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정당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과 체제 경쟁
2021년은 새로운 십 년의 첫해이자 중국 공산당 창당 백 주년이 되는 해이다. 향후 십 년은 세계질서재편과 각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결정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변화의 시대를 ‘백 년’의 시간대로 인식하며, 건국 백 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의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러한 국가적, 민족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권력구조 및 통치제도를 대대적으로 전환하고 재정비했으며 이를 ‘신시대’로 부르고 있다. 작년 한 해를 휩쓸었던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전환의 방향을 검증하는 시간이었다. 중국 당국은 꼭 일 년 전 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의사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훈계’하며 정보를 은폐하고 초기대응에 실패했지만, 이후 강력한 지역 봉쇄와 언론 통제를 통해 감염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의 방역 대응이 실패하고 전쟁 시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이와는 대비되어 중국의 대응은 더욱 성공적으로 보였다.
이러한 결과의 차이를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이제 중국은 방역의 성공을 ‘체제’와 ‘제도’의 문제로 연결지어 설명하려 한다. 이미 18차 3중전회 당시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제기한 바 있지만, 그동안 강조해온 ‘제도 자신’은 서구가 중국의 체제를 바꾸기 위해 행사하는 강압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갖자는 의미가 컸다. 이러한 수동적 자신감은 작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지나오며 적극적 자신감으로 변했다. 방역과 경제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선전한 곳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말하는 중국 체제와 제도의 장점이란 무엇인가? 우선 중국은 일당체제로 공산당이 유일한 집정 정당이기 때문에, 집정권력이 교체하는 민주주의체제와 달리 국가의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하고 정책 제정에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중앙에서 각급 정부로 전달되는 강력한 행정명령체계에 따라 효율적인 정책의 집행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다. 커다란 위기 상황에 맞서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지침에 따라 지역 곳곳의 촘촘한 자기통제 기제와 조직이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듯 일사불란하게 협조하고 위기를 막는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러한 총동원 체제의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강력한 집행능력을 가능하게 한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은 ‘권위적 리더십’이다. 권위적 리더십은 일종의 인격주의적 규율로, 시진핑 주석이라는 인물로 상징되는 강력한 권위의 핵심이 필요하다. ‘시진핑 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와 다양한 슬로건은 거대한 국가를 일원화하여 앞으로 나아가도록 사람들을 결집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은 ‘가부장적 리더십’이다. 집안에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을 중심으로 온 가족이 똘똘 뭉치고 각자 제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해내는 것이 결국 집안 전체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은 마치 한 가정의 가장과 같은 역할을 자임했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인권이 무시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묵살되며 일부 지역이나 집단이 차별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집안 전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수용된다.
이러한 리더십은 하나의 중앙권력을 보유한 일당체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민주주의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리더십의 유형과 특징은 체제의 운영원리와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치체제의 원리는 권력‘분립’을 전제로 정치제도를 설계한 민주주의체제의 통치와는 그 원리와 동학이 다르다. 당의 ‘영도’를 중심으로 각 영역이 연결되고 조율되며, 민주주의체제와 같은 입법국가가 아니라 강력한 ‘행정력’으로 통치가 이루어지는 국가이다. 당과 중앙에서 결정하면 각급 정부에서는 조직라인을 따라 하달된 명령을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전열을 가다듬은 중국은 바로 이러한 특징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체제와 제도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이를 이론화하려 한다. 이른바 ‘제도 자신’, ‘이론 자신’이다. 바야흐로 이제 미중 경쟁은 ‘무역’이나 ‘기술’을 넘어, ‘가치’와 ‘체제’ 경쟁으로 본격화되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체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중국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압박하며 중국 때리기를 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을 거치며 미국의 리더십은 당분간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했다. 단순히 방역에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선거규칙에 대한 불복, 인종 차별과 극단적인 사회적 분열로 미국의 민주주의체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이 과학을 무시하고 감염병에 대해 기본적인 예방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포퓰리즘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이것이 선거의 자유가 가져온 결과인가. 정치적 자유의 대가가 이러한 사회적 분열과 여론의 양극화인가.
중국은 이러한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민주주의 체제의 현장을 목격하며 자신의 체제와 제도에 대한 우월감에 한층 더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안정과 질서를 최고의 가치로 학습해온 많은 중국인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향후 상당기간 동안 이러한 체제 경쟁은 지속될 것이다. 결국은 어떻게 자신의 체제를 쇄신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극단적 자유주의의 양상이 미국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민주주의 체제는 불평등이 극심해지면서 민주주의 위기를 맞고 있다. 향후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체제는 이러한 사회분열과 극단적 자유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선거’ 주기라는 단기적 시야를 초월하여 통치합의에 이르는 길을 찾아야 하고, 극단적으로 분열되어있는 사회를 통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 역시 위기의 국면에서 총동원과 통제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최적화된 체제로 상명하달식 집행에는 효율성을 발휘할지 몰라도, 중국 체제에 내재된 고질적인 병폐를 혁신하지 않으면 위태롭다. 당과 중앙으로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당과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받드는 충성경쟁이 나타나고 체제 자체가 경직(硬直)된다. 당 내부에서의 권력투쟁, 그리고 각 지방 및 부문에서 ‘작은 독재’의 전횡이 출현할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드러났듯이 정보 전달의 문제, 그리고 상부의 지시와 처벌이 두려워 정보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문제도 있다. 또한 ‘당치(黨治)국가’라 할지라도 당 통치의 근거를 인민에 두고 있기 때문에 민의를 반영하고 민주적 참여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언론 매체와 사상 및 학술 활동, 다원화된 사회의 분출하는 요구들을 틀어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른바 민주주의체제 대 권위주의체제 간의 ‘체제 경쟁’이 냉전 식의 양극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은 이미 미국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도 권위주의체제의 대표가 아닌 자체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또 다른 세계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중국 체제에 대해 무작정 비난만 하지 말고 이제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을 보는 시각 그대로 볼 필요는 없다. 중국 체제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중국의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중국의 경험에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위기의 순간 중국은 전체 경제 구조를 개조하고 국가 전체의 통치구조를 바꾸고 있다. 물론 성공할 수 있을지, 계획대로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30년 후 미래까지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체제이다. 그런 중국이 두렵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집값과 주식 등 오로지 한가지 획일화된 욕망으로 온 국민을 몰아넣고 있다. 재계를 대변하는 보수언론은 혐중을 조장하고 상위 20%만을 위한 주장을 국민 전체의 여론으로 호도한다. 치열한 경쟁과 욕망의 트랙에서 벗어나 그저 평온한 삶과 생활을 꿈꾸는 대다수의 서민들까지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자유주의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자유주의가 아닌 다원주의적 가치가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주택과 공공의료, 그리고 안전한 일터와 생활에 관한 획기적인 제도적 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우리가 힘겹게 쟁취하고 지켜온 민주주의체제는 갈수록 위태로워질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권위주의체제의 도전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 위기에 있다.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를 지키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고 책임있는 일원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장기적 비전과 이를 실현가능하게 하는 촘촘한 플랜을 준비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장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