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이후 30년간 경제교류 성과
1992년 한중 수교 30년 동안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었으며 특히 경제 및 무역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의 1978년 개혁개방 당시 GDP는 세계 27위에서 30년이 지난 2010년도에는 세계 2위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2021년에는 114조 3,670억 위안(약18조 달러)으로 미국 GDP의 80%까지 도달하였고 1인당 국민소득 12,551달러를 달성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EU GDP 15조 7,300억달러를 초월하는 것이며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기준(1인당 12,696달러)에 근접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높아서 한중 수교 20주년의 2011년 한중 무역교역액이 2,200억 달러로, 한일(1,080억 달러), 한미(1,000억 달러) 무역액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2021년도에는 대중국 수출액이 1,629억달러로 전체의 25.3%, 수입액은 1,386억달러로 22.5%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수출액 비중에서 가장 높았고 미국(14.9%), 베트남(8.8%), 홍콩(5.8%), 일본(4.7%)이 뒤를 이었다. 수입액 비중 역시 중국이 가장 높았으며 미국(11.9%), 일본(8.9%), 호주(5.4%), 사우디아라비아(3.9%)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이 한한령으로 대응하면서, 국내 경제에 충격파를 주기도 했으나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무역대상국 순위로는 중국이 1992년 5위였으나, 2004년부터 1위를 차지한 후, 2020년 현재까지 1위를 유지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순위는 2013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유지하였으나, 2020년 일본, 대만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한중 수교 초기 단순 경공업 및 중화학 위주 품목에서 최근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석유화학 등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1)
한국의 수출 1위 품목 반도체는 대중국 수출에서도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4차산업혁명 추진과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산업 성장은 앞으로도 안정적 수출품목이 될 전망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 목표아래 2025년까지 반도체 70% 자급률 목표 설정하였으나 IC인사이트(반도체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중국 반도체 자급률이 글로벌 반도체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로 20.7%(2024년까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다음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은 글로벌 수요증가 속에 중국이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자급률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1) 전보희·조의윤(2021.8.)
2) 중앙일보(202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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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주요 수출품목 및 수출품목별 중국의존도
주 :한국의 수출품목별 중국의존도는 2021년 3분기 누적 기준임
자료 : 한국무역협회, 중앙일보(202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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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교역규모 증가 추이
자료 :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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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교역 상대국 순위(점유율)
자료 : 한국무역협회
한·중 수교이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가공무역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2007년까지 지속 확대되었으나, 최근 코로나19 지속 아래 대내외 투자환경 변화로 투자가 감소세에 있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신고금액 기준 1992년 2억 3천만 달러에서 2007년 74억 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증가 했으나 이후 중국현지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및 중국정부의 저부가치업종 퇴출 정책으로 투자 하락세에 진입하였다. 2019년 한국의 대중국 투자액 58.0억 달러로 총 투자 누계액은 708억 달러에 이르렀다. 반면에 한중 수교 초기 한국의 대중국 투자 대비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격차가 줄어들었다. 2011년 6.51억 달러 2015년 19.8억 달러 2020년 20억 달러 투자하였으며 2020년까지 총 투자 누계는 151.9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의 대중국 투자가 서비스업으로,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제조업 투자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 및 무역 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양국 정부가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있는 경제무역 구조의 이해 속에 공동 번영 발전을 위한 공감대를 확대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하고 시장 규모가 크다. 한국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을 쉽게 조달할 수 있지만 자본, 기술, 경영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산업화로의 성장이 어려웠고 산업 고도화는 더욱 어려웠다. 반면에, 한국은 자동차, 조선, 초전도체, 디스플레이, 정보기술 관련 산업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값비싼 인건비에 노동력 조달도 원활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작고 세계 각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를 확대하는 추세 속에 있었기 때문에 해외 투자 진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리고 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수시로 왕래가 편리하고 물류비 부담도 크지 않는 것이 장점이 되었다.
