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기 4중전회 평가 – 사회
중국공산당 19기 4중전회는 《중공중앙 중국특색사회주의 견지와 개선, 국가 거버넌스 체제와 거버넌스 역량 현대화 추진에 관한 몇 가지의 중대한 문제에 관한 결정(中共中央关于坚持和完善中国特色社会主义制度、推进国家治理体系和治理能力现代化若干重大问题的决定》을 심의하여 통과시켰다. 19기 4중전회는 19기 3중전회(2018년 2월 26일~28일)가 폐회한 이래로 1년 8개월 만에 개최되었다. 통상적으로 3중전회와 4중전회가 1년 여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었던 전례와 비교하여 본다면 19기 4중전회을 앞두고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조금 긴 숙고의 기간을 가졌던 것 같다. 2018년 2월 이후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직면한 가장 급변한 상황은 단연 홍콩시위일 것이다. 올 6월 <범죄인 인도법> 개정문제로 불거진 홍콩시위는 아직까지도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홍콩 내부 반중파와 친중국파 간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져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최된 4중전회는 대중소요 사태, 반정부시위에 대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현실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4중전회의는 기본적으로는 3중전회에서 논의한 당과 국가 기구 개혁에 대한 입장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오위일체(경제건설, 정치건설, 문화건설, 사회건설, 생태문명건설추진)”와 “4개전면(전면적 샤오캉 사회건설, 전면적 개혁심화, 전면적 의법치국, 전면적으로 엄중한 당 관리)”의 실현을 위해 당과 국가 기구 개혁을 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3중전회에서는 국가 거버넌스 체계 추진과 거버넌스 역량의 현대화가 당과 국가 기구 개혁의 목표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거버넌스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들이 협의와 협상을 통해 이해를 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일컫는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다원화되고 복잡한 사회에서는 이해관계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사회적 요구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거버넌스 역량은 시대적 흐름과 환경 변화에 부합하여 현대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상향식 협의 기구를 활성화 하여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제도적 절차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제도나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의견개진이 불가능할 경우 사회구성원들은 비제도적 방식이나 비공식적 통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대중소요 사태나 반정부시위를 야기하기도 한다. 다원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면서 사회 여러 영역에서 출몰하는 충돌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 당과 국가는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며 그 답안이 국가 거버넌스 체제 구축과 거버넌스 역량의 현대화인 것이다.
4중전회는 3중전회의 논의를 《결정》의 기초로 삼고 있으면서도 3중전회와 비교하여 유독 “인민(人民)”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인민이 국가의 주인인 제도체계(人民当家作主制度体系)”를 견지·개선하고 인민이 법이 보장하는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국가·문화·사회 업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4중전회는 주권자의 공공 영역 참여를 보장함으로 “인민”도 거버넌스의 주체임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3전전회가 당과 기구의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면 4중전회는 이러한 당과 기구의 개혁이 인민을 주체로, 광범위한 인민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인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거버넌스 체계가 양방향적, 혹은 다원적인 소통과 참여를 전제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당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민이 만족하는 서비스형 정부건설(建设人民满意的服务型政府)”이라는 구절이 4중전회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4중전회는 일방향적 서비스보다는 “인민민주를 발전시키고 군중과 밀접하게 연대할 것(发展人民民主,密切联系群众)”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러한 까닭에 정부는 정책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높여 사회구성원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 이익집단 간의 이해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중국 사회의 변화를 고려할 때 상향식 의사결정 기구의 필요성을 인지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결정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중전회에서 인민의 역할을 강조하며 당과 국가 기구 개혁을 강조한 것은 인민의 요구와 불만을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해소하고자 하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까지 확산된 홍콩시위를 직면하여 중국 내부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선제적 대처로도 보인다. 무리하게 의견을 통일하거나 이견을 묵살하기보다는 인민이 제도적인 절차에 따라 “공공 영역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여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가안전을 보장(坚持和完善共建共治共享的社会治理制度,保持社会稳定、维护国家安)”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전략은 크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4중전회에서는 여전히 당·국가와 인민을 연결해주는 기구로 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인민대표와 정협위원이 사회주의 민주와 통일전선을 구성하는 중요한 제도적 축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중국공산당이 목표라고 있는 거버넌스 역량의 “현대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급변하는 국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제도가 필요해보인다. 그러나 4전전회의 논의는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그 정도까지의 제도 혁신을 도모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홍콩시위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중국 국내 대중문화와 사회 여론에 대해서도 이미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거버넌스 체제 구축과 거버넌스 역량 강화를 당과 국가 기구 개혁의 목표로 삼은 만큼 경직되고 위계적인 권력 구조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앞으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계명대학교 중국학전공 유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