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2015년 9월 한국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기념 행사에 천안문 성루에 오른 모습은 한중우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16년 여름 한국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후 한중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이는 단순히 한중 양국 정부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교류와 민간 교류에도 큰 악영향을 끼쳤다. 필자가 재학중 참가하려던 <한중 미래숲 녹색봉사단> 활동 또한 갑작스레 중단됐기에 그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냉각된 한중관계의 상황 속에서도 2016년 11월5일, 부산에서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와 중국 상하이 통지대학교 중국전략연구원의 공동 주관 하에 <제1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출발하게 되었다. 필자는 당시 학부생 신분으로 행사 진행 보조 스탭으로 참가하였다. 1회 행사는 웅장하고 활기찼다. 한중 양국의 전문가들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부산- 상하이 도시협력이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지 열띤 토론을 이어가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5년 간의 발자취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중문명: 上海-釜山合作论坛)은 부산과 상하이 두 도시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와 퉁지대학교 중국전략연구원(同济大学中国战略研究院)이 중심이 되어 부산과 상하이 두 도시 간의 협력을 중심으로 한중 협력의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자 하는 취지로 출발하게 되었다.
-
<표1> 2016년 제1회~2020년 제5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발표 논문 수량 비율표
<표1>을 참고하면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에서는 크게 한중관계를 포함하는 국제관계, 경제, 사회·문화, 도시협력 및 기타 의제를 세부적으로 나눠서 학술 교류를 진행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매회 포럼이 개최되는 당해의 한중관계와 동아시아 정세에 있어 큰 영향을 주는 사건들을 시기 적절히 포럼의 의제로 반영하여 실용적인 포럼을 지향해오고 있다.
2016년 11월 제1회 포럼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최되었고 "실크로드 시대와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당시 한국측에서는 장제국 동서대학교 총장, 신정승 現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서병수 前부산시장을 포함한 부산관광공사, 부산항만공사의 주요 관계자, 부산지역 중국연구자 및 국내의 주요 언론매체 기자 등 각계 각층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 하에 출발하게 되었다. 1회 포럼에서는 시진핑 정부 이후 중국의 공식적인 국가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일대일로(一带一路)’를 매개로 하는 한중 협력 그리고 부산-상하이 두 도시 간의 경제·문화 협력 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루었다.
2017년 12월 제2회 포럼은 상하이 퉁지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17.09.03)과 15회에 달하는 각종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역내 안보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과 트럼푸 정부 출범 이후 미중 양국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두가지 정세에 대한 분석, 이러한 정세 하에서 한국과 중국이 정치, 경제, 시민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였다. 특히 2회 포럼은 다른 회차의 포럼보다 미중관계, 동아시아 정세, 한중관계 등 주로 국제관계 분야의 의제가 많이 다루었다.
2018년 10월 제3회 포럼은 부산 동서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본 포럼에서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진행하였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한중 전략동반자관계 10주년, 4월, 5월, 9월에 성사된 일련의 남북정상회담 등 여러 가지 국제적인 이슈가 존재했었고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에서는 이러한 이슈들을 포럼에서 적극적으로 다루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소위 현정부의 국가 발전 전략으로 불리는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의 연계 방안을 놓고 부산과 상하이 양 도시의 학자 간 열띤 의견 교환을 진행했다. 이 외에 3회 포럼에서는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최초로 "부산-상하이의 청년교류"라는 세션을 별도로 두어 부산과 상하이의 학부생, 대학원생 간의 교류를 진행하였다.
2019년 11월 제4회 포럼은 상하이 퉁지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본 포럼에서는 미중 갈등이 나날이 격화되어 가는 동아시아 정세,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한-일 간의 무역 갈등 등 여러 가지 복잡 다변한 정세를 평가 및 분석을 하고 이와 더불어 한국과 중국, 부산과 상하이가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보다 실질적으로 어떠한 협력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특히 기존의 몇차례 포럼과 달리 사회·문화 부분에 대해 다루는 비중이 늘어났으며 부산지역의 유학생의 인문 교육 현황, 한중 양국의 인문 교류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회고, 한국 내에서의 중국 현대문학작품의 전파라는 현상에 대한 고찰 등 문화 부분의 다양한 의제를 다루었다.
