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에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바이든이 워싱턴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일본 스가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서, 그만큼 미국이 동맹국들인 일본과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이나 공동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대체로 그간 한미동맹의 약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간의 공조를 이루는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지역이나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았다고 하지만,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하기도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1.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결과
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미국의 안보공약 재확인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앞부분에서는 한미동맹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핵심축이라고 언급한 것과 더불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도 있었던 표현으로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지난 수년간 트럼프 시절 다수의 국민들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마저 보도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금번 정상회담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양국의 인식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 국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과 미국은 국내외에서 민주적 규범, 인권과 법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 것과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은 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꾸준히 진화하였다”고 기술한 것은 비록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중간 전략적 갈등이 첨예해지는 현 시점에서 본다면, 향후 한미동맹의 방향성과 관련,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대응에 동맹국인 한국이 공감하고 있음을 모두에서부터 시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 대북정책에서의 한미간 협력
금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역시 핵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에서의 한미간 공조, 즉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노력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 한미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을 보면, 한미 양국은 대화와 제재의 병행유지라는 기본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이 2+2 회의에 이어 정상차원에서 한국정부가 사용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수용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기존 북한과의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공통의 인식과 더불어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을 취한다는 것에 합의한 것은, 물론 아직 구체적인 협상 방안이 알려진 것은 없지만, 어쨌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접근의 기본방향이 대화와 협력을 기조로 하는 한국과의 협의 하에 정해진 것으로서 문대통령으로서는 적지 않은 수확이라고 하겠다. 다만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우리의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하였다”고 한 것은 대북접근 방식에 있어서 한미간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 제한 해제
공동성명에는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 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하였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그간 한국이 미사일의 탄두 중량과 사거리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던 것을 미국이 마침내 수용한 것으로서 국내에서는 이제 한국이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높이 평가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일본 등 주변국들의 우려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영문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결정을 acknoledge 한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우주탐사와 우주산업에서의 한미간 협력에 필요하다는 것을 내세웠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미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 요구가 있을 경우, 한국이 개발한 미사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미사일 개발 제한 해제를 수용한다는 문장 바로 다음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언급되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서는 상이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 용어에는 적어도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핵의 존재를 인정치 않겠다는 것이 포함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미사일 관련 문장 직전에 “미국은 비확산 노력을 증진하는 데 있어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평가하였다”고 한 것을 보면,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현재 한국의 보수층에서 제기하고 있는 자체 핵개발이나 나토방식의 전술핵 국내반입 필요성 주장에 대해 선을 긋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미국은 한국의 자유로운 미사일 개발은 수용하지만, 핵은 안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려고 한 것으로 생각된다.
라. 한미 코로나 백신 파트너쉽
한국 측이 두 번째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국내 여론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사안으로서 코로나 백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미 정부의 협력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모더나와 삼성바이오와의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효과가 우수한 새로운 방식의 mRNA 백신을 한국에서 위탁생산하기로 민간 제약회사간 합의하게 되었다.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의 코로나 19 공동대응을 위한 한미 백신 파트너쉽에 합의함에 따라, 향후 한국에서 대량생산하게 될 백신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전세계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실제 모더나가 한국에 대한 백신공급을 포함하여 비즈니스 측면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한국과 협력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 부분은 일단 당초 정부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은 당초 생각했던 치료제 개발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mRNA 타입의 신약 개발은 엄두도 못낸 상황에서, 변이 등으로 인해 계속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함으로써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갔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효능이 입증된 mRNA 코로나 백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향후에도 계속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19 대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정치적으로도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
마.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에 대한 협력
금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두었던 것 중의 하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포함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한국의 협조와 참여를 확보하는 것이었으며, 이런 의미에서 일부에서는 이번에 미국이 얻은 것이 더 많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동성명 문안에,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였고, 양국은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하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양국이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하였다고 하였다. 양국이 비록 중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지만, 사실상 이는 모두 미국이 그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했던 표현들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중국 측은 앞으로 이에 대한 자신의 불만스런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중심성과 아세안 주도의 지역구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한국으로선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한미가 공동으로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천명하고, 한미가 아세안과의 연계성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밝힌 것에 의미가 있다. 미국으로선 그간 QUAD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야기된 아세안의 불만을 달랜다는 뜻이 있을 것이며, 한편으로는 아세안을 자신의 앞마당으로 생각하고 아세안 국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에 대응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QUAD는 사실상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 해양강국들인 미국, 일본, 호주 및 인도로 구성된 협의체로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화상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미국이 중시하고 있다. 금번 공동성명에서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고 한 것은 그간 한국이 쿼드 플러스 참여 문제와 관련해서 표명했던 원칙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비록 쿼드 내에 쿼드를 확장하는 문제에 대한 콘센서스가 현재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공동성명에 이를 포함시켰다는 것은 한국이 이런 조건이라면 향후 쿼드 플러스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동남아의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한국과 같이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자유무역과 안정된 국제 질서를 중시하는 국가로서는 가급적 다양한 형태의 다자 틀에 참여하여, 자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가이익을 확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우며, 중국도 이런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 첨단 기술 개발과 공급망 구축에서의 협력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있어서 미국 자신의 능력을 가일층 제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미국내의 인프라 건설과 R&D 투자, 교육 및 의료, 사법제도에서의 개혁을 강조해왔다. 