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제12차 5개년 규획을 거치면서 상당 수준의 성과를 기록한바 있다.1) 2013년 9월, 중국 최초의 자유무역시험구가 상하이에 설립되면서 국제경쟁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상하이는 중앙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자유무역시험구의 개방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2) 더구나 상하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되는 13차 5개년 규획도 역시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 중 상하이항에 대한 중점계획을 살펴보면,3) 우선 국제컨테이너 허브항 기능의 강화를 들 수 있다. 2020년까지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4,200만 TEU까지 확대하고, 환적기능의 확대를 통해 환적비율을 제고할 계획이며, 해·철(海鐵) 복합운송 발전을 통해 철도와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하게 된다. 다음으로, 현대 해운서비스 체계의 개선을 들 수 있다. 해운금융의 발전을 통해 해운 보험업 규모를 확대하고, 선주 상호보험 등 해운보험 상품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또한 해운 운임거래 파생상품을 발전시키고, 선박등록 제도를 통해 선박거래의 규범화를 추진하고, 국제해운기구의 상하이 유치 등 여러 정책들을 시행할 계획이다.
상하이항의 발전은 1953년부터 이어져 온 5개년 경제개발계획, 1978년부터 시작한 개혁·개방 정책, 2000년의 서부대개발 정책, 시진핑 주석 시대에 시작한 3대 전략(‘일대일로’, ‘창장경제벨트’ 및 ‘징진지 협동발전’) 추진 등에 따른 중국경제의 성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또 13억 명이 넘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형성하면서 많은 물자의 도입이 항만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중심에는 상하이항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2018년 현재, 상하이항은 세계 제1위의 컨테이너항만이다. 2010부터 9년 연속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4) 잠시 과거로 눈을 돌려 1990년의 상황을 살펴보면, 상하이항의 컨테이너물동량은 46만 TEU로 세계 23위, 같은 시기에 부산항은 235만 TEU로 세계 5위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상하이항의 입장에서 부산항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부산항이 상하이항에 비해 컨테이너물동량 처리실적으로 5배 이상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2000년 들어 754만 TEU를 처리한 부산항은 세계 3위를 기록했고, 상하이항은 561만 TEU를 처리하여 세계 6위로 부상하면서 물동량 격차는 1.3배로 상당부분 좁혀졌다. 다시 10년이 지난 2010년에 상하이항은 1,419만 TEU를 처리한 부산항보다 두 배가 넘는 2,907만 TEU를 처리함으로써 세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반면에 부산항은 2003년부터 상하이항과 선전항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2010년부터 컨테이너물동량 측면에서 상하이항은 더 이상 추적하기 어려운 존재로 커진 것이다. 이는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의 연평균증가율이 부산항은 7.3%에 그친 반면, 상하이항은 부산항보다 두 배에 가까운 14%에 이른다는 점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표 1> 부산항과 세계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물동량 처리실적 추이 단위 : 천 TEU
자료 : 부산항만공사(BPA)과 중국항구협회 내부자료
상하이항의 컨테이너터미널은 구항, 와이까오차오 터미널 및 양산항 터미널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50개 선석, 7,550m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7개 선석(2,350m)은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이다. 상하이항은 중국에서 세 번째로 완전 전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을 운영5)하고 있다. 시범운영 기간인 2019년에 201만 TEU의 처리로 현재 시설능력 400만 TEU의 50%를 달성함으로써 운영 첫 해의 성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손에 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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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항 부두 모습
<표 2> 부산항과 상하이항의 컨테이너부두 시설 현황
1) 부산항의 선석 수에는 1만톤급 1선석(자성대), 5천톤급 1선석(신감만)이 포함되어 있음.
2) 부산항 신항 3부두와 4부두는 각각 5만톤급 2선석, 2만톤급 2선석으로 건설되었는데, 이를 각각 5만톤급 3선석으로 보았음.
3) 부산항만공사(BPA)와 상하이항만공사(SIPG)의 내부 자료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음.
