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10월 16일 베이징에서 개막한다. 당대회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지도부 등장과 함께 중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변화와 대외관계 등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전략과 정책 방향이 제시된다. 특히 이번 당대회는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고,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국내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과 맞물려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당대회와 시진핑 3기 전략 방향
당대회는 중국의 당과 국가가 향후 5년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진핑 정부의 1기와 2기의 성과는 반부패와 소강사회 건설로 압축할 수 있다. 18차 당대회에서는 반부패 투쟁을 전면에 내걸었다. 5년 동안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주도하여 주로 당내 만연한 부패 일소를 위해서 사정(司正) 자원을 투입했다. 호랑이, 파리, 여우 사냥을 통해서 시진핑 주석은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동시에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이 반부패 투쟁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시진핑 집권 2기 5년 동안은 소강사회(小康社會) 건설을 위해서 매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는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즈음하여 중국의 소강사회 건설 완성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소강사회 완성은 중등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중국의 역사의 과업을 시진핑 정부가 드디어 완성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것은 역사적 과업의 완성이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에 의해서 역사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정치적 성과로 선전되고 있다 .
이러한 1기와 2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은 20차 당대회를 통해서 시진핑 정부 3기를 준비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 3기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해서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전략 방향을 전면에 내걸었다. ‘입언(立言)의 정치’가 작동하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수사(修辭)는 그 자체로 정치적 무게감을 갖는다. ‘공동부유’ 강조는 두 번째 백 년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서 시진핑 정부의 집권이 연장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저변에 깔고 있다.
<표 1> 시진핑 정부 전략 방향과 정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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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방향 |
정책 목표 |
시진핑 정부 1기(2012~2017) |
반부패 투쟁 |
부패 일소, 정적 제거 |
시진핑 정부 2기
(2017~2022) |
소강사회 |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성과 완성 |
시진핑 정부 3기
(2022~2027) |
공동부유 |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최종 목표 실현 |
당대회와 인사 교체
앞서 언급한대로 당대회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표 2>에 알 수 있듯이 역대 당대회를 돌이켜보면 짝수 년도에 열리는 당대회는 10년 주기 대변화를 수반하는 대회였다. 1992년 14차 당대회는 사회주의 시장경제(社會主義市場經濟)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방을 통한 개혁으로 나가는 방향을 제시한 대회였다. 2002년 16차 당대회는 격대지정(隔代指定)에 따라 첫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대회였다. 비록 군권(軍權)의 이양이 2년여 정도 더디게 이루어졌지만 후진타오(胡錦濤) 집권는 당내 합의로 현실화되었다. 2012년 18차 당대회는 경쟁을 통한 후계 구도가 처음 시도된 동시에 본격적으로 외부 변수가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에 열렸다. 중국은 2010년 12월 경제 총량 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18차 당대회는 이러한 중국의 국력 신장을 확인한 대회였다.
천안문 사건 이후 중국은 오히려 폐쇄 정책 대신에 개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추진 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당대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전국인대(全國人大)를 통해서 당의 결정을 국가의 결정으로 전환하면서 국론 통일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비교적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정치를 선보여왔다. 그러나 2022년 20차 당대회는 이러한 중국식 제도화의 관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적어도 1992년 이후 10년 주기 권력 교체라는 관행은 30년 만에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 발단은 2016년 11월 18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핵심(核心)’ 지위 획득이 결정적이었다. 사실상 시진핑 주석이 당내 권력 투쟁을 통해서 ‘핵심’ 지위를 쟁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 2> 신중국 역대 지도자
성명 |
집권 기간 |
주요 직무(위) |
지도사상 |
마오쩌둥 |
1949년 10월 1일~1976년 9월 9일 (26년 344일) |
당주석,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
마오쩌둥사상 |
화궈펑 |
1976년 9월 9일~1978년 12월 22일 (2년 104일) |
당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
양개범시(兩個凡是) |
덩샤오핑 |
1978년 12월 22일~1989년 11월 9일 (10년 322일) |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
덩샤오핑이론 |
장쩌민 |
1989년 11월 9일~2004년 9월 19일 (14년 315일) |
당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
