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프의 당선은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붕괴시켰다. 이러한 세계화의 흐름은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촉매제가 되어 세계의 파편화와 양극화를 가속화시켰고 기존의 통합과 협력의 글로벌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냉전 시기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기초로 안정적이고 공개적이며 전략적인 대립이었지만 앞으로 중국과 미국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전략적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는 개인의 삶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국내정치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각 나라의 국내정치는 선동에 약하게 되고 분열과 위기의식 및 불안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앞으로의 10년을 좌우하게 될 것임이 틀림이 없다.
지난 한 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은 중국을 향해져 있었다. 트럼프가 중국에 겨눈 칼날은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의 미·중 갈등은 어떻게 이어질까? 이를 위해서 미국의 대중 기조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무부 장관실은 2020년 11월 발간한 ‘중국 도전 요소(The Elements of the China Challenge) 통해 “중국 공산당은 확립된 세계 질서 내에서 단순히 위대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계 질서를 수정하고 중화 인민 공화국을 그 세계의 중심에 두고 중국의 권위주의적 목표와 패권적 야망에 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평론하였다.1) 이러한 기본적인 대중 인식 하에 바이든 당선인과 그의 각료급 인사들은 미국의 향후 외교에 대해 아래와 같은 언급을 하였다. 2020년 3-4월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고한 글에서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동맹관계를 회복하고 미국의 경제를 강화하며 미국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말하였다.2) 이와 더불어 그의 인사들의 내정자들의 이전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앞으로의 미국의 대중정책에 대해 힘의 균형, 지역 국가들이 합법적이라고 인정하는 질서 그리고 동맹 및 파트너들과 연합이 필요하며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려면 이를 갖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3)
이러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회복시키고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국으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를 재건되어야 한다는 논조는 1930년대 대공황과 뒤를 이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영국의 패권 하락에도 불구하고 당시 세계 최강의 패권 능력을 가진 미국이 고립주의를 선택함으로써 공공재를 공급해야 할 패권 부재 상황이 전쟁위기로 흘렀다고 진단한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과 유사하다. 미국은‘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쿼드 플러스(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Plus, Quad Plus)’와 ‘인도-태평양(Indo-Pacific)전략’을 통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를 구성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였고, 바이든 행정부하에서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동맹 복원 등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협력 네트워크 구성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두 개의 백 년’의 첫 번째 목표인 전면적 샤오캉 사회의 실현을 끝내고 두 번째 목표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향해 나아가는 전환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지난 10월 14일 시진핑 주석은 선전경제특구 40주년 기념대회에서 세계가 지금 ‘백 년간 없던 대격변의 시기(百年未有之大变局)’에 있다고 언급하며4), 현 시기를 국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글로벌 주도국의 지위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내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2020년 9월 항일전쟁 75주년 간담회에서 ‘절대 용납할 없는 다섯가지(五个决不答应)’을 강조하며 중국 공산당이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한 공격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5) 또한 미국에 대항해 국가 이익과 민족의 부흥을 수호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이하 5중전회)에서 중국 정부는 국내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정치교육의 강화를 재차 강조했으며 최고지도자의 권한 강화를 통해서 중국이 직면한 다양한 도전을 극복하고자 중국 공산당은 지난 9월 30일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작조례(中国共产党中央委员会工作条例)’를 공표하고 당 총서기가 국가의 중요한 의제와 의결의 범위 및 내용을 결정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을 명문화했다. 더 나아가 국가 방위법을 개정해 1월 1일부터 국무원의 군사정책 제정권과 결정권이 중앙군사위로 이양함으로써 시진핑 주석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켰다.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더욱 다자협력의 폭을 넓히고 세계규범과 제도 형성에 까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은 새로운 시대상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 정책 결정에서 제도적 개혁을 단행했으며 이전 지도부와는 다르게 변화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경제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인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외교부는 대외 정책의 결정에 영향력을 잃고 다자협력 소다자 협력기구와 당과 관련된 부서와 관련된 다양한 행위체들이 중국의 대외정책에 있어 중요해졌다.6)
이는 구체적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및 ‘일대일로 구상(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그리고 최근에 최종적으로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가 있다. 이를 통한 연선 국가들과의 협력과 연결 강화를 추구하며 이 밖에도 당 채널을 통해 각국의 여러 정당과 해외기업 등과 접촉하여 상당한 재정을 투자하여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비전과 국가 이미지 개선 그리고 중국에 부흥에 대한 주변국가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7)
COVID-19 전세계적 확산은 상당 부분 기존의 세계화·정보화 흐름에 대한 역행 현상을 유도하였지만, 앞으로의 신 냉전 시대는 상대방 세력권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engagement)와 팽창(expansion)이 일상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중국이 성공적으로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제 사회에서 전략적인 위신을 세우고 주변국들이 중국의 부상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도록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중국의 대외외교에서 가지는 가장 큰 우려는 미국이 확립한 국제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가치와 규범을 대체할 중국 고유의 가치와 규범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적극적인 다자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의 결과 및 중국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발전 여부 그리고 국가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개선하여 더불어 우호 국가들과 함께 공유할 중국 고유의 가치와 규범의 부재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