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밝았다. 중국에게 올해는 신중국 건국의 70주년이자 중국 공산당이 제시한 두 개의 백년(两个一百年)의 하나인 전면적 샤오캉 사회(小康社会) 건설의 관건이 되는 한 해다. 올 한 해 중국 정부가 어떻게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글은 주요 거시경제 지표와 변수(리스크)를 중심으로 중국의 최근 경제 상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우선 2019년 중국 경제는 낙관적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19년 중국 경제가 6.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6.3%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1분기 7%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6%대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상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은 지난해 12월 중순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주요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여 한 해 경제상황을 평가하고 다음 연도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중요 회의이다. 이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올해 중국 경제 상황을 ‘안정 중 변화, 변화 중 우려(稳中有变, 变中有忧)’라는 8글자로 요약했다. 즉 안정 속에서 변화 요인이 있고 이러한 변화에는 대내외적인 경기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위기의식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년사에서도 중국은 지금 ‘백 년에 한 번 찾아올 큰 변혁의 시기(百年未有之大变局)’에 처해 있다고 표현되었다.
과연 중국 경제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일까?, 이러한 우려의 근거는 무엇일까? 먼저 중국 대내적인 요인을 살펴보자. 지난 몇 년간 소비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축이였다. 최종소비가 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0%를 넘어선 이후 2017년에는 43.4조 위안으로 GDP의 53.6%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2015년 1분기 10.8%를 기록한 이후 2018년 들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그림 2 참조) 2018년 1분기 9.8%에 이어 3분기에는 9.0%를 기록하였다. 온라인 쇼핑 등 새로운 형태의 소비방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눈여겨 볼 점은 우리나라의 對중국 주요 최종재 수출품목의 중국 소비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동차, 통신제품, 석유제품, 금은장식구 등의 소비증가율은 2018년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투자 부문에서도 증가세가 겪기고 있다. 중국의 고정자산증가율은 2018년 1~9월 중 5.4%에 그쳐 고정자산증가율에 대한 측정이 시작된 199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림 4 참조) 고정자산투자의 양대 축인 부동산 투자(건설투자)와 인프라 투자(설비투자) 중 부동산 투자는 비교적 견고한 반면 인프라 투자는 2017년부터 급격히 하락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생산 측면과 기업 실적을 살펴보자.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8년(1월~11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6.3%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6.6%)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전망하는 경기 동향인 구매자관리지수(PMI) 또한 제조업의 경우 2018년 11월 50.0을 기록하여 상반기 51.5에서 1.5 포인트 하락하였다. 이는 향후 중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중국 기업은 진단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대외적인 부문을 살펴보면 지난 해 중국 수출은 미․중 무역 분쟁 등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를 유지하였다. 2018년 9월까지 중국의 총수출은 14.5% 증가하여 한자리수 증가를 기록한 전년도에 비해 개선세가 뚜렷하다. 다만 올해 세계경제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저성장 기조로 돌아설 전망이라서 중국 수출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3월까지 잠정적으로 멈춘 미․중 무역 분쟁의 향방에 따라 중국의 대외 불확실성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는 위기에 직면한 것일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해 중국의 실물경제 부문은 수출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경기 하락 위험성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돌발요소에 적극 대응하고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정책은 디레버리지(deleverage, 부채 감축) 정책을 통한 경제 구조 개선과 질적 성장을 위한 산업구조 고도화에 역점을 두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경기 후퇴에 대해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체적인 조치로 부가가치세(증치세) 인하, 개인소득세 면세기준 상향 조정, 기업 R&D 추가 공제, 수출 세금환급, 사회보장비용률 하락 등 감세를 통해 소득분배 개선 및 가처분 소득 증대를 통한 잠재적 소비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지방정부의 특별채 발행에 관한 지도의견’을 통해 각 지방 정부가 특별채(专项债, special bond) 발행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를 촉구하였다. 중국투자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지방정부의 특별채 발행액은 3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경제 리스크를 일컫는 3대 회색 코뿔소(기업 부채,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기업 부채 비중은 GDP 대비 약 160%로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기업 부채의 대부분은 국유기업 부채로 중국 정부는 혼합소유제 개혁을 통해 국유기업 민영화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고 민간 기업의 경우 국유기업과 달리 부채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기업 디폴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신용중개인 그림자 금융의 경우 지난해부터 전개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축소세는 뚜렷하다.
또한 최근 2년간 실시된 부동산 구매제한, 대출제한 정책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억제되고 있다. 1, 2, 3선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2017년을 고비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다양한 변수는 있지만 올해 중국 경제의 급격한 하락(경착륙)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중국 증시가 하락하는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할 때 마다 차이나 리스크, 중국 경제 붕괴론 등 다양한 이슈들이 앞으로도 제기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중국 내부에서 혁신을 통한 성장의 실험이 다방면에서 시도되고 있는 점이다.
중국 제조 2025(中国制造2025)과 인터넷 플러스(互联网+) 정책을 중심으로 중국은 혁신형 국가(创新型国家)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금융 육성, AI(인공지능) 및 로봇관련 논문 1위,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 ‘묵자호(墨子号)’ 발사, 인공지능 프로그램 쥬에이(绝艺) 개발 등이 그 예이다. 최근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4호(嫦娥四号)가 달의 뒷면에 세계 최초로 착륙했다는 소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장 중국 경제의 둔화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지만 중국을 활용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 또한 없지 않을 것이다.
우선 중국의 소비 중심 경제구조와 소비 패턴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對)중 수출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우리 최종재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화장품, 자동차 등의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인이 좋아할 새로운 제품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둘째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중․서부 도시를 겨냥한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2017년 31개 지역 중 귀이저우(贵州)와 시짱(西藏)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10.2%, 10.0%인 반면 랴오닝(辽宁)은 2.5%를 기록했다. 대체로 경제가 낙후된 중․서부 지역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 문화관광 분야 투자, 산업생산 증대 등으로 높은 성장을 보인 반면 동부지역은 성장률이 낮은 서고동저(西高東低)의 특징을 보인다. 산업구조 전환, 고정자산투자, 도시화율에 따라 당분간 지역별 경제성장의 편차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새롭게 부상하는 2, 3급 도시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여 제2의 한․중 경제 협력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 경쟁력 우위의 확보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한·중 양국 기술격차 분석에 따르면 양국의 전체기술 격차는 1년 정도로 매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기술 혁신에 경제 주체 모두의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