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본시장은 그동안 중국경제의 성장세에 의해 막대한 규모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이 거대한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중국정부도 자국 자본시장을 개혁 및 개방하기 위해 선강통(深港通), 후강통(沪港通) 및 강구통(港股通)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증권시장을 개방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또한,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자격을 점차 완화하고 매매를 허가하는 상품군들의 범위도 확대해왔다. 중국정부의 자본시장 개혁개방 정책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 투자자들의 무차별적인 투자를 막고 해당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국 자본시장의 발달속도와 성장세에 맞추어 제한적이지만 순차적으로 개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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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본시장 구조>1)
미중무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중국정부의 자본시장 개혁개방 전략은 중국정부가 양대 위원회2)를 내세워 자국의 금융시장을 통제하면서 일부 증권시장을 해외투자자들에게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었다. 중국정부가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이유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얻은 교훈, 중국정부의 냉전적 사고 및 정치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첫번째, 중국정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지켜보면서 주권국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시장이 국가의 경제발전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중국은 유달리 국가의 주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려고 한다. 두번째, 중국정부는 그들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금융자본들이 서방선진국들의 앞잡이가 되어 의도적으로 자국의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자본시장의 감독기관인 중국 증감위에서 자본시장 개혁개방 정책들을 추진하면서도 이런 위험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샤오강(肖鋼) 전 증감위 주석은 지난 7월 6일 중국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서자국의 자본시장 개혁개방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위협과 도전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3) 물론, 한국 등 해외 국가들의 자본시장 개방 과정을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의 패권전쟁을 염두에 두는 냉전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정부는 기존의 관리감독체계에서 얻는 이익을 포기하기 싫어한다. 중국이 그동안 숱한 경제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들 중 하나는 정부가 자본시장을 직접 관리 및 감독하면서 막대한 자금들을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기 떄문이다. 지난 20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중국정부가 3조 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인프라 건설 등 경기회복조치에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정부는 투자 및 소비 수요 창출을 위해 현행 관리감독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중국의 현행 자본시장 관리감독 체제와 관련하여, 이 체제를 만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들의 정치적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각급 지방정부들은 동부연해 지역의 1급 도시와 지방정부들에 비해서 재정자금이 적고 그 주민들도 가난해서 양자 간에 경제격차가 심각하다. 중국 중앙정부도 이것을 알고 각종 지역균형개발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지만, 서부내륙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상무위원들은 대부분 이들 가난한 지방정부들의 성장 및 당서기를 지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낙후된 지방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으며, 중국이 아직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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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중인 미중 양국의 무역대표단>(출처 : baidu.com)
중국정부의 이런 정책기조는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무역전쟁으로 인해 다소 흔들리게 되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십수차례에 이르는 미중무역협상 과정에서 위안화 환율제도와 중국 자본시장의 완전개방을 협상조건으로 들고 나왔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이런 요구를 미국이 무역협상을 빌미로 중국의 정치 및 경제구조를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뒤흔들려는 시도로 여기는 듯 하다.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국 자본시장의 완전개방은 곧 중국정부의 통제력 상실을 불러온다고 여긴다. 미국은 중국에게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보험, 은행 등 모든 자본시장을 한꺼번에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중국의 자본시장이 완전개방되면 현행 관리감독 체제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중국정부의 금융산업에 대한 통제력을 일정부분 상실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정부가 지금처럼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자금을 배분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자국의 금융산업을 개혁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는 외국계 자본이 무차별적으로 자국의 자본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국부 유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말에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양국은 그때까지 진행중이었던 무역전쟁을 휴전하기로 하고 중지되었던 무역협상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상황이 다시 반전된 상황에서. 중국이 자본시장 완전개방 의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중국이 미국이 지나친 요구만 하지 않는다면 자국의 자본시장 전면개방 의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요구'란 미국이 중국에게 중국의 자본시장을 일시에 모두 전면개방하고 환율도 완전변동환율제로 즉시 바꾸라는 수준의 극단적인 제안을 의미한다. 필자는 미국이 중국을 완전굴복시키기보다 자국에 대들지 않도록 길들이려는 의도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외교정책의 근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되는 치적 쌓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트럼프 본인이 비록 '미치광이 전략'을 쓰면서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행보 안에 숨겨진 의도와 전략은 의외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미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미국도 협상과정에서 보다 유연한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지금까지 언급한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중국이 자본시장 전면개방 의제에 대해서 어떤 협상카드를 제시할지 추론해보고자 한다. 먼저,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이행조치에 대한 확인절차를 보장하면서 미국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본 협상이 가능해진다. 그 다음, 중국은 미국에서 자본시장 전면개방을 약 5~6년 사이에 각 단계별 / 지방별로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첫 단계로, 텐진, 상하이, 광저우 등 1선급 도시부터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한다. 이들 권역들은 어차피 해외의존도가 높고 중앙정부의 관리감독 수준도 낮아서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큰 타격은 없다. 그 다음, 2단계로 요녕성, 하북성, 산동성, 하남성 및 복건성 등 동부 연안 지역들과 충칭 지역의 자본시장 전면개방을 추진할 수 있다. 2단계의 추진 시점은 가급적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 중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중국에서 매우 낙후된 서부 내륙지역이다. 이 단계에서는 중국 정부도 그다지 개방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필자가 이렇게 추론한 이유는 동부연해지역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에 대한 원심력이 강한 편이고, 대외개방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자본시장 완전개방을 은근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지방정부에 대한 감찰권을 유지하고 인민해방군을 장악하면 이들 지방정부들의 원심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현행 관리변동환율제4)는 변함없이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중국이 과거 일본이 당했던 '플라자 합의'처럼 환율 때문에 자국의 금융주권이 침해당할까봐 두려워하기 떄문이다. 필자는 미국 또한 일종의 블러핑으로 환율 의제를 상정했을 뿐, 중국의 환율제도를 작정하고 변경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본다. 즉, 중국은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고 체면을 살려준다면 시/공간적으로 단계적인 자본시장 완전개방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