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무역분쟁 진행과 향후 중국경제 영향
1. 미중 무역 분쟁 진행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간 무역마찰을 두고 여러 정치·경제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총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대중 압박 여력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싸움에, 내수주도로 바뀐 경제구조에서 위안화 국제화, 일대일로, 산업고도화 등으로 자신감을 가진 시진핑 주석이 양보없는 응수를 한 결과라는 판단이다.
2018년이 1라운드였다면, 트럼프는 2019년부터는 2라운드 승리를 위해 금융(위안화 환율, 주가 등)과 산업고도화(중국제조 2025)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무력화 시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과 화웨이에 대한 공세는 이를 방증한다.
2019년 5월까지 미국과 중국은 세 차례 보복 관세를 주고받았다. 이는 2017년 기준 미국의 對중국 수입규모(5,056억 달러)의 49.4%에, 중국의 對미국 수입규모(1,497억 달러)의 73.5%에 해당한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무역적자 축소, 지적재산권 보호 및 첨단기술 유출방지 마련 등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7년 2,563억 달러(전체의 32.4%)에서 2017년 3,752억 달러(47.1%)로 급증했는데, 그 원인으로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와 불공정 무역행위 등을 지목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설명은 미국의 높은 소비성향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때문이다. 미국은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축소하라고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
2019년 6월 29일, 양국 정상은 오사카 G20 회의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당초 예고된 3250억 달러 추가 관세부과 방침을 철회하였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미 무역 전쟁은 시작되었으며, 그 대응에 전력을 기울어야 되는 입장이다.
<표> 미국과 중국의 관세부과 현황
주: ( )는 2017년 기준 상대국 전체 수입규모 대비 비율
자료: USTC, 중국 상무부, 공개자료(2019.7)
2. 양국의 대응 기조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구조를 보면 최종재 21.3%, 중간재 9.4%로 최종재 비중이 높아 향후 기업보다는 가계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2017년 기준 對미국 수입액이 미국의 1/3에 불과해 보복관세만으로 맞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수출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중국에게 생산감소도 부담이다. 중국 전체 수출 중 對미국 비중이 18.9%로 가장 높아 보복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추가 보복 관세와 기타 압력(위안화, 투자제한 등)에 대해서 중국 내 언론에서는 비관세 방법(중간재 수출제한, 중국 내 미국기업 제재 등)으로 보복을 거론하고 있으나, 이들 방법 모두 부작용이 크다. 중간재 수출 제한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내 생산기업의 희생도 따르며, 미국기업 제재 역시 중국 내 다른 외국기업에 파급 될 악영향이 적지 않다. 현재 중국 전체 수출의 40% 이상은 외국투자기업에서 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내 여론을 참조한 중국의 대응방안은 미국과의 ‘100년 전쟁’을 대비하는 장기전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100년’이라는 시기적 의미는 중국 탄생 100주년인 2049년까지의 1등 국가를 건설하려는 시진핑의 ‘중국몽’과 연결되며, 이 기간까지 미국과의 여러 요인에서 장기전은 불가피하다는 중국정부의 선전전이 최근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 싱크탱크인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장옌성 수석연구원도 2019년 5월 22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갈등을 촉발한 무역협상 방식이 서구 열강의 침략 전쟁인 ‘아편전쟁’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정부는 전면적인 보복 보다는 미국의 제재에 견디면서 1대1 대응 전략(화웨이에 대응 페덱스 조사 언급 등), 혹은 관리 가능한 장기적인 무역분쟁 모드로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내부적으로는 양국간 무역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시킬 방향으로 관련 정책이 이미 추진되고 있다. 먼저 중국정부는 작년 7월부터 1449개 수입 소비재 평균 관세율을 15.7%에서 6.9%로 대폭 낮춘 데 이어 11월부터는 1585개 수입품목 관세율도 인하했다. 이는 소비자 수입물가 안정과 기업의 수입재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이다. 또한 작년 11월 1일부터 수출부가세 환급 조건을 간소화했다. 즉 미중 무역갈등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들을 위해 세부담을 덜어주고, 수출 혜택을 주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회담 성과를 종합하면, 지재권과 기술이전 분야에 있어서는 진일보 한 합작이 있었고, 미국도 관심사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유효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품, 에너지, 공업제품, 서비스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양국의 수용 범위나 쟁점은 여전히 간극이 큰 상태이다.
