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양회에서 관찰된 중국의 대외정책과 한중관계

1. 양회에서 관찰된 중국의 대외정책
2023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다. 금번 양회는 리커창 총리에 의한 금년도 경제운용을 포함한 정부업무 보고와 예산안에 대한 승인과 더불어 시진핑의 국가주석과 중앙 군사위 주석 3연임 공식 결정, 리창 국무원 총리 등 중요 직책에 대한 발표, 그리고 국무원의 조직개편이 이루어진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하겠지만, 금번 양회에서의 시진핑의 발언,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 보고, 그리고 리창 신임 총리와 친깡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통해 주요 국제문제들에 대해 언급된 내용들을 통해 향후 시진핑 제3기의 중국의 대외정책 향방을 살펴보는 것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먼저 국제정세에 대한 중국의 인식에 대한 것이다. 평화와 발전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중국의 국제정세 인식은 사라지고 수년 전부터 지난 100년 내에 없었던 대변화의 시기라는 점이 강조되었고, 이에 더하여 작년 10월의 20차 당대회부터는 커다란 도전과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 추가되었으며, 금번 양회에서도 이런 인식이 바탕이 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은 양회 기간 중 중국의 발전을 둘러싼 외부환경에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능의 상황이 증가되고 있고, 앞으로 위험과 도전은 더욱 커지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언급하였으며, 외교부장 친깡은 기자회견에서 현 세계는 태평하지 못하고, 혼란과 변혁이 얽혀있으며, 단결과 분열, 기회와 도전이 병존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언급들은 국내정치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지속적인 집권하에 국민들의 단결과 분투를 고취시키려는 시진핑의 의도가 개재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개되는 국제적 상황들은 중국 지도부로서도 만만찮은 도전임을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에는 지난 3년간에 걸친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작년 2월부터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겠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의 대중압박 정책이 보다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중국은 과거 미국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공식적으로는 특정 국가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비판하였는데 금번에 시진핑이 기업인들과의 회의에서 “미국의 주도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전면적으로 견제하고 포위하면서 압박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발전에 전례가 없는 엄중한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중국이 그만큼 미국의 대중 압박을 큰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관계이다. 금번 양회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작년 11월 발리 미중 정상회담 후 개선의 기미가 보였던 미중관계가 지난 2월 초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소위 정찰 풍선 격추와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 취소, 미국 내 코로나 19 중국 기원설 재점화 및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등으로 양국관계가 다시 상당히 악화된 상태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기 미국에 대한 시진핑의 직설적인 비판과 더불어 20차 당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던 “기꺼이 싸우겠다(敢于斗爭)”는 용어가 반복된 것에서 나타나듯이,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였으며, 이는 대만문제, 미국의 인태전략 등과 관련된 친깡 외교부장의 한층 강경한 발언들에서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강한 표면적인 반응과는 달리 실제 정책에 있어서는 미국과의 본격적인 충돌국면으로까지 이르지 않도록 중국이 적절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보다 설득력이 있다. 첫째, 중국의 국력이 아직은 미국과 차이가 크고, 중국이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갈등이 악화되는 것이 현재의 중국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맞대응을 강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적절히 관리해 나가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과의 경쟁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금번 양회 기간중 시진핑과 지도부는 별도 회의에서 군사력 확충, 내수 증대와 과학 기술 자립을 강조한 바 있다. 둘째, 금번에 시진핑이 미국을 직접 거명하고 비판한 것이 인민일보 1면에 크게 보도되었지만, 영문판에는 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미국에 대한 강경한 언급은 국내 정치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리창 신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1월 회담시 달성했던 중요한 공통인식을 실제로 정책과 구체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작년 미중간 무역액이 7,600 억불로 사상 최고에 달했다고 하면서 미중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친깡 외교부장도 상호존중, 평화공존과 협력공영의 기초 위에서 미중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먼저 언급한 것은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해협 문제는 미중간의 가장 민감한 사안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대만문제와 관련, 리커창 총리는 정부업무 보고에서 하나의 중국원칙과 9.2 공식을 견지하며, 대만독립을 반대하고 통일을 촉구하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과 조국의 평화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이전보다 다소 완화된 표현으로 언급하였다. 그러나 친깡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서는 대만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며, 미중관계의 정치적 기초 중의 기초라고 하면서 미중관계에서 절대로 넘어서는 안되는 레드라인임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면 대만카드 사용을 즉각 중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돌아가 대만독립에 대해 명확히 반대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비난에 대해 미국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자는 것이지 분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현재 대만 외교부가 가까운 시일 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검토중에 있음을 시인하고 있고, 신임 미하원의장의 대만방문도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비난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표출되었다. 친깡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우군을 끌어들여 배타적인 소그룹을 형성하고 대립적인 아태지역판 NATO를 만들어서 공급망 단절, 지역통합 프로세스를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였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쪽에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사실상 미국을 지칭)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모종의 지연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는 것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한편 세계질서와 관련해 리커창의 정부업무 보고에는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Global Development Initiative(全球發展倡義), Global Security Initiative(全球安全倡義)를 기초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통해 세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비록 친깡의 기자회견에서 언급되기는 하였지만, 과거와 달리 총리의 보고에는 신형국제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고 하겠으며, 상기 GDI와 GSI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시진핑의 이니셔티브로서 특히 GSI는 금년도 보고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는데 앞으로 특히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미국에 대응하는 글로벌 가버넌스에 대한 중국 방안으로서 계속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2. 한중관계에 대한 함의
미중 간의 전략적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으로서는 전략적 사안에 있어 양측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계속 증대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양립시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크게 부각되고 있고,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해 안보의 불안정성이 증가되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시키고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한국 대외정책의 시계추가 너무 빠르게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향후 한중관계가 적지 않은 부담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요 이슈별로 세심하게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는 대만 문제이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대만문제는 국내문제라고 하면서 한국이 간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안보와도 바로 연계될 수 있어 한국으로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즉,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은 동아시아지역으로 전장이 번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를 틈탄 북한의 본격적인 무력도발 가능성이 존재할 뿐 아니라, 대만해협은 한국의 무역상품과 에너지의 주요 운송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해협 문제는 중국의 국내문제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이해가 크게 걸려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내지는 현상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이를 중국 측에도 충분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문제로서 양회에서도 중국은 이에 대해 비판하면서 산업 기술의 미국 의존을 줄이려는 자체의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해 한국으로서는 원천기술과 제조장비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Fab4 논의를 포함해 미국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반도체 상품의 40%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제품들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거나 미국의 Chips and Science 법에 의해 한국 기업들의 중국내 반도체 생산에 제한이 가해진다면 한국의 대중무역과 더불어 한중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미국과는 물론이고 중국과도 공급망 관련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한국기업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북핵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되었던 한미일 공조가 점차 지정학 측면에서의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로 굳어질 우려가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도 중국이 방관을 하거나 유엔안보리 논의에 러시아와 더불어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양회시에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지만, 금년 양회에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는 다른 현안들에 비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가 떨어졌거나, 북핵문제에 대한 협력을 미국에 대한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에는 한중수교 30주년이었기 때문에 양국관계에 대한 평가와 향후에 대한 기대가 표명되기는 하였지만 금년에는 한중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한국 측으로서도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미국방문 등 한미일 협력 강화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고 6월에 일본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담 참석도 예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중국에 대한 메시지 관리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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