2020년 12월 제5회 포럼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의 주최 하에 최초로 ZOOM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포럼의 명맥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본 포럼에서는 과거 4차례의 포럼과 비교하면 다양한 의제를 다루었다. 첫째, 바이든 당선 이후 동아시아 정세에 대하여 한중 양국의 연구자, 전직 외교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견해를 공유하였다. 둘째, 최근 한국에서도 점차 주목을 받고있는 이커머스(E-Commerce)2)를 활용하여 부산과 상하이의 기업들이 상호 시장 진출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를 했다. 셋째, 가덕 신공항 건설, 2030 부산엑스포, 부울경 동남관 메가시티 구축 등 미래의 부산 발전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상하이 혹은 장강삼각주경제권(长江三角洲经济圈)과의 협력을 통상 상생 발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넷째, 코로나-19를 계기로 움직임이 나타난 방역 분야에서의 한중 협력과 부산-상하이 협력을 회고하고 향후 코로나-19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의 부산-상하이 협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또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5주년을 맞이하여 과거 포럼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편집하여 『한중 협력의 새로운 모색,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라는 기념 서적을 정식 출판하였다. 이 외에 과거 4차례의 오프라인 포럼과 비교하면 이번 제5회 포럼은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서 세부 세션과 의제의 수가 다소 줄어든 점과 동시에 의제의 폭이 넓어지고 특히 미래지향적인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룬 점 등이 5회 포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좌: 제3회 포럼 단체 사진, 우: 제4회 포럼 단체 사진>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성과와 한계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6년 사드 배치 공표로 인해 한중 양국 교류의 전반에 걸쳐 냉각기에 처한 시기에 포럼을 출범했다는 점, 중앙 정부 간의 문제가 발생하여 갈등을 겪는 것과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면서 두 도시 간의 협력과 이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 발전에 공헌하기 위한 모색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부산 상하이 협력포럼은 한중관계를 포함하는 국제관계, 경제, 사회·문화, 도시협력 등 여러 분야의 의제를 다루어 왔다. 이러한 세부 의제를 다룸에 있어 단순히 대학과 연구센터의 학자들뿐만 아니라, 경제계, 공공기관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꾸준히 상호 견해를 공유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매년 부산과 상하이를 오가며 그리고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최초로 온라인 화상 회의 형식을 도입하여 협력의 발걸음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2020년에는 5주년을 맞이하여 『한중 협력의 새로운 모색, 부산-상하이 협력』 이라는 책을 국내에서 정식 출판을 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소위 '도시외교'의 모범 사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과거 5년간의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성과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한계점도 존재한다. <표2>는 과거 5년간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에서 발표된 각 분야 별 발표문 수량을 나타내고 있다. 5회에 걸쳐 진행된 포럼에서는 한중관계를 포함한 국제관계, 경제, 사회·문화, 도시협력 순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의 의제로 다루는 영역이 주로 인문, 사회과학에 국한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특히 국제관계 분야는 전체 발표수 중에서 42%를 차지한다. 이러한 특징은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의 영역 범위를 국한하는 한계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점은 동시에 '의제의 다양화'를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5년을 내다보며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2020년 기준 5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5년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5년은 어떻게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아래의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의제의 다양화. 기존의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에서 주로 다루는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의제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보건·의료 협력 문제, 양국(양도시)의 청년문제, 인구 고령화, 빈부격차, 교육 등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회복지 문제,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과 상하이⦁쟝쑤(江苏)⦁저장(浙江)을 아우르는 장강삼각주경제권과의 상호 발전 및 기타 이슈 등으로 '의제의 다양화'를 진행해간다면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단순히 학계를 중심으로 하는 학술 행사에 국한되지 않고 시민, 시정부, 학계, 재계 등 포괄적인 도시 협력의 모범 사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러 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 현재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지역의 대학 소속 연구센터 중심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상단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제를 다양화 하고 보다 포괄적인 도시 협력의 사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양도시와 양국 교류에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대학이 중심이 되는 차원을 뛰어 넘어, 부산의 민·관·산·학 간의 협력, 그리고 이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상설 협의체 또는 TF팀의 구축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각 행위자가 부산-상하이 협력과 같은 도시외교,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산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의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기존에 부산에서 진행해오던 부산-중국 간 교류 프로그램 과의 연계를 통한 발전 모색. 부산에는 부산-상하이 협력포럼과 같이 학술 중심의 대중국 교류 프로그램 외에 부산국제교류재단에서 주관하는 민간 교류 프로그램을 비롯한 몇 가지의 교류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을 실질적으로 부산과 상하이, 한국과 중국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부산과 중국의 교류의 깊이와 범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하는 데에 일정 부분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부산에서 진행되어오던 민간 교류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가령 '부산-차이나 교류 주간'을 설정하여 한 주에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부산과 중국지역 자매도시 청소년 혹은 청년이 참여하는 국제 교류 행사 및 문화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시민 누구나 참여를 통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부산의 도시외교활동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되며 이는 한국의 공공외교에도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2022년 한중수교 30주년과 2023년 부산-상하이 자매도시 체결 30주년 기념. 2022년과 2023년은 각기 한중수교 30주년과 부산-상하이 자매도시 체결 3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중국은 과거 30년간 함께 걸어오며 이룬 협력의 성과는 각 분야에서 꾸준히 그 결실을 맺고 또 새로운 공생의 씨앗을 뿌리며 나아가고 있다. 비록 마늘파동, 사드배치 등과 같은 갈등의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경제와 민간 분야의 교류를 통해서 관계 개선을 이어나갔고,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세계적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 양국은 초기에 서로 방역 물자를 지원해주고 격려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 부산-상하이 자매도시 체결 30주년을 눈 앞에 두고,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역시 이러한 두 개의 기념할만한 시기를 맞이하고 또 향후 양국과 양도시의 5년, 10년 그 이후의 미래를 동행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는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 부산과 상하이 한국과 중국의 뜻있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함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5주년 기념 출판물 『한중-협력의 새로운 모색, 부산-상하이 협력』 도서 표지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채성1)
- 1) 동아대학교 국제학부 중국학전공(2017.02), 중국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국제관계학 석사(2019.06)과정을 마치고 현재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2019.09~).
- 2)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지칭한다.
- 3) 社会资本与居住空间——上海市社区智利的一个维度
- 4) 부산-상하이의 청년교류 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