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중관계 전망
2018년 한중관계의 일정한 회복
2017년 5월 사드문제로 인해 한중관계가 큰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다. 초기에 사드문제 처리에 대한 중국의 높아진 기대로 인해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긴 하였지만, 결국 그해 10월 외교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우리 정부의 소위 3불 정책에 대한 입장표명을 기초로 사드문제를 일단 봉합하고 양국관계를 개선키로 합의되었다. 이후 11월 베트남 APEC 계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최초로 개최된데 이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중을 통해 양국관계 정상화에 대한 정상들 간의 의지표명으로 한중관계는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1년 후인 작년 11월 17일 파푸아 뉴기니아 정상회담 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한중관계가 빠른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지난 1년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발전되어 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금년 양국관계의 몇 가지 수치들은 양국 정상의 언급내용과 같이 한중관계가 많이 회복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말 한국의 대중수출은 1,621억 불로서 전년 동기대비 14.1% 증가하였으며, 수입은 1,065억불로서 8.8% 증가하였고, 무역흑자는 홍콩을 제외하고도 556억불로서 작년보다 25.8% 증가한 것으로 되어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단체관광 제한도 점진적으로 해제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통계에 의하면 중국인 입국자는 작년 10월말 현재 418만 명으로서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한 바 있다.
비록 정상급은 아니지만 주요 인사들의 한국방문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하였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 협의를 위해 양제츠 정치국원이 수차 방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양 국민들 간의 우호적 감정을 증진시키기 위한 공공외교 활동들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고, 정치국원인 베이징시의 차이치 서기, 텐진시의 리홍종 서기 등 지방정부의 서기와 성장들이 다수 방한하는 등 지자체 간의 교류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아울러 외교채널에 의한 의사소통도 원활해졌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정부 간 주요 경제협의체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이 작년에 2차 진행되었던 것은 이러한 양국관계의 회복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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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클립아트코리아
상존하는 부정적인 국민감정과 상호 신뢰 미흡
한중 양국은 작년에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10주년을 맞이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과연 그러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한국민들의 호감도는 2014년 7월 시진핑 방한시의 59%에서 작년 3월에 19%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에서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인 응답자들의 67%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하고 있으며, 중국인 응답자들은 44%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한중관계에 대한 한국민들의 유보적인 정서는(물론 중국 국민들도 비슷할 것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드 문제의 여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설명이 된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는 시각에서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한국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사드배치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내에서는 사드와 관련 중국이 소위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했던 것에 대해 중국의 민낯을 보았다면서 사드배치를 반대했던 사람들조차도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으며,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정치문제와 경제문제의 연계로 인해 대중국 투자에 있어서의 정치적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바 있다. 아울러 중국이 사드를 핑계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화산업 분야의 한한령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사드분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롯데마트는 사실상 중국으로부터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단체관광 금지도 부분적으로만 완화되고 있다.
미중간의 전략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중간 전략적 신뢰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도 한중관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보는 이유 중의 하나이며, 이에는 양국이 각자의 주요 관심사에 몰두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2017년 가을부터 신시대 시진핑의 중국특색 사회주의 이념의 강조와 더불어 헌법 개정을 통한 시진핑의 국가주석 무제한 연임의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시진핑의 권력 강화를 위한 국내정치적 과제에 집중하였으며, 대외관계에서도 중국은 금년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문제와 더불어 한중관계보다는 북한과의 관계회복에 더 관심을 쏟았다고 하겠다.
얼마 전부터 미국은 중국의 전략적 도전을 미국안보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기술하고, 힘에 의한 평화와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강도의 미중간 무역분쟁에 더하여, 안보 면에서도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시키는 한편,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작전’이 빈번하게 수행되었고, 미 해군 구축함이 이례적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하기도 하였으며,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사실상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국내정치적 고려에서 미국에 강하게 대항하면서도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통한 중국의 꿈 달성을 위해 미국과의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대외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작년에 북중관계가 급격하게 개선되는 상황에서 한중관계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는 남북관계 진전과 관련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양제츠 정치국원을 방한시키며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이었지만, 금년 초까지 김정은의 4차례에 걸친 방중 과정에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논의에 있어서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여론을 불식하고, 나아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김정은을 극진히 대접하면서 북중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양호한 상태로 회복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으로서도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간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통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과정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의 중국 참여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간에 입장 차이가 노정되기도 하였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한 정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한 데 대해, 중국은 종전선언으로 시작되는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중국이 제외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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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클립아트코리아
2019년 한중관계 전망과 과제
지난번 APEC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시 시진핑 주석은 금년에 방한하겠다고 언급하였으며(아마도 평양 방문 이후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금년 하반기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다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금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한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4월에는 일대일로 정상급 국제회의가 북경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금년에는 한중 정상들의 상호 방문 등 고위인사 교류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양국관계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중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첫째는 사드문제가 한중간에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기술한 대로 중국은 한국에 대해 사드문제가 봉합된 것이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금년 중반에는 우리 정부가 사드의 일반 환경영향평가의 결과에 따라 사드의 정식배치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한국 내 일각에서 사드의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도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때를 전후하여 중국이 사드 문제를 다시 제기해 올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대북정책에서의 이견 가능성이다. 현재로선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틀 안에서이지만,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왔으며, 중국도 이를 평가하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의 비핵화문제에 관건이 될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2월 하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연 그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인지 아직도 불투명하다. 만일 미북 간의 비핵화가 난항을 겪게 되면서 미국의 대북압박은 강화되는 한편,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시각차가 다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다. 만약 금년에 미북 간의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게 되면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중국의 참여문제도 동시에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수차 표명하였다. 이러한 평화체제 논의에는 필연적으로 유엔사 해체문제나 주한미군의 철수 주장 등이 대두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국의 안보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중대한 전략적 이해관계와 관련되어 있는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실제로 중국은 수개월 전 종전선언이 논의될 때 이미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재 한국 내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더불어 한미동맹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한다는 개념이 아닌 지역 안정의 균형자로 재정의하여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시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미중간 전략적 갈등 상황에서 중국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이외에도, 심화되고 있는 미중간의 갈등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중관계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견제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해 오고 있다. 미중 간 전략적 갈등이 더욱 악화된다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문제가 다시 표면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과의 분쟁에 동맹국인 한국의 지원과 협력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아직은 가정적인 상황이지만 미국이 중거리 핵전력 협정(INF)을 탈퇴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여 한국 등 동맹국에 공격용 핵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할 경우엔 사드보다도 훨씬 더 강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수교 이후 그간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정 유지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견해를 같이 해왔을 뿐 아니라 상호 이익이 되는 보완적인 경제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더욱이 가장 큰 현안인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 논의에 있어서 중국의 협조적인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비록 미중간의 심화되는 전략적 갈등이 한국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중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양국의 국익에 공히 부합되며, 양국은 이를 위해 제반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드문제 사례에서 보듯이 미중간 전략적 갈등과 같은 변화하는 주변정세 하에서 한중 양국 모두 각자의 중대한 국가이익과 관련해서는 서로 냉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점에서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줄이기 위한 한중관계의 New Normal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한중 양측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 전략적 소통 강화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소통을 위한 소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중 양국 모두가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같은 것을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정신에 충실하면서 한중 수교 당시의 초심인 상호존중과 호혜평등의 자세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소장 신정승
- * 이 글은 필자가 최근 외교협회지에 기고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