 문제
최근 중국은 치리 문제에 있어 국제적 치리(이 경우에는 “거버넌스”라고 표기하는 것이 적절)와 국내적 치리라는 두 개의 방면에서 큰 관심을 갖고 중국특색의 시각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번 4중전회에서 다룬 치리는 공산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국내적 치리이다. 이러한 치리는 시진핑 주석 등장이후 가장 강조했던 것 중의 하나로서 국내적으로 모든 국가기관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하기 위해 당의 역량을 크게 제고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으며, 시진핑이 치리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2018년 정부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당의 통제를 강화시킨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이 제기하는 이와 같은 치리는 중국특색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지만, 서방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적인 환경에서 국가의 효율적인 공공정책 및 행정서비스와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합된 국정운영이라는 Good Governance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하겠다. 최근 중국 기율검사위원회에서가 4중전회 개최 발표 직후, 당원들이 참고해야 할 시주석의 관련 언급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2014년 시진핑 주석이 성급간부들에 대한 18기 3중전회의 전면적인 개혁심화에 대한 강연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강연에서 시주석은 “우리 국정운영(治国理政)의 근본은 중국공산당 영도 하의 사회주의제도이기 때문에 그 체계와 능력을 현대화시키는데 있어서 우리의 사상은 절대로 서방화와 자본주의화는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명확하게 해두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말해 준다.
중국에서는 최근 국내적 치리와 관련해서 정보통신 기술과 SNS의 확산으로 인한 포퓰리즘과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문제를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홍콩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지도부로서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얼마 전 절강성 우전이라는 곳에서 개최된 세계 인터넷 국제회의에서는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들이(물론 홍콩도 이에 포함되지만) 내부적으로 상호 연결과 의존이 심화되고 기존의 미디어 대신 SNS가 발전되면서 대중영합의 포퓰리즘과 가짜뉴스들이 성행하고 있는데 대한 우려가 표명되기도 하였으며, 필자가 최근 참석했던 북경의 한 국제회의에서 중국외교부 부부장도 현재 중국의 가장 중요한 국내적 치리 문제의 하나로 세계화와 IT 산업발전으로 인한 정보의 혼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의 국내 인터넷 통제에 대한 당위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4중전회 이후 앞으로 더욱 개인에 대한 국가의 정보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임을 시사해준다.
한편 국제 가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2017년 19차 당대회 보고에도 나와 있지만 작년 6월 개최된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중국특색외교의 중요한 항목의 하나로서 국제 가버넌스에 중국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크게 보면 중국이 생각하는 국제질서와 관련, 주권평등을 기초로 상생 협력하는 인류운명공동체 건설하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신형국제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구체적 사업으로 일대일로 구상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으로 보면 비록 중국이 제기하고 있는 신형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가 글러벌 거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라고 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응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위협론을 약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키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국제 가버넌스에의 적극 참여를 보다 현실적인 각도에서 본다면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임과 동시에 기존 국제제도와 규범을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며, 해양, 우주, 극지, 사이버 등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져야 하는 분야에서도 중국의 입장과 이익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3.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
홍콩문제에 대한 4중전회의 공보내용은 홍콩 특별행정구역에 적용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견지하며 이를 완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따라 엄격하게 통치하여 홍콩의 장기적인 번영과 안정을 보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으며, 홍콩의 국가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건전한 법제도와 집행 메카니즘의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에 홍콩이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하여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는 행위나 외국과 연계된 정치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마카오와 달리 홍콩은 아직 그러한 법률을 제정치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법죄자 송환법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장기간 계속되어 혼란을 초래했다는 중국 지도부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서는, 1997년 홍콩 송환 이후 50년간은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중국이 홍콩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홍콩 정부로 하여금 관련법을 제정케 하든지 아니면 중국에서 법을 만들어 이를 시행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마찰이나 홍콩주민들의 반발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서 향후 홍콩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중국정부는 大湾區(Great Bay Area) 개발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장기적으로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광동 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금융과 무역의 요지로서의 홍콩의 기능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大湾區 개발이 일국양제의 홍콩과 마카오를 흡수통일하려는 장기적 전략이라고 한다면, 이는 대만에게도 주장하고 있는 일국양제도 결국은 비숫한 결과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금번 4중전회 공보에서도 대만에 대한 일국양제가 다시 강조되었지만 홍콩문제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대응은 일국양제에 반대하는 현 대만의 차이잉원 정부의 입장을 더욱 강화시켜 주게 될 것이다.
