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향후의 한중 관계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 지난 8월 21일 박진 외교 장관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측이 외교 경로를 통해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 측에 설명해 주고 이번 회담이 어떠한 구체적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는 한편, 한국 측은 상호존중과 호혜를 기초로 성숙하고 건강한 대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진 장관의 인터뷰 내용에 유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 측은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한국 측의 희망을 중시하고, 한국과 중국이 역내 국가들과 함께 분열과 충돌, 진영 간의 대결이라는 옛 방식을 거부하고 아태지역의 단결과 협력, 번영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길 희망한다고 언급하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일부 중국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기는 하여도, 한중 양국 모두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의 한중 관계와 관련, 첫째는 한중 양국은 상호존중과 호혜 평등에 기초한 양국 관계 발전을 중시하면서, 당분간 현재의 한중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념과 체제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미중 간에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함에 따라 과거와 같이 양국간 체제의 차이를 무시하고 협력을 추구하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상호 중요한 이웃으로서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부합된다고 하겠으며, 이런 점에서 금번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 한국 측이 중국 측에 대해 결과를 설명해 주고 중국이 3국 공조의 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하겠다.
둘째,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중간 전략적 소통이 계속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소통의 최상위에는 정상회담이 존재한다. 최근 한중 간에는 어느 쪽 정상이 먼저 방문해야 하는지 문제를 놓고 의견이 맞서고 있으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들간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 국가주석이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9년 전이고,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 사태 기간 중 수차에 걸쳐 상황이 호전되면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시주석이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순리임은 당연하지만, 국내 상황으로 양자 방문을 하기 어렵다면, 우선 금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을 활용하거나 한중일 정상회의를 년내 개최하여 다자무대에서 양국 지도자들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안보를 위시한 한국의 중요한 국가이익이나 한국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가치관과 관련되어 양보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상호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급적 중국과의 충분한 소통을 가지면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국이 이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양국간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다만 현 정부가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 문제에 대해서는 그 명분은 좋고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수단이 되는 것이지만, 중국을 포함하여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이익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실제 외교정책에서는 이러한 보편적 가치가 너무 앞서나가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경제분야는 여전히 한중간 협력의 잠재력이 큰 영역이다. 한국으로서는 산업기술 면에서 늘 앞서 나감으로써 중국이 한국을 계속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야 할 것이며, 4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 산업에 있어서 한중 양국은 경쟁과 동시에 협력을 추진하면서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보완적인 관계가 되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 공급망 조정 등으로 인한 혼란과 충격에 대비하여, 중국과도 공급망 문제에 대한 원활한 소통을 지속하는 것도 바람직스럽다.
마지막으로 국민들 간의 악화된 감정을 개선시키는 문제이다. 한중간에는 이어도 수역과 관련된 경계획정 문제나, 중국의 소위 항미원조 전쟁 승리 주장 등역사문제로 인해 양국 국민들 간의 감정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양국에 민족주의가 성행하면서 문화적 사안에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국민들간 감정을 악화시키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양국 언론이나 여론 지도층이 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일다. 아울러 양국이 한중 청년들 간의 교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실행하고, 도시들 간의 교류가 실질적으로 양국 도시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