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양회(两会)와 중국의 권력 구조 평가

양회(两会)는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로 전국인민대표대회(中华人民共和国全国人民代表大会)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国人民政治协商会议)를 이르는 말로 정협 14기 1차 회의는 4일, 전인대 14기 1차 회의는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人民大会堂)에서 개막해 3월 중반까지 진행됐다. 그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양회가 연기되기도 했으나 올해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의 원년이자 시진핑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는 만큼 대외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번 양회에서는 2022년 말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시진핑(习近平)의 국가주석직 3연임을 중심으로 국무원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국가부주석 선출을 통해, 공식적으로 권력 교체를 마무리했다. 2023년 양회는 시진핑 주석이 당·정 체제 정비를 마무리함으로써 시진핑 3기 지도부의 공식 출범과 동시에 중국의 국정 설계를 드러내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서열 1위가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고, 2위가 국무원 총리, 3위가 전인대 상무위원장, 4위가 정협 주석을 맡아왔으며, 이번 양회에도 이변은 없었다.
시진핑의 세 번째 임기 시작
2023년 3월 10일 오전 9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에서 2,952명의 전인대 대표가 만장일치로 시진핑을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재선출하면서 2028년 3월까지 중국을 이끌게 됐다. 원래 국가주석직은 국무원 총리와 마찬가지로 연임해 10년만 할 수 있었으나,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3연임 제한 규정이 삭제되었다. 이로써 시진핑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이후 처음으로 3연임한 국가주석이 되었다. 시진핑을 포함해 중국의 역대 국가주석은 마오쩌둥(毛泽东), 류샤오치(刘少奇), 리셴녠(李先念), 양상쿤(杨尙昆), 장쩌민(江泽民), 후진타오(胡锦涛) 등 7명이다. 시진핑이 2013년 처음 국가주석으로 선출됐을 당시에는 2,956표 중 반대 1표, 기권 3표로 99.86%의 찬성률을 보였고, 2018년 연임 때는 2,970표 전체가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여기서 덩샤오핑 사후 장쩌민도 공산당 총서기직을 3연임을 했지만, 집권 초기 양상쿤이 국가주석직을 맡으며, 헌법에 따라 연임에 그쳤다.
  • 세 번째 국가주석 당선 후 헌법 선서하는 시진핑(출처: 新华社记者 谢环驰)
공청단(共青团)의 몰락과 시자쥔(习家军)의 장악
리커창(李克强)은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에서 처음 총리로 선임됐을 때, 외신들은 중국 경제를 부양하는 총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방, 외교 등을 책임지고 리커창 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등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 리커창은 공산주의청년당(中国共产主义青年团)의 대표 주자로 2007년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까지만 하더라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시진핑과 함께 진입하면서 차기 당총서기 후보였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덩샤오핑이 구축한 집단지도체제(Collective Leadership System)가 약화되고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리커창은 임기 내내 시진핑의 권력을 넘어설 수 없었다.

한편, 리커창의 퇴장은 시진핑 1인 지배 시대의 강화를 상징을 의미한다. 시진핑은 작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6명을 모두 시자쥔(习家军)으로 불리는 측근으로 채웠다. 리커창 총리는 물론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후춘화(胡春华) 부총리 등 공청단 출신 주요 인사들은 모두 이번 양회를 기점으로 최고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여기서 후춘화만이 정협 부주석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실권이 없는 직책이다. 이는 시진핑의 당내 견제 세력으로 꼽혀온 공청단의 완전한 몰락을 의미한다. 그래서 마오쩌둥 시기 1인 지배 체제로 회귀해 중국정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중앙 행정 경험이 전무한 리창(李强) 총리의 발탁
차기 국무원 총리는 당 서열 2위인 리창(李强)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됐다. 리창은 시진핑이 2002~2007년 저장(浙江)성 당서기 재임 시 판공청 주임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으며, 시진핑의 저장성 인맥인 ‘즈장신쥔(之江新军)’으로 분류된다. 

2012년 말 시진핑이 당총서기로 선출되면서, 리창은 저장성 성장, 장쑤(江苏)성 당서기, 상하이(上海) 당서기 등 요직을 거쳤다. 상하이 당서기 재임 중이었던 리창은 작년 당 대회에서 파격적으로 권력 서열 2위에 올랐다. 이번 양회에서도 부총리를 거쳐 총리에 오르는 관례를 깨고, 리창이 이례적으로 국무원 총리로 선출됐다. 특히 중앙의 행정 경험이 전무한 리창의 총리 발탁은 매우 파격적이만, 중국의 경제 허브인 상하이, 저장, 장쑤 지역의 지도부를 역임했던 중국 최초의 총리로, 침체된 중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창 총리는 중국의 경제인을 많이 배출한 원저우(温州)시 출신이며 친기업 인사로 분류된다. 블룸버그(Bloomberg)는 그를 시장 친화적이며 유능한 경제 기술자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내정을 책임지고 정부 예산 집행을 총괄하는 총리직에 그가 적임자인 셈이다. 중국에서 총리는 중국의 국외 투자, 국내 사업권과 인허가권을 책임지기 때문에 리창 총리는 향후 5년간 중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의 인사와 반부패 운동을 대행한 자오러지(赵樂际) 전인대 상무위원장
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에는 자오러지(赵樂际)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중국의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우리의 국회의장격이다. 리잔수(栗战书)에 이어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발탁된 자오러지는 산시(陕西)성 시안이 본적이며 시진핑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또 자오러지 당조부(堂祖父)의 자오서우산(赵寿山)은 국공내전(国共内战)에서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习仲勋)과 함께한 전우로 알려졌다. 2007년에는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성 서기로 영전돼 시진핑 부친 시중쉰의 기념관을 조성했다.