최근, 상하이항은 글로벌 절대 강자로 군림하기 위한 차원에서 전자동화 터미널 운영 이외에도 창장 황금수로 항만 간 협력, 창장삼각주 항만군 일체화 발전 및 창장삼각주 해운혁신발전연맹의 설립, 항만 간 투자건설 협력 강화, 해·철 복합운송 업무방안 발표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6)
전자동 컨테이너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상하이항과 달리 부산항의 경우는 도입의 초입단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힘든 상황에 봉착해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항만의 자동화 도입은 막대한 투자비 및 적정 수익성 확보, 기존 터미널과의 생산성 차별화, 자동화 설비의 최적 운용 보장 등 여러 부문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져 있다. 이와 함께 기존 항만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 문제 등 자동화부두의 건설에 많은 난관이 가로 놓여 있다. 하지만 중국은 칭다오항 전자동화터미널의 운영 경험7)을 보도를 통해 홍보하고 있고, 자동화 장비를 개발한 상하이 전화중공振华重工(ZPMC: Zhenhua Port Machinery Company Limited)에서도 자체 기술의 우월성을 앞세워 자동화 장비 수출을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입장이다.
둘째, 창장 황금수로 주요 항만 간 협력이다. 일례로 장쑤성 타이창항과의 협력을 들 수 있다. “2014년 7월, 상하이항과 타이창항 간 전략적 협의가 강화됨에 따라 상하이 양산항과 타이창항 간 매 8시간 한 차례 5정 정기선(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 정해진 항로, 정해진 항차 및 정해진 운임)을 운항하고 있다. 과거에 와이까오차오8) 항만구역을 이용해 양산항으로 이전했던 방식에서 이제는 모두 타이창항에서 집결되어 양산항으로 옮겨지는 방식으로 변경됨으로써 타이창항의 컨테이너 집결효율이 더 높아졌다.”9) 이러한 사례 이외에도 상하이항만그룹(SIPG)이 창장 내 장인항, 난징항, 우후항 및 타이창항 주요 거점 항만에 투자하여 항만시설을 확보하고 상하이항과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셋째, 창장삼각주 항만군 일체화 발전의 추진 및 창장삼각주 해운혁신발전연맹의 설립이다. “창장삼각주 항만군10) 발전에 따라 상하이항과 닝보·저우산항을 국제허브항으로, 난징항과 롄윈강항을 지역허브항으로, 자싱항, 원저우항, 난통항, 전장항, 장자강항, 우후항 및 허페이항 등을 보급항으로 하여 창장삼각주지역 항만의 다차원적인 발전 요구를 만족시켜 나갈 계획이다. 창장삼각주지역 각 성·시의 항만 발전 목표에 따르면, 앞으로 상하이항은 여전히 컨테이너 업무를 위주로 하여 국제 허브항만의 위치를 계속 공고히 다지게 될 것이다.”11) 이와 더불어 “2019년 7월 11일, ‘창장삼각주 해운일체화 발전 포럼’에서 창장삼각주 해운혁신발전연맹을 정식 설립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결성된 연맹은 국가전략을 관철하여 지역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해운·항만 연동체제 발휘를 통해 창장해운·항만 고품질 일체화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12)
넷째, 항만 간 투자건설 협력 강화이다. “2019년 2월, 상하이항그룹은 저장해항그룹과 공동으로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세계 제1의 대형 컨테이너항만(상하이항)과 세계 제1의 총 물동량 항만(닝보·저우산항)이 지분투자를 통해 최초로 본격적인 협력을 한 사례이다. 이에 따르면, 상하이그룹과 저장해항그룹은 지분협력을 통해 소양산 종합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13) 이번 조치는 ‘상하이국제항운중심’의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고,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해·철 복합운송 업무방안 발표이다. “2019년 7월 12일, 상하이는 「상하이시 해·철 복합연계 운송 발전 업무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교통운송 구조를 더욱 개선하고, 컨테이너 도로·철도 복합연계운송, 해·철 복합연계운송 발전 추진을 통해 전면적으로 복합연계운송의 연평균 20% 증가, 해·철 복합연계운송의 연평균 10% 증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해·철 복합연계운송 발전 총체계획은 상하이항 집산체계 개선을 추진하여 컨테이너 중·단거리 운송을 기존 도로운송 방식에서 수상운송 방식으로 전환하고, 여러 운송방식의 장점 및 효율을 충분히 발휘하여 종합적인 운송서비스 구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에 따르면, 상하이는 2035년까지 해·철 복합연계운송을 175〜300만 TEU로 전체 컨테이너물동량(5,000〜5,500만 TEU)의 3.18〜5.5%를 차지하게 한다는 목표이다. 또한 2021년부터 연평균 10% 이상의 증가를 실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철도상하이국그룹은 해·철 복합연계운송 경영자에게 운송비의 30〜50% 우대, 하역비의 30〜50% 우대를 실시할 계획이다.”14)
한편,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상하이항은 적절한 대응과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선박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 LNG 벙커링 부두의 배치 및 항만의 육상전원공급장치(Alternative Maritime Power: AMP) 등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선박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의 경우, “2015년 중국 정부가 선박배출통제구역을 지정한 이래 상하이항은 2016년 4월, 선박 대기오염물질 배출규제 조치를 조기에 도입하고 이를 강화해왔다. 특히 상하이항은 접안 정박 중인 선박에 대해 2016년 4월 1일부터 0.5% 이하 저유황유 사용규제를 도입했으나, 불과 2년 6개월 밖에 경과하지 않은 2018년 10월 1일부터는 상하이 ECA(Emission Control Area: 배출규제 해역)에 진입하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규제를 확대 시행해서 선박 배출 대기오염물질 저감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15)
