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생정책의 주요내용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번 정부업무보고의 사회-민생분야 관련 정책기조와 방향은 이전의 13·5 규획 강요(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纲要) 및 19차 당 대회 보고(中国共产党第十九次全国代表大会报告)와 기본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다. 2016년-2020년까지의 기간을 포괄하는 13·5 규획에서는 사회-민생정책에 있어 6대 범주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것은 취업확대 및 소득향상, 빈곤완화, 보건·위생, 교육, 주거, 양로였다. 그 후 19차 당 대회에서의 보고 또한 6가지 카테고리를 강조한 바 있고, 작년과 올해의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도 마찬가지로 위의 내용이 기본적으로 강조되었다. 지난 19차 당대회에서 향후 5년 간의 사회-민생 영역의 거시적 방침과 전략이 제시된 이후, 작년과 올해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회-민생영역의 정책내용과 조치들이 제시되었다고 평가된다.
올해 전인대에서의 사회-민생영역의 정책범주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빈곤완화, 취업, 교육, 보건-의료, 양로 등이 되는데1) 이와 관련한 주요 정책내용들은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빈곤완화 관련 정책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지속적인 –농촌을 위시로 한- 빈곤인구의 감소와
易地扶贫搬迁2) 및 그 후속지원의 강화로 설정하였다. 빈곤완화를 위해 –단순히 소득증진만이 아닌- 근원적으로 서로 관련되어 있는 산업, 교육, 건강(보건·의료·위생), 환경, 공공서비스 등을 한데 엮어 본질적으로 접근하려는 정책이 올해에도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빈곤완화 정책에는 도시와 농촌 각지의 노인, 장애인, 중병환자 등 이중적 특수 빈곤집단에 대한 사회보장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빈곤지역, 빈곤가구, 빈곤주민들을 돕는 공익자선 영역의 성장과 발전 촉진, 빈곤계층에 대한 –사회조직들에 의한- 사회적 서비스 제공의 확대 등이 지속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둘째, 취업 관련 정책
올해 중국 정부는 취업정책을 사회-경제분야 거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는데, 취업확대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작년에 이어 취업 관련 서비스의 대폭적 제공, 대규모의 직업기술 교육과 훈련의 실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농민공과 장애인 및 하강노동자 등 전통적인 취업 취약계층, -올해 약 83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高校3) 졸업생 집단, 퇴역군인 집단 등에 대한 대대적인 취업 및 재취업 지원계획을 밝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충분한 일자리(
充分的就业)’의 확보가 중국 국가발전의 핵심임을 강조하면서 –성진지역 1,10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4.5% 이내로의- 등록실업율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 힘을 기울일 것을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취업확대를 위해 농촌 빈곤가구 주민 또는 성진지역의 실업 6개월 이상 상태의 주민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최대 3년의 세금감면 혜택을 약속하고 있으며, 올해 실업보험기금 가운데 1,000억 위안을 직업기술 관련 교육훈련에 사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셋째, 교육관련 정책
농촌지역 교육여건의 개선을 포함하여 도농 및 빈곤지역에서의 교육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재정 가운데 1억 위안 이상 혹은 국내총생산의 4% 이상을 교육영역에 투입해야 함을 역설하면서, 성진지역 학교들의 ‘
大班额4)’ 문제의 완화, 농민공 자녀 교육 등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을 말하고 있다. 그 외에, -주로 빈곤지역에서의- 고등학교 의무교육의 보편화, 자녀교육비 관련 세액공제 확대, 특수교육-평생교육(
继续教育)-온라인 교육의 확대와 발전 등이 언급되고 있다.
넷째, 보건의료 관련 정책
지속적인 기본의료보험과 중증질환(大病)보험의 보장 수준의 제고를 적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본의료보험에 있어 1인당 평균 재정보조 표준을 30위안 인상하는 정책조치가 결정되었고, 이 중 절반은 중증질환 보험에 사용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
跨省异地就医结算政策’을 한층 완비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원적지와 실거주지-근무지가 다른 농민공 등의 유동인구 집단이 의료방면에서의 편의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공공병원 개혁, 기층 간호 인력의 배양, 취약집단인 여성과 아동에 대한 보건서비스의 개선과 확충, –올해 새로이 증액‧편성된- 공공위생서비스 재정보조금 전액의 농촌 및 도시 기층에 대한 투입 등의 정책이 이루어지게 된다.