4. 시진핑의 권력과 후계자 구도
2018년부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면서 금년 들어서는 시진핑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들이 자주 등장되곤 하였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전인대 회의 시 시진핑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반면에 전인대에 대한 정부업무보고 내용에 있어서 리커창이 평소에 강조하던 시장화가 강조되었던 것을 두고 시진핑과 리커창과의 권력관계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견해가 있었다. 또한 중국을 방문한 국가 정상들과의 회동에 리커창이 부각되기도 하였고, 지난 8월에 개최되었던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미국과의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시진핑이 당의 원로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 국무원 내에서 그리고 기업 측에서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건국7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이 주요지도자들을 모두 대동하고 사열을 받은데 이어 이번 4중전회에서 시진핑 사상의 주요부분으로서, 3중전회에서도 논의되었던 治理 개혁문제가 다시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는 것은 시진핑의 막강한 권력에 변화가 없음을 말해 준다. 아울러 4중전회 결과 공보가 19차 당대회 정치보고와 유사하게 홍콩, 대만문제, 군사와 외교 등을 비교적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국방과 군대건설에 있어서 시진핑 강군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반드시 견고하게 확립해야 하며 군대의 최고 영도와 지휘권은 당 중앙에 속한다고 한 것이나, 경제정책 면에서 시진핑의 생각인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제도를 반드시 견지하고 자원배분에 있어서 시장의 결정적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되, 정부의 역할을 보다 잘 발휘해야 한다고 명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것은 두 가지 해석을 가능케 한다. 하나는 시진핑의 권력이 작년에 신시대 시진핑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당장과 헌법에 포함되면서 이미 확고해졌으며, 시진핑이 건국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과거의 마오 주석처럼 받들어졌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홍콩사태나 미중 갈등 등 그간의 문제들은 시진핑의 권력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였다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시진핑이 등장하는 후진타오 후반기와 마찬가지로 현재 중국 공산당이 적지 않은 어려움에 처해있기 때문에 시진핑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어려움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어야 한다는데 당내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미중간의 전략적 갈등은 오히려 시진핑이 국민들에게 위기감을 고조시켜 자신을 중심으로 단결토록 하는데 기여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시진핑이 만약에 계속해서 집권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작년 3월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연임제한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종신 집권도 가능하다. 아마도 한번 정도 더 연임을 해서 2027년까지 집권할 것이라는 추측이 현재로선 비교적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이번 4중전회에서 아직까지 후계구도와 관련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고 하겠다. 비록 일각에서는 2017년의 19차 당대회에서 2035년에 기본적인 사회주의 강국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새로 삽입한 것에 대해, 시진핑이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84세가 되는 그때까지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진핑으로서도 대내외적인 비판은 물론 역사의 기록을 의식한다면 그렇게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도 여전히 숙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 시진핑이 그간의 전례에 따라 2022년에 공식직책에서 퇴임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아마도 금번 4중전회를 계기로 후계자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징후도 없었지만 외부에서는 2가지 가능성이 거론되었는데 하나는 정치국 상무위원수를 7명에서 다시 9명으로 늘려 후계자라고 생각될 만한 인물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만드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존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1-2명을 교체하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에, 과거 정치국 상무위원수를 9명에서 7명으로 줄인 것은 당내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도모하고 시진핑 주석의 권한 집중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과연 후계자 양성을 위해 정치국 상무위원을 늘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하겠다. 인사교체의 경우에는 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홍콩 담당의 한정 부총리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었는데 이는 실현되지 않았으며, 현재로선 시진핑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 그 윤곽이 아직 들어나지 않고 있다.
동서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신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