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양회 이후 경제분야 전망- 2019년 양회를 통해 본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과 전망
1들어가며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2019년 3월 3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다. 이 중 한국의 국회에 해당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로 약칭)는 헌법상 최고 의결․집행기구로, 헌법의 개정과 법률 제정, 국가 지도부 선출과 고위관료 임명,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계획의 수립, 정부 예산안의 심의 의결 등을 담당한다. 아래에서는 이번 제13기 전인대 2차 회의 개막일인 3월 5일에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행한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报告)와 폐막일인 15일의 내외신 기자회견 내용을 중심으로 중국 지도부의 현 경제정세에 대한 인식과 금년도의 경제정책 방향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2지도부의 경제정세 인식과 주요 경제 목표
이번 리커창의 <보고>에서는 국내외의 각종 리스크에 대한 경계와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의 정서가 강하게 표출되었다. 리커창은 <보고>에서 2018년의 경제 업무를 회고한 후 2019년의 경제정책 방향을 말하기에 앞서, 중국의 발전이 직면한 문제와 도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국내적으로는 경제구조 조정 과정에서 소비 증가의 둔화, 투자 동력의 약화, 실물경제의 곤란과 민영․중소기업의 자금난 등으로 인해 경제하방 압력이 뚜렷하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의 강화,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외부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
표 1. 2018년의 주요 경제 실적과 2019년의 목표
이러한 경제정세 인식 하에 ‘리스크를 방지하고 안정을 유지한다’는 ‘防风险,保稳定’이 2019년 경제정책의 주조를 이루게 되었다. 우선 금년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6-6.5%의 구간으로 설정하였다. 전년도의 성장률 목표 6.5%나 실제 성장률 6.6%보다 목표치가 대폭 낮춰졌다. 이러한 목표의 하향 조정과 구간 설정은 대내외적 경제정세의 커다란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다. 또 <보고>에서는 금년에 처음으로 취업우선 정책을 예년과 같이 사회정책이 아니라 거시정책 속에 포함시켰다. 금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성대한 국경절 행사를 위해서는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그 중에서도 일자리 안정이 특히 중요하다. 리커창도 안정적인 성장의 첫째 목적은 취업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성장률 목표는 하향 조정했지만, 도시 신규취업자 수와 등록실업률 목표는 전년과 동일하게 1,100만 명 이상, 4.5% 이하로 설정하였다.
32019년의 경제정책 방향과 재정정책
리커창 총리는 3월 15일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경제하방 압력에 대한 대응으로, 대대적인 경기 확장 정책 대신에 시장 활력의 격발을 강조하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시에 4조 위안의 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켰던 것과 같은) 양적 완화, 화폐의 초과발행, 재정적자율의 대폭 인상 등 이른바 “大水漫灌”(큰 물을 대는) 정책은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것은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시장의 활력을 격발시키는 방식으로 경제하방 압력에 맞서 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속적인‘减税降费’(세금 감면과 비용 인하)의 추진과 행정 간소화, 신성장 동력의 육성, 시장진입 개방,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등을 통해 시장을 자유화하고 기업의 효율 및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 위에 안정적 성장을 위해 중국이 취한 핵심 정책은 적극적 재정정책이다. 이 재정정책 중 가장 중요한 조치는 ‘减税降费’이다. ‘감세’의 주요 대상은 제조업 분야로, 부가가치세율을 16%에서 13%로 대폭 인하하였다. 그밖에 교통운수업, 건축업 등의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9%로 인하하였다. 또 영세기업과 개인을 위해 소규모 납세자의 부가가치세 부과 기준을 월 판매액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降费’ 방면의 주요 조치는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금 인하이다. 도시직공 기본양노보험 단위의 보험료 납부 비율을 20%에서 15%로 대폭 인하하였다. 이상의 ‘减税降费’를 통해 2019년 기업의 세비 부담을 약 2조 위안 줄여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참고로 2018년의 <보고>에서는 세비 부담 감소를 8천억 위안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조 3천억 위안이 감소되었다).