칭하이(青海)성 출신의 자오러지는 2012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된 뒤, 2012년 18차 당대회 때 중앙정치국원에 입성해 5년간 당중앙조직부(党中央组织部) 부장을 맡아 당 조직과 인사업무를 총괄했다. 중앙조직부장은 정부, 국영기업, 언론, 대학에 이르는 4,000여명의 인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나진 않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5년 뒤 2017년에는 당 서열 6위로 중앙상무위원이 된 그는 왕치산(王岐山)에 이어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党中央纪律检查委员会) 서기를 맡아 반부패 운동을 전개했다.
시진핑의 책사 왕후닝(王沪宁) 정협 주석
신임 정협 주석으로는 왕후닝(王沪宁)이 선출됐다. 정협은 중국의 정치자문기구로 국내 소수당파는 물론 문화, 종교, 여성을 대표하는 각계 인사들로 구성됐으며 중국 내외의 의견 수렴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정협은 홍콩(香港), 마카오(澳门), 타이완(台湾)을 관장하며, 국외 화교 여론을 수렴해 국무원과 전인대에 정책을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서열 4위인 왕후닝은 시진핑의 중국몽(中国梦)을 설계한 이데올로기 전문가로 정협의 통일전선을 총괄하게 됐다. 시진핑의 책사로 불리는 그는 1988년 미국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출간해 공산당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향후 중국공산당 산하 중앙정책연구실에서 25년간 근무했다. 중앙정책연구실은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문화를 포함해, 국가의 장기 계획 수립과 위기 관리 대응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정책연구실의 보고서는 시진핑과 당 지도부에 직접 전해지기에 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은퇴한 상무위원 한정(韩正) 국가 부주석
국가 부주석에는 한정(韩正) 국무원 부총리가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그는 중국의 경제 중심지 상하이(上海)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한정은 1954년 상하이에서 태어났으며 상하이시 계획위원회 주임, 부시장 등을 역임한 뒤 2003년에 상하이시 시장에 임명돼 10년간 재직했다. 그는 천량위(陈良宇), 시진핑, 위정성(兪正声) 서기와 함께 일했으며, 특히 2007년 시진핑과의 인연이 향후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이후 그는 2013년 상하이 당서기에 올라 5년간 근무한 후 2017년 10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했고, 2018년 3월에는 국무원 상무부총리에 선출됐다. 국가 부주석에 발탁된 한정은 향후 시진핑을 조력해 외교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헌법상 국가 부주석은 국가주석의 업무를 보좌하며 주석 위임 시 주석의 직권 일부를 대행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하이방(上海幇)으로 분류되는 한정이 작년 20차 당대회에서 연령 제한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났으나, 지난 1월 열린 14시 산둥(山东)성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에서 산둥성 공동대표로 선출됐다는 점이다. 20차 당 대회에서 은퇴한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전인대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사례는 2017년 정치국 상무위원 은퇴 후 다음 해 국가 부주석에 취임한 왕치산과 유사하다. 한정 부총리는 향후 5년간 중국 서열 8위의 의전을 받으며 시진핑 주석의 외교 업무를 조력할 예정이다.
중국 빅테크 거물의 퇴장과 첨단 산업 인사의 등장
이번 양회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Big Tech) 거물들이 퇴장하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초대받았다. 반면, 시진핑 2기 지도부에서 경제 분야를 조력해왔던 마윈(马云), 리옌흥(李彦宏), 딩레이(丁磊) 등 중국의 빅테크를 이끌고 있는 인사들은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 명단에서 모두 빠졌다.

대신 이번 양회는 중국의 반도체 업체와 전기차 등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의 대표 주자로 채워졌다.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화훙(华虹) 반도체의 장쑤신(张素心)과 인공지능 반도체 제조업체 캠브리콘(Cambricon)의 천톈스(陈天石),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军), 전기차 회사 샤오펑(小鹏汽车)의 허샤오펑(何小鹏) 등 첨단기술 분야 전문가 100명가량이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에 선출됐다. 이들은 시진핑 집권 3기를 맞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신소재 산업을 견인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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