한중 상생(win-win) 추구하는 경제협력 필요
한중 수교 이후 상생(win-win) 추구하는 경제협력으로 괄목한 만한 경제성장에 까지 이르렀으나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양국 모두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졌다. 또한 지금의 국제 정세는 보호무역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배치 등 자국 이익 중심으로 전개되는 격동기에 있으며, 다양한 위험과 도전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당장에 한국기업들은 ▷중국의 산업구조고도화에 따른 현지 경영환경 변화에 불시착 ▷중국 로컬기업 및 관련 업종의 성장 등으로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하락세에 있으며 앞으로도 대중국 투자진출을 반등시킬 유인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대중국 제조업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부정적 전망이다. 기존에 투자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중국의 인건비 등 비용 상승과 노무관리에서 경영환경이 악화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정부의 정책에 적극 수용하는 자세로 중서부 내륙지역으로 기존 제조기지를 이전하였으나 성공 사례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도 다른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런 일은 비단 한국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 까르푸(Carrefour), 독일 유통업체 메트로(Metro)는 중국 철수를 검토 중 이며, 일본 소니(SONY) 및 엡손(Epson) 은 중국시장에서 철수하였다. 중국에 진출했던 미국 아마존은 중국 내 전자상거래 사업을 접었고 오라클(Oracle,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회사)은 중국 R&D센터 감원을 시작으로 중국시장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한중 수교 30년을 맞이하는 지금의 양국은 미래를 내다보며 더욱 성숙하고 안정된 관계로 발전해나가도록 협력과 상생(win-win)의 방향으로 계속된 전진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신정부가 출범해서 새로운 한중 경제의 공동 번영과 발전 모델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속에 상호 전략적 교역품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수출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하는 한국은 중국 내수시장의 변화 및 성장률 둔화가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전체 수출액 중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 수립요구는 항상 제기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보면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 점유율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 대체 불가한 큰 시장이자 대외 무역 흑자의 주요 원천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속적인 한중 경제 협력의 필요성 속에 동아시아 경제 통합에 공감대를 형성한 한중 양국은 자유무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한중 FT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이어졌다. 최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발효로 한중 양국은 수출 확대 및 가격경쟁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중국산 식품 및 의약품 제조의 중요 원료 등에 대해서 무관세를 적용하고 의류, 가리비, 선어, 도기류 등 소비재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게 되었다. 한편, 중국은 한국산 섬유, 스테인리스에 대해 점진적으로 무관세를 적용하고 발전기, 자동차부품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기로 하였다.
둘째, 디지털 플랫폼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여 중국 수출의 상승추세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전 세계적 확산과 장기화는 시공간을 막론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우선시하는 양상을 가져왔으며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ICT 기반의 비대면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3)
많은 기업들은 상품 혹은 서비스의 제공 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통해 비대면, 무인화를 통한 거래 단계의 축소와 신속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경영의 디지털 전환 목표를 설정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대한 대응 부족은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영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 직판 소비자 거래(B2C)를 할 수 있도록 신생 업체들의 해외 대형 플랫폼의 연결을 도와주고 물류비 및 저리 자금대출(홍보 등 운영비 목적)을 지원하거나 중소기업들의 기업간(B2B) 거래를 알선하고 이들 기업의 제품이 현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노출되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해외 온라인 쇼핑몰 입점 판매 지원 사업은 계속되어 왔으나 일회성의 한시적 입점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입점 이후에도 원활한 판매가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업계에서는 해외 판매 상품에 대한 물류비용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한중 물류협력 네트워크 효율화 및 공동물류 운영에 대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3) 유승철(2020) “언택트 2.0 시대의 소비자 문화 그리고 미디어 산업”, Media Issue & Trend
셋째, 저탄소 산업 협력으로 녹색 발전을 창출하고 세계 탄소 무역장벽에 대응해야 한다. 국내·외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기업의 경영이익 감소 및 수출 장벽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 이하 ‘탄소국경세’)’ 도입, 미국·중국도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예고 및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전체에 대한 탄소중립 선언 등 통상규제로 한국 수출기업의 타격 확대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에 시범 도입되는 유럽연합(EU)의 경우 탄소국경세가 당초 초안(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등 5개 적용품목)보다 강화(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등 4개 추가품목)된 방향으로 논의되면서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상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직접배출만 논의 되었지만, EU 수정안에서는 ‘상품 생산에 사용된 전기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하는 간접배출까지 포함되었으며 중국 등 다른 국가들도 간접배출로 확대 예상되기 때문에 탄소국경세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소비를 줄이는 에너지의 저탄소화 전환, 전력망의 재생에너지 발전 능력향상이 필요한데 한국산 환경보호 기술 및 관련 장비(제품)들이 기여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한중 양국은 경제협력의 끈끈한 공급사슬을 형성했으며 그 결과 양국 모두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재배치 추세, 기후변화 위기 도래 및 양국의 새로운 투자분야 발굴 등 한중 관계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추진되어야 할 문제도 제기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교류 중단 속에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양국 경제협력을 새롭게 전개해 나갈 성장동력 산업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의 신정부는 이러한 현안과제를 중국과의 상호협력 테이블에 우선적으로 상정·협력함으로서, 한중 관계가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해서 견고한 경제 동반자 관계가 되기를 기대한다.
부산연구원 장정재
참고문헌
- (1) 전보희·조의윤(2021.8.), “한중수교 30년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국제무역통상연구원
- (2) 유승철(2020) “언택트 2.0 시대의 소비자 문화 그리고 미디어 산업”, Media Issue & Trend
- (3) 중앙일보(2022.1.15.), “한국 대중 수출 의존도 25%, 중국 성장 둔화 땐 직격탄”
- (4)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