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관계 위기의 배경
최근 미중 각축의 심화와 양안관계의 악화가 상호작용하면서 양안관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중국의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이 각축하고 있다. '제일도련'은 중국이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설정한 군사 방어선이다. '제일도련'(第一島鏈)를 중심으로 미중 간의 각축이 심화되고 있다. 미중 각축이 심화되면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대만은 '제일도련'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누가 대만을 효과적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일본과 동남아 국가의 영해를 포위되어 있다. 냉전 시대 대만은 미국의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전략적 가치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즉 중국이 대만을 통제하게 되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미군의 전략 운용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주요한 교두보라 할 수 있다. 미국입장에서는 대만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서 중국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포위 압박할 수 전략적 요충지이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하나의 중국'입장을 견지하며 양안관계를 전개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은 1992년 홍콩에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認同一個中國的共識) '9·2공식'(九二共識, 9·2 Consensus)을 합의하였다.1)
중국은 '9·2공식'을 바탕으로 양안관계정책을 추진하였다. 중국국민당(약칭 국민당) 마잉주 정부는 '9·2공식'을 매개로 하여 경제교류와 사회·문화교류 등 양안민간교류 발전을 촉진하며 양안관계의 안정과 대만의 경제성장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민주진보당(약칭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에서는 '9·2공식'을 거부하고 '하나의 중국'을 반대하며 탈중국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차이잉원 정부를 굴복시키기 위해 중국은 대만관광 제한조치 및 군사적·외교적으로 대만을 압박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이잉원 정부는 미국에 접근을 시도하였고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미중 각축 심화와 양안관계의 경색 속에 미국과 대만 간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2016. 12) 대만 총통과 차이잉원 통화하여 쌍방관계와 인도태평양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2)
이후, 미국의 국회의원과 전·현직 장관이 대만에 방문하였고, 미 국무부장관이 차이잉원을 총통(President)라 호칭하였으며 심지어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여 입법원을 방문하고 차이잉원과 접견하며 미중 수교 후 지켜왔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은 미국·대만관계 강화를 '하나의 중국'이라는 국제체제 파괴하는 행위로서 미국은 대만을 이용하여 중국을 압박하고, 대만은 미국을 이용해서 독립을 모색하는 행위로 간주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대만관계 강화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의 대만정책을 비난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서 양안관계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4차 대만해협 위기
8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 방문을 방문하여 차이잉원 총통과 담을 진행하였다. 차이잉원 총통은 펠로시 의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여 대만의 국가주권, 민주주의 가치 수호와 대만 방위력 증강을 천명하였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대만이 인태지역에서의 안보, 경제 협력강화를 역설하였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후,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人民解放軍東部戰區)는 8월 4-7일 중국은 대만의 주변 영해와 영공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군사훈련 '實戰化聯合演訓'을 전개하며 4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하였다.
쌍방 간의 군사적 충돌이 없이 중국의 군사훈련을 끝내면서 4차 대만해협 위기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동부전구는 대만 주변해역에서의 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할 것을 예고하며 대만에 대한 군사압박을 천명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민간 드론이 대만 진먼(金門)지역에 빈번히 출현하였다. 그러나 대만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갈등의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진먼지역에 출현한 드론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8월 24일 중국 드론에 진먼 부속도서 얼단섬(二膽島)에서의 대만 군 복무 상황, 카메라와 소총을 들고 드론을 감시하고 드론에 돌을 던지는 초병을 촬영된 영상이 중국 '웨이보'에 유포됐다.
이는 대만군의 방위 태세와 전쟁능력에 대한 대만인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중국의 회색지대전략(gray Zone Strategy)과 인지전이다. 그러나 중국의 드론 전략은 오히려 역작용하여 대만의 반중정서가 더욱 자극할 뿐만 아니라 대만 당국이 강경한 반제(反制)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8월 29일 커비(John Kirby) 백악관 NSC 대변인은 중국의 드론이 대만 해협의 현재 상황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으며 8월30일 차이잉원 총통은 실탄사격과 격추 등의 반제 조치를 내렸다. 그 후 9월 1일 반제 조치에 의거하여 8월31일 진먼섬 부속도서에 나타난 드론에 실탄 사격을 했으며 9월1일에는 사격을 가해 격추시켰다. 다소 소강되었던 4차 대만해협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양안관계의 전망
중국과 국민당, 국민당과 민진당은 양안관계를 둘러싸고 모순가 갈등을 노정하고 있다. 중국은 '9·2공식' 토대 하에 양안관계정책을 전개한다. '9·2공식'을 매개로 대중국과 국민당 마잉주 정부는 양안교류 발전과 양안관계 안정을 이루어 냈지만 '9·2공식' 해석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9·2공식'이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합의이고, 이를 바탕으로 양안관계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양안정책의 목적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당 당 강령에 '9·2공식과 일중각표' 정신에 입각한 양안관계 추진과 '대만 독립'과 '일국양제'의 반대를 명시하고 있다. 3)
따라서 국민당 마잉주 정부에서 '일중각표'에 입각하여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넘어 求同尊異까지) 추구하면서 중화민국의 주권을 지키고 양안교류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진하였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당 강령 제1조에 명시하고 있다.4)
차이잉원 정부는 중국의 양안관계정책을 '以經促統, 以商圍政, 以民逼官'(경제로 통일을 촉진, 경제로 정치를 포위, 민간으로 정부를 압박)의 통일 전술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양안경제교류는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동시에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 추진하여 대만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려 한다.
결국 양안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이나 양안관계를 경계하는 양안교류는 유지하지만 일국양제는 결연히 반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통일과 '9·2공식' 주장하고 일국양제를 통한 대만 정책을 강조한다. 더나가 대만 국민당이 주장하는 일중각표를 부정하고 '하나의 중국'(一中)을 강조하고 있다. 펠로시의 대만방문 후, 중국은 '수사적 위협'과 '군사적 위협'을 전개하며 대만주변에서의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동시에 8월10일에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고 '통일과 일국양제'는 대만문제 해결의 기본원칙임을 강조하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는 약속하지 않는다'라는 '대만문제와 신시대중국통일사업'(台灣問題與新時代中國統一事業)을 발표하였다.5)
시진핑 주석은 역대 주석과는 달리 통일 의지를 거듭 표명해 왔다. 따라서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다면 어느 방법이든지 對대만관계 재정립하려할 것이며 대만 침략 등의 평화든 무력이든 통일방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맞서 차이잉원 정부는 對미국 편승의 대외전략기조를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고 포위하기 위해 인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태전략 차원에서 미국은 '아시아 안심법'(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 of 2018), '대만보증법'(Taiwan Assurance Act of 2020),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 of 2022) 등을 제정하며 대만에 제도적인 경제, 정치, 안보지원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한미동맹, 미일동맹 등을 동맹관계를 통하여 대만에 유사시가 발생할 경우 대만에 대한 안보 지원을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이잉원 정부는 탈중국화 노선을 견지할 것이고 시진핑 정부와 차이잉원 정부의 대립 속에 양안관계는 긴장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