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거리예술: 상하이에서 시각예술이 전개되는 또 다른 방식
거리예술 뒤에 ‘시각’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면 대부분 공연예술을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s)를 직역한 ‘거리예술’은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문화체육 관광부가 시민들의 문화향유에 초점을 맞추고 그 확산을 목적으로 사업들을 확장해왔다. 2015년도부터 각 지방자치잔체의 국내 거리예술 활성화 조례가 발의되고 관련 시행령이 확산되었다. 각 지자체 문화재단의 거리예술 공개공모 요강과 선정된 단체와 단체의 프로젝트, 심사위원 구성을 살펴보아도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거리예술이 진행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표적인 외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street artist)’할 때 쉽게 영국의 뱅크시(Banksy)와 미국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를 떠올린다. 스트리트아트는 공연뿐만 아니라 벽화와 그라피티(graffiti)와 같이 기존의 주류문화와 제도권 밖에 있는 다양한 행위와 실천을 포괄하는 광의의 용어다. 이글은 바로 이러한 제도권 밖에 있는 시각예술과 그 예술가들을 다룬다.
“나도 상하이에 살고 싶다-상하이 탐사대편: 상하이 거리에 물든 미술”은 내가 하우아트뮤지엄(How Art Museum/昊美术馆::NO 1, Lane 2277, Zuchongzhi Road, Shanghai, China)1) 큐레이터 레지던시 프로그램(HOW International Curatorial Residency Program)에 참여하면서 연구하고자 했던 주제이다. 지역조사와 작가2)들의 심층면담을 통해 상하이 스트리트 아트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지도로 제작하고자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적 지식과 관심에서 출발한 이 연구주제는 여전히도 높은 담 테두리 안에 위치한 고고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예술에 대한 회의를 담고 있다.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다양한 우리의 삶, 진실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세계에 위치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예술을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상하이 미술 제도권
‘11월 상하이’, 매년 11월은 상하이 아트 위크(art week)3)가 진행된다. 특히 짝수해인 2018년은 핫(hot)했다. ‘상하이 비엔날레’와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Art021’ 아트페어4)가 개최되었고 롱 뮤지엄(Long museum)에서 우리에게 거미조형물 마망(Maman)으로 잘 알려져있는 <The Eternal Thread>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회고전이, 포선(Fosun Foundation)에서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개인전, 유즈(Yuz Museum)에서는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기획전시가 열렸다. ‘거장(巨匠)’들의 작품들이 큰 자리를 차지하는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들이 상하이 전역에서 개최된다. 상하이의 미술제도권, 시각예술의 제도권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또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또 다른 실천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이미 언급한대로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s)5)라고 불리는 작업들이다
미술과 비미술의 경계
스트리트 아트란 단어 뜻 그대로 길 위에 있다. 예술의 가치가 미술제도권 내부 순환을 통해 상대적으로 획득되는 것이라 할 때, 현대의 미술관의 주요기능이 건물, 벽, 액자, 좌대, 이름표, 유리관 등으로 비(非)미술에서 미술을 구별하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때, 스트리트 아트는 미술이라는 범주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우선 목이 좋은 곳을 찾는다. 여기서 ‘목이 좋다’라고 함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완성되기 까지 그 행위를 중단할 공권력이 존재 하지 않는 곳을 말한다. 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내가 상하이에서 심층면담을 진행한 작가 모두가 이에 동의했고 자신이 노출되었던 위험한?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국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동피랑 마을, 혹은 부산에서 진행되는 중구 거리갤러리 미술제 벽화사업 등 일부 공공기관 주도로 전해진 기간 안에 지정된 구역에 허용된 사람들의 작업물이 아니라면 말이다. 2018년 8월 부산의 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스페인에서 온 예술가 Pau Sampera는 그라피티 아티스트였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남기고 싶어 했고 다른 작가가 부산대학교 지하철역 인근 온천천 벽면을 알선6)했다. 스프레이를 들고 그림을 그려 나간 지 채 5분이되기 전 경찰차가 출동했다. 그 차를 타고 인근 지구대에 가서 진술서를 쓰고 다음날 벽을 본래 색의 페인트로 칠해 원상복기 하는 것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지만 결국 그것은 불법이자 범법행위인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해도 그 수명이 그리 길지는 않다. 공공기관에서 파견한 인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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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l 심층면담사진출처: @capitallshanghai
매혹하는 상하이 거리
미술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첫 면담을 성사시키기까지 2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다음의 면담들로 이어나가는데 그리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지 않았다. 면담한 작가를 통해 다음 면담을 또 이후의 면담들을 진행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도권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보다 더욱 긴밀하게 그러면서도 꽤 확장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상해가 본래 출신지가 아닌 중국국적의 작가들 외에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출신의 작가들을 만났다. 놀라운 것은 상하이에 거주하며8)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외국인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중국인으로 구성된 팀인 Capitall9)은 그 원인을 ‘기회의 도시 상하이’라 보았다. 상하이는 세계의 자본이 몰려있는 곳이다. 그러한 곳에서 ‘스트리트 아트는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말을 해도 무리가 없다. 미술제도권 내부가 아닌 곳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또한 사랑받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반스, 아디다스, 리바이스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인 록시땅(L’OCCITANE), 바비브라운(BOBBI BROWN) 등이 이들과 협업하여 제품들을 생산하거나 팝업 스토어를 연다. 이러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그들의 작업이 가지는 특성,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그에 따라오는 높은 접근성 때문이다. 시각적 스트리트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업들이 사람들 가까이에 위치하면서 그들과 그 관계 가운데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10)