다섯째, 양로보험 및 사회보장 관련 정책
다층적인 양로보험 체계의 건립과 성급 차원에서의 제도 및 시스템의 통합, 퇴직자들의 기본양로금의 확대, 그리고 퇴역군인에 대한 –기본양로를 포함한- 사회보장의 제고, 빈곤지역 가정의 아동들에 대한 사회보장 강화 등이 강조되었다. 작년과 올해 기자회견 시 기자의 양로문제 해소 관련 질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약 2억 명(60세 이상 2.5억 명, 65세 이상 1.7억 명)의 규모에 달하는 양로 문제는 충분한 양로금(노령연금)의 확보와 정확한 지급이 핵심이라면서 이를 위해 양로기금 관련 제도의 개선과 정비, 중앙정부의 지방에 대한 양로 관련 재정지원 확충 및 이와 관련한 중앙재정의 확보, 국유자산 수익 중 일부의 양로 및 사회보험 기금으로의 활용 등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사회-민생정책 관련 관찰 포인트
첫째, 취업정책의 우선성과 전면적 실시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 중 하나는 취업정책의 지위(?) 향상이다. 중국 당정은 그간 일자리 창출을 중요한 정책이슈로 다루어 왔지만, 취업정책은 사회분야 가운데서도 민생영역, 그리고 민생영역에서도 그 하위 혹은 부분집합으로서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전인대를 통해 취업정책은 사회-민생 관련 정책영역의 하위가 아닌,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회경제 분야의- 3대 거시정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올해 중국 사회경제발전의 3대 정책방향은 적극적 재정정책, 안정적(온건한) 통화정책, 취업우선 정책이며 이들 3자 간의 정책협조와 상호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고용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이번 전인대 2차회의에서 취업정책이 처음으로 정부의 3대 거시정책으로 격상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일자리 부족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수년 째 지속되고 있는 경제성장률의 둔화에 더해 2018년에 촉발된 중미 무역분쟁 및 –증시와 환율 등- 기타 요인들이 겹쳐진 결과로 인한 중국 기업 및 중국 내 해외자본들의 경영난, -인도,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으로의- 수출 제조업체들의 생산라인 이전, 그로 인한 실업문제는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이다.5) (2018년 한 해 동안 베이징에서만 제조업 분야 500여 개 기업이 정리수순을 밟았고 올해 역시 비슷한 규모의 도산 및 퇴출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을 넘어 전국적 차원으로 확대한다면, 올해 수만 개 기업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수 백 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실직자들의 부양가족 즉 연로한 부모-노인세대, 배우자, 자녀들까지 포함한다면 생계곤란에 직면하게 될 인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하겠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만으로 전자기기를 포함해 6대 산업이 직접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알려진 가운데, 지난 3월달 집계 결과 집적회로 15.9%, 자동차 15.1%, 스마트폰 12.4%, 로봇 11% 가량 생산 및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자동차 산업 하나만 보더라도,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연계효과 즉 자동차 관련 부품업체와 협력업체만 중국 내 수만 곳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당면한 산업위기와 고용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이 1% 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약 17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이론적으로 전제해보자.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6%-6.5%로 전망하고 있는데, 6% 성장한다는 가정 하에 매년 1,020만 개의 일자리가, 최대 6.5%의 성장을 이룰 경우 매년 최대 약 1,15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성진지역 1,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계획은 아마도 6.5%의 경제성장을 고려한 목표수치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 정도 숫자의 신규 일자리는 중국의 고용문제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수천 만에 달하는 기존의 해고자 및 수백만 명의 올해 해고 예정자에, 신규 구직자의 규모를 모두 더하여 생각해볼 때 그러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직업기술학교(高职), 전문대(学院), 대학(大学) 졸업자, 즉 신규 구직자만 830만 명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로 미루어 볼 때, 일자리 부족 문제는 단순히 기존과 같이 사회-민생분야의 하나의 하위집합으로만 다루어질 수 없으며, 정치-경제-사회 방면을 통틀어 중국 정부가 해소해야 할 가장 중차대한 문제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중앙의 조절-통제의 강화
11가지의 정부 중점임무 카테고리 가운데 ‘(중앙의) 거시적 조절-통제의 완비 및 합리적(적정) 구간에서의 경제운행의 확보’가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사회경제 방면에서의 중앙 집중성 강화의 정책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하위 내용들 중 ‘양로보험기금의 중앙조절(养老保险基金的中央调剂) 비율의 확대’ 방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6)
중국 전체 차원에서 볼 때 양로보험 지급 여력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인 2018년도 전국 양로보험기금 수입은 3조 6천억 위안, 지출은 3조 2천억 위안으로서 4천억 위안 가량이 누적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지역별/성급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역별 경제수준, 임금 수준, 인구 유출과 유입 상황, 생산 및 취업인구 규모 및 –그에 따른- 양로보험 납입액의 규모, 노령화 수준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역별 양로보험 지급능력의 현격한 차이를 만들고 있다.
