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의 외교정책은 국제 체제와 국내 행위자가 상호작용하며 도출된다. 이에 대해 사무엘 킴(Samuel S. Kim)은 중국 대외정책을 어떤 가치 혹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국제적 행위자의 상황에 영향이 미치도록 설계된 행위와 합목적적 대외활동의 총합으로 정의했다. 2000년대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과 일본이 쇠퇴하는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에 따른 국제 체제 변화는 중국의 대외정책에 역동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국내 정치 환경과 반응하며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쳐왔다.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中國共產黨全國代表大會)에서 시진핑(習近平)은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사상(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思想)을 천명하며, 내적으로 2020년까지 모든 인민이 편안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 실현을 주창했다. 또 중국은 국제사회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주도하면서도 미국과 신형국제관계(新型大國關係)를 구축해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를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중국의 대외 정책은 제19차 당 대회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제정세에 조응하며 전개될 전망이다.
큰 틀에서 2019년 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는 여전히 북·중·러 동맹을 바탕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미·일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며 역내 현상유지(Status Quo) 전략을 견지할 것이다. 세부적으로 중국은 미·중 사이버 안보(Cyber Security) 경쟁, 북·중 관계 공고화, 사드 문제로 파행된 한·중 관계 회복,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적실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기존 정책을 조정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전략적, 경제적 이익과 압도적인 패권 지위 확보를 위해 국가 간 공정 무역을 강조하면서도, 미․중 무역 분쟁을 일으켜 무리하게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또 미국은 타이완(臺灣)과 군사적 협력 강화를 하는 동시에 남중국해에 미국 함정을 투입하며 중국을 궁지로 몰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미국의 대중 정책을 근본적으로 자국이 강대국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서 기존 초강대국이 신흥강대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매우 자연스러우며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여긴다. 중국이 중국몽(中國夢)에 근접하며 미국과 국력 격차가 줄어들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당분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시진핑 지도부에 지속적인 압박을 견지할 것이기에 양국은 갈등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한편, 무역 분쟁과 같은 가시적인 양국 갈등은 사이버 안보 경쟁으로 전이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을 주도한 국가는 인간의 삶을 바꿔왔고 패권국으로 거듭났다. 이런 면에서 향후 사이버 공간의 주도권 장악 여부가 혁신 기술을 통한 미래 패권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Barometer)가 될 것이기에 양국은 사이버 안보를 매개로 경쟁과 분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미 시진핑은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사이버 강국을 향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집권 2기 우선순위로 삼았으며, 중국식 사이버 안보 전략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기실 시진핑 정부 출범 전까지 중국이 생각하는 사이버 안보는 사이버 공간의 통제에 가까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과 기술은 부재했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과 사이버 안보 갈등을 하는 이유는 바로 사이버 공간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생래적으로 도메인 네임(Domain Name)과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 할당과 같은 인터넷 표준 기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사이버 거버넌스(Cyber Governance)를 확립하며 자국의 사이버 안보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중 무역 분쟁으로 불거진 화훼이(華爲) 사태를 들 수 있다. 최근 화웨이는 5세대 이동 통신(Fifth Generation of Cellular Mobile Communications)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 네트워크 보안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은 중국의 미래 사이버 기술 패권을 향한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대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래서 향후 사이버 거버넌스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미·중 경쟁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어서 2011년 5월 김정일 방중 이후 소원했던 북·중 관계는 점차 복원될 전망이다.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전후 북·중은 연이어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양국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표출했다. 그간 중국 지도부는 정치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을 동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존재며 전략적 자산으로 여겨 감싸왔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 사후 2012년 4월과 12월 미사일 발사를 김정은의 정권 강화로 이해했으며, 중국이 규정한 국제 질서를 위협하지 않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2013년 2월 12일, 3차 북핵 실험부터 북한이 중국의 권위를 어기고 중국이 관리해 온 안정 개념을 위협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갓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는 기존의 대북 포용정책을 전략적 부담으로 느꼈다. 실제 2차 북핵 실험 직후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연이어 방북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3차 북핵 실험 이후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을 잃었다. 급기야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단행 직후, 중국이 유엔 제재에 동참하기 시작하며 양국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외교적 중재 없이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현저히 약해진 것을 방증하며, 국제사회에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이 거론될 정도로 중국이 북한 문제의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드러냈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에 경도됐던 대외 협상 통로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주변국으로 외연을 확대해 중국의 일방적인 영향력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는 그간 소원했던 북․중 관계 복원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북한 핵문제를 중재하고 처리하는 데 중국의 역할을 재부각하기 위해 혈맹 관계를 내세우며 북·중 관계를 공고히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2016년 1월 한국의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 결정 이후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한·중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戰略的協力同伴者關係)’가 복원되기 시작했으며, 향후 상호간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2012년 말 시진핑 지도부 출범 후 한국과 유례없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중국은 사드 문제로 대한국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전개하며 양국 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 결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이어졌으며 중국은 동아시아 전략 불균형 상황에 직면했다. 그간 중국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결속 약화를 원했고, 한국과 현상유지에 머무는 자체만으로도 세력전이가 유지돼 역내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사드 문제로 파생된 한·중 갈등은 한·미·일 군사 협력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런 현상은 세력전이 측면에서 미국의 쇠퇴가 늦춰짐은 물론 중국의 부상을 저지할 수 있기에 중국의 전략적 손실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시진핑 지도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적실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전략적 구상을 재고할 전망이다. 시진핑은 2013년 카자흐스탄(Kazakhstan)에서 일대일로 구상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이래 유라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지역에 이르기까지 80개국이 참가하며 국가 간 인프라 연결, 무역 확대, 정책 공유, 자금 조달을 목표로 제시해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6년간 중국은 당사국에 수천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며 부채 외교(Debtbook Diplomacy)를 펼쳐왔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중국의 투자가 일대일로 대상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현지 노동력을 통해 고용 효과를 창출하기보다 저임금의 중국 노동자를 대거 유입시켜 자국만 이익을 보는 구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대일로 최대 투자 대상국인 파키스탄은 과다르(Gwadar)항에서 신장(新疆) 카스(喀什)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3,000km의 경제회랑(经济走廊) 사업을 추진하며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중국의 차관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재적 성격임을 강조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당사국의 부채임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일대일로 당사국은 중국 경제에 종속될 수 있어, 현지에서 대중국 부정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중국 내부에서조차 일대일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책 조정의 불가피성을 뒷받침한다. 2013년 이후 중국은 일대일로 구축을 위해 자국이 보유한 막대한 외화를 투입했음에도,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수익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2기 지도부는 일대일로의 국내외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고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전략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