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는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내년(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으로 양국은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1-2025)” 등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의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인의 반중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6월 한국리서치와 시사IN이 발표한 중국 호감도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중국에 대한 감정 온도는 100을 기준으로 26.4도를 기록하며 미국(57.3)은 물론 일본(28.8), 북한(28.6)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관계가 깊은 것이
현재 한국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미래 양국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한·중 수교 30년 동안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였다. 1992년 13만 명으로 출발한 양국의 인적 교류는 2019년 1,037만 명으로 약 80배 증가하였고, 2016년 사드 사태는 국제정치의 동학(動學)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최근 중국의 소위 ‘문화공정’이나 ‘역사공정’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양국의 극명한 인식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는 달리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위상은
달라진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미국(14.9%)과 일본(4.9%)의 합보다 많은 25.9%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생각할 때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절대적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는 중국과의 동조성이 높아져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한국 경제도 0.38%p 하락한다는 분석이 있다.(현대경제연구원, 2018)
이러한 배경에서 본 글은 한·중 수교 30년의 기간 동안 중국 경제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중국 경제의 변화가 향후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 방향에 어떠한 변화를 줄 것인가? 라는 질문에 염두에 두고 현재까지 중국의 경제 변화 모습을 정리하고 향후 한·중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과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을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중국 경제의 변신 : 중국 기업의 성장과 산업구조 고도화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은 개혁․개방을 추진한 지 10여년이 지난 신생 개발도상국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중국의 경제규모(명목GDP)는 우리나라(3560억 달러)보다 조금 큰 규모(4,92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러한 중국이 2020년 기준으로 14조 7천억 달러로 우리나라보다 약 9배 큰 경제규모를 가진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초기 우리나라는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저렴한 토지, 외국기업 우대, 13억 인구가 가지는 내수시장에 대한 기대 등으로 수많은 기업이 중국의 이점을 활용하고자 중국으로 진출하였다. 2000년대 초반 우리는 중국 가정집이나 거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에어컨과 자동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철수에 대한 언론보도를 자주 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공장, 롯데그룹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수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찾아서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리의 상대국인 중국 경제의 변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의 성장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여러 가지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포춘지가 발표한 2020년 세계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35개로 한국(15개)은 물론 미국(122개)을 앞서고 있다. 성공한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유니콘 기업의 수에서도 중국은 217개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193개)을 제치고 세계 최대 유니콘 보유국이 되었다.
중국 기업의 질적 성장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중국의 국제특허 출원을 살펴보자. 중국은 2016년 이후 중국내 특허 출원 건수에서 세계 최다를 기록한 후 2019년부터는 국제특허 출원 수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그림 1 참조) 특허 출원이 한 나라의 기술 혁신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이 단순 기술 모방자에서 R&D 투자를 통해 기술 혁신의 선도자로 변화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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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 주요국 국제특허 출원건수 및 증가율 (단위 : 개, %)
자료 :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2019년 국제특허 출원 보고서(2020)
중국기업의 질적 성장은 국내 연구기관(KISTEP)에서 발표한‘2020년 기술수준평가’에서도 확인된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기술수준은 우리나라와 기술 격차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산업 전 분야에서 중국 기술 수준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하였다.
주목해야 할 점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야의 기술을 축적하여 스마트 헬스케어,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기업의 성장에는 기업의 기술 혁신 노력 외에도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 드라이브가 있었다. 13차 5개년 규획(2016~2020년) 기간에는 공급 측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고 수출, 투자, 소비 등 총수요 위주에서 탈피하여 기술 혁신, 제도 개혁 등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 정책을 추진하였다. 14차 5개년 규획(2021~2025)에서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첨단기술 및 관련 제조업을 향후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선언하였다. “인터넷 플러스(+)”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AI, 5G, 빅데이터 등 신형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꾀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중국의 산업 발전 전략을 담은 대표적인 정책으로 “중국 제조 2025”를 들 수 있다. 2015년 발표된 이 정책은 중국 제조업의 종합 경쟁력을 2025년까지 독일 및 일본 수준으로, 2035년까지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10대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에 대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 품질경쟁력 지수, 부가가치율, IT 기반 강화 등 다양한 구체적
목표도 설정하였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 결과 중국 경제는 노동집약적 제품 중심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고, 이와 동시에 3차 산업 또한 높은 비중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제조업 최종수요에서 국가별 창출하는 부가가치에서 중국은 어느덧 미국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그림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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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창출 비중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2018)
중국 서비스 산업 비중 또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3차 산업의 GDP 비중이 2012년을 기점으로 2차 산업을 추월한 이후 2015년 이후 50%를 상회하고 있고 성장 기여율도 60%에 달하고 있다(그림 3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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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 중국 2차, 3차 산업의 비중 및 GDP 기여율 추이
자료 : CEIC, 한국은행(2021)
새로운 한·중 경제 협력 방안
지난 한·중수교 30년 동안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과 중국 기업의 성장의 결과, 중국 경제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세계의 시장’에서 다시‘세계 혁신(Innovation)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변화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우선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일정 정도 경쟁력 우위에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첨단 신소재, 전기차, 자율운행선박 등의 분야에 기술개발 강화 및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의 내수 확대 전략에 따라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 시장과 소비재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 컨텐츠, 온라인영상, 게임,
인터넷 의료 뿐 아니라 전자제품, 화장품, 전기자동차 등 고급 소비재 시장에‘중국 맞춤형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술 유출 방지를 담보로 하여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한국 투자 규모는 중국의 전체 해외투자의 0.3%, 우리의 대중국 투자의 1/4에 지나지 않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기술 유출 등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양국 투자 협력 모델 발굴이 시급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해 한․ 중 양국의 정책 연계를 통해 제3국 공동 진출, 글로벌 데이터 공유 등 새로운 협력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