동남부 연해지역의 8개 성급의 경우 양로보험금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收大于支) 반면, 인구유출이 심하고 노동-취업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으며 노인세대와 퇴직자가 많은 동북지역 및 중서부 지역의 경우 양로보험기금 재정수지는 마이너스 상태(收不抵支)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랴오닝, 헤이룽장, 쓰촨, 후베이 등의 상황이 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작년 7월 1일부터 양로보험기금 중앙조절 제도가 시행되었다. 각 성급별로 양로보험기금 가운데 일부를 중앙정부에 상납하도록 하여 ‘중앙조절기금’을 조성한 것인데, 중앙의 수취비율은 본래 3%로 시작되었다.7) 중앙은 매년 조달되는 기금을 누적-이월하지 않고 모두 소진하도록 되어 있는데, 거두어들인 기금을 각 성급정부에 다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 퇴직자 수 등을 고려하여 성급마다 각각 다른 규모의 기금을 할당하게 된다. 그 결과 광둥, 저장, 장쑤, 베이징 등의 지역은 상납액이 추후에 지급받은 액수보다 많은데 반해 랴오닝, 헤이룽장, 쓰촨, 후베이 등은 그와 반대상황이 되기에 보험기금의 고갈 상황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
그런데 류쿤 재정부장은 기자회견 시, 중앙 수취비율을 현행 3%에서 3.5%로 상향조정하는 방침을 밝혔고 이는 5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중앙의 수취, 즉 지방 상납비율의 인상에 따라 올해에는 약 6천억 위안 규모에 가까운 중앙조절기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8)
이러한 정책은 양로보험 재정수지 상황이 흑자를 나타내는 동남부 연해지역의 잉여를 중서부 및 동북지역으로의 이전을 통해 해당 지역의 적자를 보충함으로써 지역 간 재정수지 불균형을 완화하고 전국적 차원의 재분배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와 메커니즘 속에서 중앙의 조절-통제의 범위 그리고 지방에 대한 간섭력-영향력은 증대되게 된다.
시진핑 시기 들어 정책의 형성과 시행, 재정의 조달과 처분 등에 관련된 권한과 책임의 –중앙과 지방 간- 배분에 있어 중앙으로의 집중성이 부단히 강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시진핑 집권 2기 3년 차에 들어선 지금, 각 방면에서의 중앙으로의 집중 양상은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통합(규범화)의 심화 및 효율화의 증진
이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중앙으로의 집중성 강화와 연관이 있다. 양로보험금 관련 정책조정 외에도 정부업무보고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있어 성급 차원의 통합관리를 가속화할 것을 천명하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전국적 일원화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현재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에 있어 각 성급 산하 각 도시들마다 제도상의 규정‧규범 등이 조금씩 상이한데, 정부업무보고에 따르면 내년까지 성급별로 관련 제도와 정책의 단일화/표준화가 이루어지게 되며 이후 중앙을 중심으로 전국적 차원의 일원적인 시스템과 제도 구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성급 단위의, 나아가 전국 차원에서의 규범화의 증강 외에 제도와 시스템의 조정을 통한 효율성의 증대를 도모하려는 모습도 함께 관찰된다. 지난해 당 기구 및 국가기구 개혁을 통해 사회보험금 징수 업무가 기존의 사회보장 부문에서 세무부문으로 이관되었다. 이 결정 이후 작년 7월 1일부터 사회보험금 징수 및 비세금 수익 징수 업무를 위해 전국의 각급 세무부문 간에 업무 및 권한의 조정-통합작업이 시작되었고 이와 같은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세무기관에서 사회보험료를 징수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엄격한 관리감독을 통한 효과적인 사회보험금 징수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무부문은 사회보장 부문에 비해 기업들에 대한 조사-감사 역량, 관리감독 역량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회보험 징수에서의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 및 효율성의 제고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정책조치는 정부의 행정집행 역량의 강화 및 집중화로도 풀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