<표> 미국과 중국간 무역 협상 현황
자료: 중국경제금융연구소(2019.2.4)
게다가 중국 국무원은 2018년 9월 24일과 2019년 6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미중간 무역협상을 보는 중국 내 시각을 ‘백서’ 형태를 통해 중국 국민들에게 공지한 바 있다.
첫 번째 백서(关于中美经贸摩擦的事实与中方立场. 2018.9.24)가 미중간 협상이 결렬되는 한이 있더라도 중국정부는 미국에 고개를 숙이면서 불리한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선언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두 번째 백서(关于中美经贸磋商的中方立场. 2019.6.2)는 중국이 손해를 보지 않을 미중간 협상은 결렬되었으며, 이에 따라 미중간 무역마찰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를 하라는 중국 내 각 경제 주체에 대한 경고문으로 해석된다. 즉, 중국 내부적 시각은 연내 무역 분쟁 타결에 회의적이다.
반면, 무역분쟁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은 투자은행 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연내 타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무역 분쟁이 당분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겠으나, 2019년 말까지는 양측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Bloomberg가 40여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7%가 2019년 중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2020년 타결:18%, 5년내 타결:3%, 완전결렬:13%). 2019년 중 협상 타결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상호간 관세부과가 양측 경제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협상 타결이 장기간 지연되는 것은 미·중 정부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3. 장기전을 준비하는 중국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9년 5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3천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대상에 휴대전화, 랩톱, 태블릿 컴퓨터 등을 새로 포함하고 희토류, 제약품, 약품 원료 등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아킬레스건(희토류 등)을 중국에 보여주는 상황으로 중국과의 장기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6월 1일자 관세 부과에서 5%, 10%, 20%, 25% 등 4단계별 관세를 추가로 적용했으며, 자동차 부품 등 67개 품목은 제외했다. 이 역시 중국의 약점을 미국에 시현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중국은 보복관세 적용 제외 제도도 신설했는데, 기업의 신청을 받아 미국을 대체할 수입처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이는 보복관세로 미국에서 반입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중국 국내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이 타격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
주: Caixin(차이신) PMI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음.
2019년 중국경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년도 7월부터 시작된 미중간 무역 분쟁에도 불구하고, 6.4%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1~4%포인트 상회한 것이며, 중국 지도부에게 줄어들 대미 수출을 내수 및 투자로 상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2분기 경제 성장률은 6.2%를 기록했는데, 27년만에 분기별 최저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정부의 목표치(6~6.5%) 구간 안에 있으며 상반기 실적으로 보면 6.3%라는 양호한 성적이라는 반론도 상존한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바로 실물경제의 위축이다. 구매자관리지수인 PMI는 기업을 통해 보는 중요한 미래경기지표이다. 회귀분석에 따르면, 3개월 연속 불황의 경계선인 50 이하로 하락된 PMI는 공업생산과 수출에 유의미한 마이너스 효과를 시현한다. 따라서 이러한 추세는 향후 중국 실물경제의 부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9년 6월 중국 제조업 PMI는 49.4로 두 달 연속 불황의 기준점인 50 이하를 기록했다. 수 년간 51 이상을 유지하던 제조업 PMI는 2018년 9월 미국의 보복관세가 실제 부과된 점에 영향을 받아 50.8로 떨어졌다. 이후 3달간 50 이하(2018.12-2019.2), 2달간 50 이상(2019.3-4), 또 다시 두 달간 50 이하(2019.5-6)라는 불안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정부가 금년 하반기부터는 불황에 대비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4. 對중국경제 영향과 하반기 전망
미중간 무역분쟁이 본격 시작된 2018년 하반기 이후 중국 거시경제 동향을 분석하면, 수출입 증가세는 2018년 4/4분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되어, 수출의 경우 2019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한 2018년에 전년비 9%나 성장세를 기록한 소매판매액은 2019년 1분기에는 8.3% 수준을 보여 이전보다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반면, 고정자산투자는 중국의 고성장 동인 요인 중 하나인데 2018년(5.9%) 대비 2019년 1분기에는 6.3%로 0.4%포인트 높은 수준을 나타내어 본격적으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 완화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당초 중국정부의 경제성장 기조는 소비중심의 내수기반 확충과 민간부분의 부실채권 축소 등 질적 성장전략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의 확산으로 더 이상 이러한 ‘한가로운’ 성장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금년 하반기에는 불가피하게 고정자산투자에 의존도를 높이는 단기 성장전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주도의 인프라 투자에 집중될 전망이며, 인프라 투자 증가율이 5%포인트 상승하면 GDP는 0.4%포인트 확대된다는 추산(華創證券. 2019.6.11.)