거리의 낙서로 출발한 뱅크시의 개인전이 2009년 “Banksy versus Bristol Museum”라는 이름으로 브리스톨 뮤지엄에서 개최되었다. 길 위의 예술이 미술제도권 내부로 ‘초청’ 되었다. 물론 뱅크시의 작업과 그의 실천들이 가지는 사회비판적 의미11)와 미학적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이 제도권 내부로 초청되는 데는 그의 작업이 위치했던 장소와 사람들의 관심, 사랑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길 위에서 일어나는 실천들과 그 움직임들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실제의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그들을 말이다. 나는 그들과 행위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작업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상하이의 길 위에서 시각예술이 전개되는 방식들은 지금 우리의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며 이는 앞으로 더욱더 활성화되며 그 범주를 넓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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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l Sketch Day 사진출처: @capitallshanghai and @chinagraff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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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년도 국제 레지던시 파견 개인분야 파견 기획자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2016년 부산문화재단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재단과 미술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 2018년 하우아트뮤지엄에서 큐레이터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면서 협력하게 되었다. 하우아트뮤지엄측에서 설립 모회사인 Onehome Art Hotel 숙박, 하우아트뮤지엄 사무실 내의 작업 공간, 현지기관 및 관계자 만남을 지원하며 재단에서 왕복항공, 현지 체재비 등을 지원한다. 최소 7일부터 최대 30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나는 2018년도 총 7명 가운데 마지막 참여자로 선정되었으며 28일간 상하이에 머물렀다. 자세한 내용은 부산문화재단 공식 웹사이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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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글에서 예술가와 작가는 작품의 창작자 혹은 생산자로서의 주체를 지칭하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각예술과 미술, 예술과 미술도 동일하게 사용된다. 앞 단락 외에 이후 진행되는 글에서 스트리트 아트와 거리예술, 길 위의 예술 역시도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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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1월 한 달 간 상하이 국제예술제가 열리고 그 가운데 한 주를 아트 위크라고 지칭해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리와 밀라노, 런던 등에서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패션쇼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주간, 패션 위크(fashion week)와 유사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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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11년 중국 미술품 시장의 거래액은 573억 위안(한화 약 9조 5,060억 7,000만원)에 달했고 세계 미술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보다 1%를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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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라피티(graffiti)와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 역시 혼용되어 사용하고 있는데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스트리트 아트는 그라피티, 태깅(tagging), 버스킹(busking) 심지어 타투(tattoo)까지도 포괄하는 광의, 상위의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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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후 일어난 일들을 보면 섭외, 선정, 추천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더 내포하고 있는 알선이라는 단어사용이 더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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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레지던시 참여 기간 중 법률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힘든 사건이 있었다. 2018년 11월 18일~2019년 1월 27일까지 Fiu Gallery에서 진행되는 프랑스인 그래픽 디자이너 Camille Walala의 개인전 ‘This & That’은 갤러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벽면까지 그녀 특유의 패턴으로 덧입혀졌다. 그러나 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외벽은 본래의 건물 색으로 돌아왔다. 12월 19일 한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링크를 통해 열람했던 “상하이에 다채로운 벽을 용납할 수 없습니까?: 네티즌: 누가 상하이를 죽였습니까(偌大上海容不下一面彩色墙?网友:谁杀死了上海)”라는 제목을 단 인터넷 페이지 역시 6일이 지난 25일 다시 확인했을 때 삭제되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오픈되어 있는 게시물들을 교차확인 해보았을 때 12월 15일까지는 오픈 당시의 모습을 유지한 것을 보인다. 21일 내방한 나는 안타깝게도 내부 전시만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상황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가의 동의 없이 정부가 벽화를 일방적으로 철거한 2007년 도라산 역 벽화사건에서 법원은 작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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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심층면담을 진행한 작가들은 최소 3년 최대 11년 동안 상하이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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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팀 Capitall은 스트리트 아티스트들과 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Sketch Day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각자의 스케치를 벽면에 붙여 전시하고 그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은 그 커뮤니티를 더욱 탄탄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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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극단적인 물신주의와 상품화 그리고 스타쉽의 아우라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돈’이라는 단어가 붙기만 하면 내부를 들여다 볼 일말의 노력도 없이 짙은 색안경 못지않은 선입견으로 무장해 물어뜯기 바빠야만 하는가? 자본주의는 정말로 우리의 삶의 기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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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과거 뱅크시가 테이트모던, 메트로폴리탄, 자연사박물관 등 미술제도권 내부 침투를 시도했던 퍼포먼스 영상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은 미술제도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예술기획단체LaVie 디렉터 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