‘减税降费’는 재정수입을 감소시켜 재정수지 불균형을 초래한다. 예산 방면에서 <보고>는 재정적자율을 전년의 2.6%에서 2.8%로 높였다. 그러나 0.2% 포인트 인상된 적자예산 증가분 3,800억 위안은 2조 위안의 ‘减税降费’ 규모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이를 메우기 위해 다음의 중앙재정 재원 확보(‘开源节流’)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특정 국유금융기관과 중앙기업의 정부에 대한 이윤 상납을 증액한다. 둘째, 일반성 예산지출을 5% 감축하고, ‘3公’ 경비를 3% 감축한다. 셋째, 장기간 집행되지 않고 있는 재정자금을 회수한다. 그런데 ‘开源节流’ 방안을 각급 지방정부까지 확대하더라도 1억 위안 정도의 재정 불균형만 메울 수 있다. 따라서 2009년의 최종 재정적자 규모는 계획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减税降费’는 기업의 부담 완화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정부 특히 지방정부에게 2019년은 재정적으로 매우 옹색한 1년이 될 것이다.
4‘중국제조 2025’의 소실과 <외상투자법>의 제정
1) ‘중국제조 2025’의 소실
금년의 <정부업무보고>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전인대 <보고>에서 2~3차례씩 언급되었던 ‘중국제조 2025’란 용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제조 2025’는 리커창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기 시작한 중국 제조업 발전 전략이다. 이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중국을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바꾸고, 2035년에는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제조업 수준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2018년 4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무역전을 발동하고, 500억 달러어치의 대중 수입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들 품목의 다수가 ‘중국제조 2025’와 밀접히 관련된 것들이다. 미국측은 중국이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또 그렇게 되면 첨단기술 영역에서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따라서 이번 <보고>에서 ‘중국제조 2025’란 용어가 빠진 것은 미중 무역협상 국면에서 미국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 전략을 포기한 것인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보고>에서는 인터넷 플랫폼과 AI+를 활용한 전통 제조업의 업그레이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개발과 응용,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 첨단설비, 바이오의약, 신에너지 자동차와 신소재 등 신흥산업 클러스터의 배양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들은 바로 ‘중국제조 2025’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2) <외상투자법>의 제정
이번 제13기 2차 전인대에서 제정된 가장 중요한 법률은 (신)<외상투자법>(外商投資法)이다. 이 법은 기존의 ‘외자 3법’(<외자기업법>, <중외합자경영기업법>, <중외합작경영기업법>)을 대신하는 것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통상 하나의 법률이 제정될 때 초심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번의 <외상투자법>은 2018년 12월 전인대 상무위원회 초심부터 2019년 3월 전인대 본회의 통과까지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급속한 법안 제정은 조만간 타결이 기대되는 미중 무역협상과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에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무역전 개시 후 미국은 줄곧 중국정부가 외국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으며, 중국기업(특히 국유기업)과 불공정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번 <외상투자법>에서는 국가가 외국투자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지방정부와 관리가 행정 수단을 이용해 외국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제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하였다. 또 외자기업의 상업기밀을 누설한 중국 관리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을 추가하였다. 이것은 상당 정도 미국측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중국 EU상공회의소 등 외자기업 단체에서는 법조항의 지나친 단순성과 모호성 때문에 실제 적용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재량권이 남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리커창 총리는 <외상투자법>에 기초하여 조만간 세부적인 부속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약속하였다.
52019년의 경제 전망
2018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의 6.8%에서 시작하여 4분기에는 6.4%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고, 1년 전체로는 6.6%를 기록하였다. 2019년의 경제 사정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의 경제하방 압력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과 부동산업의 부진은 2018년에 이어 금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이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양상을 띨 것이라고 예측한다. 1분기에는 전년도의 하강 추세가 이어져서 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2분기에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다가, 하반기부터 약간의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로는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减税降费’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민영․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2분기부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경제주체의 시장에 대한 신뢰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중국정부가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표방했지만, 지급준비율 인하나 금리 인하 등 어느 정도 통화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어, 필요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도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져 조만간 잠정 타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은 <보고>의 목표치인 6-6.5% 구간에 속한 6.3%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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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재정정책은 중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까?
부경대학교 서석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