‘삼개대표’중요사상 |
후진타오 |
2004년 9월 19일~2012년 11월 5일 (8년 57일) |
당총서기(2012.11.15.~2012.11.15.),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2004.9.19.~2012.11.15.) |
과학발전관, 조화사회 |
시진핑 |
2012년 11월 15일~현재 |
당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
특히. 시진핑 주석은 ‘핵심’ 지위 획득을 시작으로 2018년 3월에는 헌법을 수정하여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했으며, 2021년 19기 6중전회에서는 신중국 들어 세 번째 ‘역사결의(歷史決意)’를 통해서 당의 권력과 자신의 권력을 역사의 이름으로 공고화했다. 이러한 권력 집중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는 흔들렸고, 수평적 협력체제의 집단지도체제는 수직적 위계구조의 사실상 명령체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인의 권력이 집중되고 권한이 강화된다고 해도 혼자서 중국을 통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시자쥔(習家軍)’ 등 조력자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당대회를 통해서 인사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많은 조력자들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서 시진핑 주석의 주위에 포진할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과 후춘화의 거취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인사 구도의 변화는 시진핑 정부 3기의 지도체제 구성과 정책 변화를 전망하는 바로미터이다. 그 가운데 핵심은 내년 3월 초 제14기 전국인대 개막 시점에 10년 총리 임기를 마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현재 부총리로 있는 후춘화(胡春華)의 거취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미 지난 3월 양회(兩會)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총리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이라는 말로 총리 은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총리를 그만둔다고 해서 리커창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도 그만둔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경쟁자이자 파트너였던 리커창 총리를 완전히 물러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권력 집중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대까지 지켜졌던 ‘7상 8하(七上八下)’를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만 적용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리펑(李鵬) 총리의 사례를 원용하여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후춘화 부총리는 부총리 가운데 총리 승진이 관행이었던 사례에 비춰봐도 차기 총리 1순위로 거론된다. 기존 관례를 폭넓게 해석해서 현직 부총리가 아니라 부총리를 맡았던 경험으로 총리 후보자를 확대하는 경우 왕양(汪洋) 전국정협 주석이나 한정(韓正) 상무 부총리도 유력한 후보이다. 그러나 한정은 ‘7상 8하’ 규정에 따라 은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왕양이나 후춘화 가운데 한 명이 총리가 될 것이다. 만약, 후춘화 부총리가 총리로 간다면 바로 차기 후계자는 후춘화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은 시진핑 주석에게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왕양 전국정협 주석이 총리를 승계하게 된다면 리커창 유임과 함께 비교적 무난한 인사 구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면 ‘신시대’를 표방하고 출범하는 시진핑 정부 3기가 결국 ‘새로운 것 없는’ 2기 인사의 재판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신시대’를 향한 동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리커창과 후춘화의 거취 못지않게 정치국 위원과 중앙위원의 물갈이 수준과 범위도 인사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관찰 포인트이다. 엄격하게 연령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제외하고 현 18명 정치국 위원 가운데 50%는 물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왕천, 류허, 쉬치량, 순춘란, 양제츠, 양샤오두, 장여우샤, 천시, 궈성쿤 등 9명은 교체되고, 딩쉐샹, 리시, 리창, 리홍중, 천취안궈, 천민얼, 후춘화, 황쿤밍. 차이치 등 9명은 유임될 수 있다. 은퇴하는 정치국 위원의 빈자리에 누구를 채우고, 유임하는 정치국 위원에게 어떤 직무를 맡길 것인지가 관건이다. 빈 자리에 현 중앙위원 가운데 누구를 올리는지는 시진핑 정부 3기 조력자로서 제2의 ‘시자쥔’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앙위원에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면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할 수도 있다. 그 자리에는 현재 성부급 부직(省部級副職)에 진입해 있는 100여명 정도의 ‘70후’가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담대한 정치 변화
중국 정치, 특히 국내정치 변화는 관행, 명분, 의지 등 세 바퀴로 돌아간다. 역사적 맥락을 중시하는 정치문화 속성에 따라 관행의 지속과 변화는 정치 변화의 첫 단추이다. 이 점에서 보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은 10년 주기 권력 교체라는 관행을 파괴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이것이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당내에서 당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당외에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명분은 통치 정당성으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관행의 지속이든 변화든, 사회적 명분의 축적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최고 지도자의 현상 유지와 변경에 대한 의지와 이를 실행할 능력이다. 이 관행, 명분, 의지의 세 요소를 복합적으로 사고해야 복잡한 20차 당대회의 방정식을 풀 수 있다. 인사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논리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다양한 퍼즐을 맞춰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양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