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정보 책이 아닌 스마트폰을 찾게 된다. 사실 여행서를 보면서 구체적인 여행정보를 모두 알 수 없을뿐더러 방대한 양에 일부 지역이나 정보만 끄적이다가 덮게 마련이다. 단순히 여행지의 단편적인 정보만 알 뿐이다. 그러나 본 책은 다르다. 책을 잡는 순간 거의 쉬지 않고 단숨에 한 권을 뚝딱 읽게 만드는 묘한 여행서이다. 오랜만에 또 중국에 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책이다. 매년 가고도 말이다.
저자는 여행가가 아니다. 오랫동안 중국 사회를 연구한 연구자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여행서인지 기행서인지 학술서인지 헷갈린다. 그럼에도 본 책은 그 경계를 절묘하게 넘다든다. 마치 그 지역에 가서 실제 내가 행동을 하는 것 같다. 본 책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사실 중국은 여행정보만 의존하여 배낭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언어문제이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인적교류는 1,0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많은 한국여행객이 중국 각지를 여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단체관광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중국은 중국어를 모르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특히 여전히 사회주의적 색채가 남아있는 중국은 한국과 다른 법규나 규정이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모르면 이러한 점을 확인하기 곤란하다. 더욱이 중국은 사투리가 심하다. 같은 중국인이라도 대화가 되지 않는 곳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단체관광을 간다. 내가 중국을 여행하고 왔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일정에 비슷한 장소를 다녀왔을 뿐이다.
다음으로 중국사회가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각 지역의 경제발전이 그 지역 지도자 역량의 기준이다. 그리고 소비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핫플레이스도 계속 개발되고 있고 지불방식 등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여행서는 이런 변화를 정보로 제공하기 쉽지 않다. 필자도 매년 중국을 간다. 중국을 가면 꼭 들르는 장소가 있다. 바로 스타벅스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중국사회의 변화를 이곳에서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스타벅스는 일부 외국인만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스타벅스는 중국인들로 넘쳐난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잔에 22위안(한화 3,770원)은 중국의 소득에서 보면 결코 싼 게 아니다.1) 그럼에도 중국 청년이 넘쳐 난다. 중국 청년들의 모임장소가 스타벅스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빠른 변화를 기존 여행서에 담기 힘들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본 책이 가진 장점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책은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여행서에 나오는 정보는 대부분 현지 주요 여행지, 가격, 가는 방법정도이다. 반면 본 책에서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백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광동성 동관을 방문하여 먼저 스마트폰을 접속하여 마펑워에 접속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마펑워에 핫플레이스로 선정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면 샤바팡(下坝坊)은 마펑워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본 책은 샤바팡에 대한 추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샤바팡이 선정된 배경과 모바일을 이용해 가는 법까지 제시한다. 또한 샤바팡이이 가진 매력을 몸소 들러서 체험하고 이에 대한 감상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점이 독자가 마치 그 곳에 가서 직접 체험한듯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은 후 눈을 감고 상상을 하면 눈에 선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중국 사회경제적 변화를 보여준다. 본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중국은 모바일사회로 접어들었다. 2018년 중국은 항저우(杭州) 등 6개 도시를 무현금사회 시범도시로 지정하여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이 지역은 모바일로만 결제할 수 있으며 모바일로 결제 시 할인혜택도 준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90후 세대(199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모바일로만 생활하는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2) 중국에서는 게으름경제(懒人经济)라는 신조어가 최근 출현하였다. 게으름경제란 모바일을 이용하여 움직이지 않고 모든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모바일경제의 발전에 따라 중국에서는 거의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의 배달에 대한 역사는 중국보다 길다. 필자가 중국에 유학한 1990년대 말 중국은 거의 배달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 근처 일부 한국식당에서 배달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 배달문화는 놀랍도록 발전하였다. 거의 대부분이 배달이 가능하다. 그 원인이 모바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커피전문점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가능하다. 중국 제2의 커피전문점인 루이싱커피(瑞幸咖啡)는 모바일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하고 배달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자극받아 전 세계에 한 번도 배달을 하지 않던 중국 1위 커피기업인 스타벅스도 배달을 준비 중이다.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사회경제 변화가 빠른 곳이 중국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소비혁명, 모바일혁명, 교통혁명이라 이른다. 소비혁명은 중국경제발전방식이 기존의 투자-수출 중심에서 내수시장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하며 모바일혁명은 전자상거래, ICT산업, QR코드 결제방식 등의 변화로 소비시장이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교통혁명은 고속철로 대변되는 교통수단으로 중국 각 지역의 지리적 거리가 단축되는 것을 말한다. 아마 저자가 본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이 세 가지 혁명인 듯하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저자가 느낀 점은 바로 이러한 변화이며 이러한 변화 속에 중국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여행지역을 갈 때 대부분 모바일을 이용하고 모바일로 숙소를 정하고 모바일로 고속철을 예매한다. 지방 고유의 음식을 먹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든지 모두 모바일로 해결한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인 모두가 이미 그런 생활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단지 일부 중국인이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중국인은 이러한 변화에 이미 적응하였다. 필자가 충칭(重庆)에서 생수 한 병을 사면서 현금을 주자 화를 내던 주인아주머니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바일의 성장과 함께 실명제, 세대 격차 등도 중국의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가 모바일로 고속철을 예매하고 역에 가서 표를 발급받을 때 여권을 제시해야 하는 점이 바로 실명제 등 중국사회의 변화이다. 저자는 이를 사회통제가 더욱 엄격해졌다고 보고 있다. 고속철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탈 때도 길게 줄을 서서 가방을 투시기에 넣고 일일이 검사한다. 중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겪어보지 않은 외국인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저자는 중국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장무를 통해 세대 격차를 말하고 있다. 중국은 세대를 10년 단위로 나눈다. 1980년대 출생자는 80후(后), 1990년대 출생자는 90후라 부른다. 중국은 1960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70년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 80년대 개혁개방과 천안문사태 등 10년을 주기로 큰 역사적 파고가 있었고 이에 따라 각 연도 출생자의 특징이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1980년대 개혁개방 전후 세대이다. 60,70후 세대는 사회주의 시기와 부족함을 겪었다. 그러나 80후 세대 이후는 시장경제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기를 겪었다. 따라서 그 특징이 크게 다르다. 저자가 여행한 홍색관광지의 경우, 이 향수는 70후 세대 이전 세대만이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여행이라는 도구로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셋째, 본 책은 여행서이지만 한국의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기업의 파견 직원이 중국에 잘 적응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의 사회경제적 변화는 중국시장이 필요한 한국기업에 중요한 정보이다. 오랜 기간 중국사회를 연구해온 저자는 단순히 여행정보가 아닌 한국에 다양한 정보를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장점과 함께 본 책은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먼저 여행지역이나 상점의 기본적인 정보를 각주나 팁으로 정리해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보나 팁을 보고 책을 읽는다면 중국의 여행지, 사회경제적 변화를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사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사진의 출처나 개략적인 내용을 사진 밑에 넣는다면 독자의 이해가 더욱 선명할 것이다.
본 책을 덮으며 더 많은 중국의 지역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방뿐만 아니라 소수민족의 보고인 중국의 서남부지역, 중국의 심장인 북방지역, 우리의 역사가 숨 쉬는 동북지역 등등. 저자의 실감나는 필체로 살아 숨 쉬는 중국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