도 있다. 이는 중국 정부부채 규모가 GDP 대비 49.8%로 선진국(98.2%) 대비 양호하다는 전제조건에 기인한다. 그러나 금년 상반기에 써 왔던 내수 부양을 위한 감세 정책이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인프라 투자 역시 예산 투입을 필요로 해서 결국 정부재정의 악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적지 않은 인프라 투자가 지방정부를 통해서 집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결국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를 악화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국내외 연구기관 전망치를 종합하면, 연내 미중간의 무역분쟁이 타결되어 3250억 달러의 추가 관세부가가 취소될 경우, 2019년 중국경제는 6.3%의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반면,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2019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6%로 하락하여 2019년 전체로는 6.1%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표> 중국 거시경제 지표 (전년동기대비, %)
주: 고정자산투자는 누계기준. 환율은 기말 기준. * 2019년 1/2분기 GDP.
자료: 국가통계국(2019.7), 인민은행(2019.7), 한국은행 북경사무소(2019.6.21)
5. 시사점
미중간의 무역분쟁은 두 나라를 주요 교역 대상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대처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끝날 것 같지 않은 현 상황에 대하여 다음 몇가지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첫째, 장기화 되고 있는 미중간 무역분쟁에 대한 우리의 대비책 역시 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주요 방안으로 기존 무역구조의 탈피를 위한 노력을 들 수 있다.
기존 삼각무역구조의 변화보다는 새로운 소비시장을 뚫어야 한다. 한-중-미 3국간에는 ‘한국산 중간재→중국산 완제품→대미 수출’이라는 삼각무역구조가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는 수개월 내에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2017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여전히 78.9%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2017년 중국의 전체 소비 규모는 43.5조 위안으로 GDP의 52.6%다. OECD 평균(78.4%)보다 낮으며, 동남아 평균(56.6%)에도 못 미친다. 중국세관 통계를 보면, 2017년 중국 수입품 중 한국산 소비재 점유율은 5.7%였다. 2015년(7.7%)과 2016년(6.7%)에 비해 오히려 하락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1억명을 도시로 이주시켜 현재 추진 중인 도시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미국 견제에 대비하여 해외투자기업에 자국 시장 문호 개방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러한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가 사실상 화웨이를 겨냥한 거래제한 기업명단에 서명한 2019년 5월 15일을 기점으로, 이전의 미중간 통상 분쟁은 기술 분쟁으로 전환 되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 역시 기업 수준의 이에 대한 장기적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미중 무역 갈등은 중국의 경제 및 기술력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배경이 있다. 중국의 경우, 지금은 차세대 산업 발전이 다소 늦춰지겠지만 향후 산업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다시금 기술 분쟁을 불사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미중 기술분쟁을 긴 시각으로 보면서, 상시 미중간 기술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인식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보완해야 한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 수출 품목의 다양화가 중기 대비책이라면, 시장별 맞춤형 수출 품목 개발을 위한 R&D투자 확대는 장기 대비책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미중간 금융 분쟁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부상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곱지 않다. 따라서 단순한 위안화 환율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자본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단기간에는 미중간 금융마찰로 환율이 급변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 내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도, 한국에서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도 있다. 따라서 위안화 환율의 등락은 모두에게 다른 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맞춤형 대비를 기업 자체에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참고자료: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미·중 무역분쟁의 향후 전개 방향 및 영향 전망’ (2019.5.15.)
- 한국은행 북경사무소. China Weekly. (2019.6.28. /7.5/7.12)
- 한국무역신문 (2019.6.2)
- PMI D/B. 중국물류구매협회(2019.7.18)
부산외국어대 김동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