둘째, LNG 벙커링 부두의 배치이다. 이는 “2018년 4월, 상하이시 교통위원회의 「상하이 LNG 벙커링 부두 배치계획」에 의거하여 양산 심수항 구역을 포함한 11곳에 배치를 계획하고, 와이까오차오(外高桥)와 루챠오강(芦潮港)의 두 곳을 연구대상 구역으로 지정한바 있다.”16)
셋째, 항만의 육상전원공급장치(AMP) 사업의 경우, “상하이항은 아시아 최초로 우송국제크루즈항과 양산심수항 3단계 터미널에 항만 AMP 시설을 설치하였고, 양산심수항 4기 AMP 시범사업도 2018년 12월에 가동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8년 2월 현재, 상하이항에는 규모 이상의 AMP 공급설비 20기 세트가 설치되어 총 26개 선석17)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상하이항 전체시설의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리고 상하이항은 교통운수부의 「항만 AMP 배치방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 기존(컨테이너선, 크루즈선, Ro-Ro선, 3천 톤급 이상의 여객선, 5만 톤급 이상의 벌크선 등 5개 전용선석) 50% 이상의 항만시설에 AMP를 공급할 계획이다.”18)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상하이항은 세계 제1위의 컨테이너항만으로서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아주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외에도 상하이항그룹(SIPG)의 이스라엘 하이파 신항 개발사업 추진과 아울러 자유무역항을 도입하기 위한 정책의 입안과 북극항로의 상업화에 대비한 대응방안 마련 등 굵직한 정책들도 연이어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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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의 전경
반면에 부산항의 경우,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도입에 따른 정부 및 해운·항만업계의 폭넓은 지지와 협력을 얻지 못한 입장이고, 해외항만 개발사업도 정부와 국회의 동의를 얻는데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특히, 완전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의 건설과 운영은 자동화 부두의 구축에 따라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생산시스템의 최적화,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AGV 경로 스마트 알고리즘의 지속적 최적화, 야드 크레인의 전자동화 기술 등 4차 산업의 기술혁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 측면에서 바라볼 때, 완전 자동화 터미널의 도입과 국가의 국제경쟁력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컨테이너항만의 완전자동화를 찬성하는 입장이나 또 그 반대의 입장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따라서 이견을 좁히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는 계속 이어가더라도 새롭게 개장되는 터미널이나 여유 터미널을 대상으로 우선 테스트 베드(test bed)를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자동화 도입에 따른 여러 논쟁들을 걸러내고, 또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으로 무장한 스마트 항만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완전 자동화 항만정책 이외에 현재 상하이에서 적극 추진 중인 정책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창장 황금수로 관련 제반 정책, 지역의 항만그룹 간 투자건설 협력 강화, 해·철 복합운송 업무방안, 녹색항만 정책 등이 있다. 부산항의 입장에서 볼 때, LNG 벙커링 부두와 항만 AMP 도입 등 녹색항만 정책에 해당되는 사업들은 조기에 투자계획으로 확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와 자유무역항 제도의 도입 계획 등은 부산항에서 추진 중인 항만배후단지의 외국인 기업유치 정책과 연계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창장지역 주요 거점항만의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의 축소 및 금융제도의 획기적인 개방·개선 등에 대한 제도는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개선하여 정책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상하이항그룹(SIPG)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해외항만개발은 아니더라도 부산항만공사가 장래 우리나라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 Global Terminal Operator)의 육성에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심각히 고민하고, 그 실행계획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