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양회를 통해 본 중국의 사회 변화
1. 2023년 양회에서 제시된 국정 방향
2023년 3월 14일 열흘 간의 양회(전인대와 정협)가 폐막되었다. 금년 양회는 몇 가지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먼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체제이다. 이미 2022년 20차 중국공산당대표대회를 통해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3연임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시진핑주석의 3연임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원 총리와 부총리가 새로이 선출되는 점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중국경제의 방향이다. 2022년 말 리오프닝이 시작되면서 중국경제의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중국국가통계국(国家统计局)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사회소비재판매(소매판매) 총액은 7조 7,067억위안(약 145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하였다. 중국에서 소매판매가 증가한 것은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전년 동기대비 2.4% 증가하면서 2022년 9월 이후 처음 반등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정부는 전인대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로 제시하였다. 미중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 전년대비 2%p 이상의 경제성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 춘제(春节)기간 동안 중국의 소비가 살아나고 항공, 비자 등의 업무를 재개하며 개방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전인대에서 중국정부는 올해 핵심 정책 과제로 재정, 통화, 산업, 과학기술, 사회 5대 분야를 제시하였다. 중국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정책도 이와 유사하다. 중국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报)가 네티즌 58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23년 양회에 다루어야 할 화제어로 교육, 사회보장, 반부패, 농촌진흥 고용, 의료보건, 법치, 소비 촉진 등이 선정되었다. 중국 국민들의 요구도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으로 집약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요구에 호응하여 사회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나타났다. 금번 양회의 정부업무보고에서 나타난 사회변화는 경제회복과 상호 연결된 양상을 보였다. 양회에 제기된 사회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평이다. 지난 2021년 시진핑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국정운영의 중점과제로 제시하였다. 공동부유란 지금까지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 지원을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사회적 복지를 확대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러한 의지가 그대로 양회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주요 대상은 유연노동(灵活劳动)과 사회보장이다. 유연노동과 사회보장은 사회적 문제이면서 경제문제이기도 하다. 이들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표위원들은 주장하였다.
2. 양회 속에 나타난 사회변화의 주요 방향
사회변화는 사회안정과 경제회복 양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도 사회안정을 통해 소비를 확대하고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적인 방향을 통해 이를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회보험제도의 확충이다. 사회보험은 사회안정의 가장 기본적인 기초이며 국가가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핵심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이다. 사회보험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중국정부는 2011년 사회보험법을 시행하며 사회보장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사회보장이 미흡하다. 매년 양회 때마다 사회보장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나오는데, 올해는 특히 이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연금보험(养老保险)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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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百度)
중국은 2021년 기준 고령화율이 14%를 초과함으로써 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고령화가 지속되면 노인문제, 부양문제 등이 나타난다. 중국도 이미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선진국은 부자가 되고 고령화가 진행된 반면 중국은 선진국이 되기 전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국가는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고 가계도 부모, 조부모 등에 대한 부양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이러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지만 정부의 대책이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을 대표위원들이 촉구하고 있다. 전인대 대표위원인 페이춘량(裴春亮)과 주레위(朱列玉)는 연금보험은 노인문제와 자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며 정부의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많은 대표위원들의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 냈다.
다음으로 새로운 계층에 대한 지원이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과 플랫폼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노동계층이 출현하였다. 플랫폼경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오프라인으로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배송을 위한 노동자가 급속히 증가하였다. 음식, 생필품, 커피, 신선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노동자가 배송하고 있다. 그 가운데 출현한 새로운 노동형태가 유연노동이다. 유연노동은 한국어로 프리랜서와 유사하다. 공통점은 자영업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프리랜서는 자원과 노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으나 유연노동은 자원은 통제가 가능하나 노동은 통제권이 약하는 것이다. 유연노동에 종사하는 자는 플랫폼기업의 규정이나 통제에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신분은 자영업자인데 취업형태는 노동자에 가깝다. 기업의 주문이나 요구를 철저히 따라야 하기 때문에 유연노동자의 권리는 보호받기 힘들다. 특히 새로운 노동형태이기 때문에 권리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지원도 부족하다. 유연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제도권 밖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중국정부도 이미 인식하고 고용형태의 특성을 규정하고 제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중국정부는 유연노동 취업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규정하였다. 2021년 7월 인적자원과 사회보장부 등 8개 부서는 공동으로 <신취업형태노동자의 노동권리보장에 관한 지도의견(关于维护新就业形态劳动者劳动保障权益的指导意见)을 발표하여 유연노동 취업자의 권리보장을 지원하였다. 2022년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표대회에서도 유연노동 종사자의 권리보장을 강조하였다.
금번 양회에도 많은 대표위원들이 유연노동의 권리보호를 주장하였다. 정협총공회계(全国政协总工会界)는 <신취업형태 노동자의 권리보호와 디지털경제의 질적 발전에 관한 제안>을 통해 정책, 사회보험, 관리감독, 기술 등 방면에서 유연노동 종사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협위원이자 베이징진즈법률사무소(北京金台律师事务所) 책임자인 피젠롱(皮剑龙)은 유연노동 종사자의 사회보장을 법적으로 강화하고 보장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전인대 대표이자 TCL그룹 설립자인 리동성(李东生)도 산재보험조례(工伤保险条例)를 개정하여 유연노동 종사자를 보장범위에 넣고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새로운 취업형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3. 엔더믹시대에 대한 중국 사회의 전망
매년 3월에 개최되는 중국의 양회는 정부업무보고 외에 중국공산당의 정책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정치행사이다. 양회를 통해 경제의 발전방향을 확인할 수 있고 사회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의 리오프닝이 시작된 해로 중국의 정책적 방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경제적인 방향은 경제성장률 목표를 5%로 제시함으로써 전년대비 소폭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회변화는 복지와 새로운 계층에 대한 공평으로 설명 할 수 있다. 복지와 새로운 계층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으나 코로나 이후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금번 양회에서도 최대 화두가 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사회보험 가입율과 보장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노동형태인 유연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양회를 계기로 사회에 나타난 새로운 요구가 점차 개선되고 보완될 전망이다.
경성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김경환
- 참고문헌
- 이종섭, 2023.3.15., 중국 1∼2월 소매판매·산업생산 반등…올해 첫 성적표, 경제 회복세 반영,「경향신문」.
- CSF, 2023.3.9., 中 양회 정부 업무 보고서 발표 경제 성장과 핵심 기술 확보 강조,「CSF뉴스브리핑」.
- 人民网, 2023.3.3., 2023년 전국 양회 조사 결과 공개…인재 교육, 사회보장 등 화제어 등극,「人民网」.
- 赵泽众, 2023.3.9., 两会热点: 代表委员热议新就业形态劳动者权益保障,「中国劳动保障报」.
- 丁戈隆东, 2023.3.10., 中国两会看到机遇和动力,「南方日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