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최근 경기하강 국면에 있는 중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조치들이다. 리커창은 금년도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의 발전에 직면하고 있는 환경은 복잡하고 엄중함이 증가되고 있지만 경제의 장기적인 상승경향은 변화가 없다고 하였으며, 이에 따라 금년도 GDP 성장률 목표를 6~6.5%로 정하고 이를 위해 시장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하면서 계속하여 세금 감세, 정부기구의 간소화, 시장 참여조건의 완화, 공정경쟁의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은 그간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던 공급측면의 구조개혁에 대한 언급이 약화되고 시장의 활성화가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2019년 정부업무보고에서도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공급측면의 구조개혁을 주선(主線)이라고 하고 있고, 3去(과잉생산능력 해소, 재고 억제(특히 부동산), 레버리지 투자억제), 1降(기업원가 절감), 1補(경제 약점의 보완)가 뒷부분에 언급되었긴 하였다. 그러나 2018년 정부보고에서는 공급측면의 개혁이 첫 번째의 구체적 과제로 제시되었고 그 방안으로서 함께 3去, 1降, 1補가 비중 있게 다루어졌던 것과는 비교가 된다.
다음으로는 정부업무보고나 리커창 총리의 기자회견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빈곤 퇴치나 취업 등 민생에 관한 부분이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빈곤퇴치(脫貧)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주요 치적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며, 2020년까지 농촌의 절대빈곤(2018년 기준 1인당 평균 연수입 3,200 위안 미만)을 없애자고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결정한 바 있기 때문에 리커창 총리도 전면적인 소강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 목표의 하나로서 2018년의 정부업무보고에 이어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정부보고에서 취업우선이라는 고용대책을 처음으로 재정 금융정책과 더불어 거시경제정책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점도 민생에 대한 지도부의 관심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으며 이는 중국경제의 하강국면에서 탈빈 정책과 더불어 국내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금번 전인대 회의결과는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서 미국 등 외국의 우려와 관심 사안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업무보고에서도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라는 산업정책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제조업강국의 건설을 가속시킨다는 표현으로 바꾸었으며, 위안화의 환율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그간 미국이 제기해왔던 문제들인 중국내 지적재산권 보호, 강제적인 기술이전 금지와 시장개방 확대를 포함하고 있는 외상투자법(Foreign Investment Law)이 3월 15일 전인대에서 가결된 것에 대해 서구 언론들은 큰 관심을 표시하였다. 이법은 작년 말에 초안이 배포되고 이어 3개월도 안 되는 시기에 통과되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외자도입의 부분에 있어서 개혁개방 시작 후 40년 만에 이루어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2020년 1월 1일 이 법이 발효될 예정이고 과연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실행될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외국 투자자들로서는 진전된 내용이라고 하겠다.
셋째는 중국의 개혁개방 심화라는 측면에서 광저우, 선전 등 광동성의 9개 도시들과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Great Bay Area(大灣區) 개발이 처음으로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금번 전인대 회의 개최 직전인 지난 2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3개 지역이 발전계획요강(粵港澳大灣區發展規劃綱要)에 서명함으로써 Grest Bay Area 발전계획이 보다 구체화된 바 있었다. 동 요강에 보면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장기적으로는 2035년까지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사회제도, 3개의 법률체계, 3개의 관세지역과 통화를 융합하여 뉴욕이나 동경만과 같은 발전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만일 이 새로운 모델의 발전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홍콩과 마카오의 중국내지화가 촉진될 것이며, 중국에게 있어 일대일로 사업추진에서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 사업에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넷째는 대외관계에 관한 부분이다. 전인대 정부업무보고는 주로 경제사회 정책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중국 내에서는 대외정책의 기본 방향에는 변함이 없어도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기존의 표현이 빠지거나 약화되는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2019년 정부업무보고에 기술된 내용만을 가지고 중국 대외정책의 변화를 논하는 것은 다소 무리이다. 그렇지만 금년도 정부업무보고에서의 대외관계 기술은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여 전년에 비해 공세적 외교의 느낌을 주는 용어들을 다소 자제하고 있음은 눈여겨 볼만하다.
먼저 인류공동체에 대한 부분이다. 중국이 내세우는 인류운명공동체는 국가들 간에 주권존중을 바탕으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항구적인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자는 것으로서 현실적인 가능성보다는 중국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Propaganda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작년 전인대 보고에서는 마지막 문장에 중국은 각국과 함께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힘차게 표현하고 있지만, 금년 보고에서는 밋밋하게 다른 것들과 함께 포함되어 기술되어 있는 것이 다르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다자주의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표현이 새롭게 들어간 것도 눈에 띈다. 왕이 국무위원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의 기치 하에 각국과 함께 다자주의 이념에 따라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와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를 굳게 지켜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에 대한 양자 관계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2017년 초 시진핑 주석의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는 중국의 입장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국제 및 지역문제에 있어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표현이 사라지고 그 대신에 중국이 보다 많은 건설적인 방안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완화되었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 중국내의 논의를 더 관찰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전인대 회의 계기에 리커창 총리와 왕이 국무위원이 각각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중국의 입장이 공개적으로 언급되었다. 3월 15일 리커창 총리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쌍방이 접촉을 계속할 것이라고 표명한 것을 평가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포착하여 대화를 해 나간다면 모두가 희망하는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중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데 그쳤다.
그렇지만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3월 8일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중국은 많은 노력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련국들과 함께 공헌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은 관심을 끌만하다. 즉, 그는 공동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총체적인 로드맵(路線圖)을 작성하되, 각 단계별로 상호 연락하고 상호 촉진해야할 구체적 조치들을 명확히 하며, 각 측이 동의하는 감독체제하에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으로 순서에 따라 추진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9.19 공동성명 합의 시와 유사성을 띄고 있는데, 이것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포함하는 다자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북미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이 서로 다른 상황이고, 북한이 포괄적 접근 방법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총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모두 감안한 것으로 보이며, 한국 내에서도 북미 협상의 난관을 돌파할 방안으로서 유사한 견해가 제시된 바 있어 앞으로 이런 방안과 관련한 한중간의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