이런 점에서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개발과 더불어 국가안보와 미국경제에 필요한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미국으로서도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기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와 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 신흥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히고 있고, 미 국무부에서 공개한 Fact Sheet는 이 부분에 대한 양국간의 합의에 대해 보다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구체적으로 반도체, 친환경 전기자동차 배터리, 전략 핵심 원료, 의약품 등과 같은 우선순위 부문을 포함하여, 양국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고, 이러한 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청와대와 백악관 간에 TF를 구성키로 하였으며, 원활한 투자를 위해 미 재무성과 한국의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실무그룹도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의 독자적 위치 추적 시스템 개발 등 우주개발 분야에서의 협력이라든가 원전시장 공동 진출 등도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으로 특기할 만하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기업들도 이 번에 워싱턴에 가서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자동차 분야에 대한 400억불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한국의 대기업들이 바이든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원천기술과 글로벌 시장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향후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 주력 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국 측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사. 글로벌 이슈에서의 한미간 협력
한미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기후변화, 국제적 감염병, 핵비확산 등 글로벌 이슈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중국으로서는 이 부분에서 두 가지 정도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인데, 그 중 하나는 한미 양국이 WHO와 WTO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코로나 상황에서 WHO가 중국에 휘둘려서 원인 규명과 질병 통제에 있어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고, 비록 바이든에 의해 다시 복귀하기는 하였지만,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WHO 탈퇴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현 WTO체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데 대해 미국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이 이 두 국제기구의 개혁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은 중국으로서는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국제적 감염병 대응과 관련, 한미 양국이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 및 미래에 발병할 기원 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것이다”라고 기술한 것인데, 이는 원론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현재 호주와 중국간의 갈등이 코로나 발병 원인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호주의 주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본다면, 중국이 경우에 따라서는 이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한미공동성명에 대한 중국의 반응
금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한미동맹의 중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협력, 기술경쟁 분야에서의 한미협력 등 중국이 우려를 가질만 한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나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같은, 원론적인 표현으로서 비록 중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기는 하였지만, 소위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되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가까운 장래의 한중관계에 크건 작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5월 24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공동성명 관련 내용들이 중국을 특정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은 평가하지만, 그것들이 사실상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특히 대만해협 문제가 포함된데 대해 아쉽다는 표현으로 완곡하게 불만을 표시하였다. 이후 중국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시간에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이 나왔는데,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관한 것으로서 한국에서는 다소 절제된 반응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6월 9일 한중외교장관 간 통화도 한미공동성명에 대한 불만 제기 보다는, 한국의 G-7 정상회담 참석을 앞두고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 전달과 더불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 줄 것을 주문하는 데 방점을 두었던 것으로 관찰된다.
어쨌든 중국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문제가 다루어질 가능성에 가장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5월 21일 중국의 관영매체는 한미간에 대만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한국은 일본과 같지 않으며 이는 미국 측에 의한 과대 광고라고 일축하면서도, 사설에서는 한국이 대만문제 관련 미국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는 내용을 게재한 바 있다. 이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인 5월 24일,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중국은 “한미관계의 발전은 응당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며, 중국을 포함한 역내 제3자의 이익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라는 입장을 표명한 후에,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정에 관한 사안으로서 관련 국가들은 대만문제에 있어서 말과 행동에 신중하여 불장난을 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하였는데, 이것이 아직까지는 가장 강한 톤의 불만 제기라고 생각된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각국은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문제가 존재하지 않지 않으며, 유관 국가들은 이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는 통상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공개적인 중국의 반응과 함께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회담결과 중 특정 부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요청하고, 중국의 반응이 전달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마도 대변인 언급 이상의 수준은 아닐 것이다.
한편 한미간 글로벌 공급망 구축 협력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5월 25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며 중요한 경제협력 동반자이기 때문에 한국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중국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는 한국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의 언급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어 그는 한국과 중국은 이웃이며, 중요한 협력 동반자로서 글로벌화 시대에 양국이 산업망, 공급망, 가치망에 있어서 깊이 융합되어 있다면서, 양측은 시장경제의 규칙과 자유무역의 규칙에 따라 투자와 경제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되며, 중국은 한국 기업이 계속 무역협력을 강화하여 양국관계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인바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통상적으로 보면, 그 강도에 따라, 최고 지도자의 언급, 외교부의 성명 또는 외교부 대변인이나 당국자에 의한 논평, 외교채널을 통한 의사전달, 관영매체의 보도, 관변 학자들의 평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곤 한다. 금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혀진 중국 측의 초기 공식반응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외교부 대변인 언급이었고, 그 내용도 과거 스가 총리의 방미결과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비교해 볼 때 한층 절제된 반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일 공동성명에 대해서는 지난 4월 17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답변을 통해, “중국의 내정에 거칠게 간섭하여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한데 대해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렬한 불만을 갖고 있고, 결연히 반대한다는 엄정한 입장을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과 일본에 대해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변인은 “중국은 중국이 중시하는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내정간섭과 중국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일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하면서, 중국은 장차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국가주권, 안보와 발전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한국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일본에 대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한미 공동성명이 미일 성명과 달리 중국을 직접 지칭한 것이 없고, 홍콩, 신장문제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며, 또한 한국이 중국과의 소통을 통해 한미간의 협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에 알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국제사회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 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분쟁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국에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한국의 입장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한국인들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켜, 한국의 정책이 미국쪽으로 더욱 다가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중국 내부에서 금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작업이 아직 진행중일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에 보다 강하게 중국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요구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에서 천명된 한국의 입장에 변경이 생긴다면, 결국 미중 양측으로부터 불만과 불신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중국 측에는 한국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은 현 시점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여지는 있다. 그렇지만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은 경우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중국은 북한의 무력 도발시 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자제를 요청하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한국으로서 자신의 원칙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