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와 전망1)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2020년 7월말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 유행(pandemic)으로 상황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삶과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여 새로운 기회로 삼을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졌던 중국에서도
코로나 이후 정치·경제·사회적인 변화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중국 정부는 위기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구상·시행하고
있다.
신형인프라의 구축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
먼저 주목되는 것은 2020년 5월 21일 개최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경제의 신속한 발전과 산업 영역의 디지털화를 촉진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신형인프라건설’(新型基礎設施建設)이다. ‘신형인프라건설’의 핵심은 5G·AI·IoT 등 차세대 디지털 기술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중국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신산업 발전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발판으로서 신형인프라의 구축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0년 5월 21일 개최된 중국 양회(兩會)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발언 장면
무엇보다 2020년은 시진핑 주석이 ‘중국몽’ 실현을 위한 국가발전 로드맵의 첫 단계로 제시한 ‘소강(小康)사회’(모든 인민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함)의 완성을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중장기적 경제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14차 5개년 규획’(2021년~2025년)에도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을 통한 사회경제적 혁신이 중요한 과제로 상정되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과 발전을 견인해 나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서 금번 ‘양회’에서도 신형인프라
건설 사업을 통해 플랫폼 경제와 공유경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코로나 이후 더욱 불안해진 고용과 민생을 안정화할 것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전략적
구상은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장기적 목표에 부응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향후 중국 공산당의 사회경제적 개혁 과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 ‘균형발전’,
‘민생개선’ 등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시티 건설과 테크놀로지 기반 사회관리 체계의 구축
한편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질병-보건 차원의 위기가 아니라, 정부의 거버넌스 능력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까지 확대된 측면이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이
초기대응 미숙과 열악한 의료체계, 그리고 불투명한 정보공개와 지도부의 책임회피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시진핑 통치체제’의 위기로까지 확산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 중국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는 기층조직의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거버넌스 체계 및 능력을 더욱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 및
방역을 위해 스마트시티 기술에 의해 구축된 사회관리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사물인터넷(物聯網), 클라우드(雲計算), 빅데이터(大數據)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의 건설과 이를 통한 ‘사회관리의 정밀화(社會治理的精細化)’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역관리 플랫폼’(防疫管理平臺)과 ‘건강정보코드’(健康信息碼)가 코로나 이후 중국 사회관리 체계의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각급 정부에 구축된 ‘방역관리
플랫폼’은 전염병 추세, 예방 및 통제 현황, 물자 관리 등의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조정 및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플랫폼에 연동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통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전염병의 감시, 조사, 진료이력 추적, 물자 등록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건강정보코드’는 주민들이 개인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 ‘건강QR코드’가 생성되는데, 이를 일종의 전자통행증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지난 6월 2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國家衛生委·위건위)에서 《정보화를 통한
전염병 일상화 방역 업무 지원에 관한 통지(關於做好信息化支撐常態化疫情防控工作的通知)》를 발표했는데, 하나의 ‘건강QR코드’로 모든 인적 이동을 통제·관리하는 ‘코드 통행(一碼通行)’
시스템을 완비할 것이 강조되었다.
이처럼 최근 중국 정부는 정보기술의 발전을 사회관리 및 통치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기술 거버넌스’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경유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하에 2020년 공중위생 관련 분야의 시장규모가 1,000억 위안(약 17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보화
방역 플랫폼 개발 및 운영 회사들 간의 시장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기술적 성격의 공공 거버넌스는 권력과 자본이 결탁하여 만들어내고 있는
경영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새로운 권력 기술과 규칙을 통해 감시와 통제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건강정보코드’나 안면인식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의료
서비스나 방역업무를 넘어 사회정치적 통제와 감시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기층에서의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참여 공간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동 속 중국의 고립과 선택
마지막으로 ‘코로나19’는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무엇보다 세계 주요 국가의 ‘탈중국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국이 세계적으로 고립될 위험에 놓였다는 분석이
중국 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주지하듯이 ‘코로나19’ 사태는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 추세의 산물이지만, 역설적으로 전 세계로 위기가 확산되면서 입국제한과 국경봉쇄 등
탈세계화 현상이 촉진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분업과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글로벌 생산네트워크’가 자국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해외생산기지의 자국 복귀)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이 고조되면서 기존의 기술
경쟁과 무역 갈등을 넘어 정치안보적 위기로까지 상황이 격화되고 있다. 즉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인도·태평양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반중(反中)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중이 서로 상대 영사관을 폐쇄하는 등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반중 공조는 “독재국가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문제”이며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만약 국제사회에서 이처럼 중국에 대한 압박과 고립화가 지속된다면, 앞서 말한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중장기적 전략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선언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사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사회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동북아 지역 및 국제질서의 재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그 향방이 더욱
주목된다.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정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