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담과 한중 관계

1. 최근의 국제정세와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현재 세계가 커다란 변화의 시기에 있고, 이에 따라 혼란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유하고 있다. 윤석렬 대통령도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라고 언급하였듯이 한국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북한은 핵 선제공격 위협과 더불어 운반수단을 다양화시키고 있으며, 각종 형태의 미사일 도발도 빈번해졌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무력 침범하여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고 시도한 것이며, 이는 대만해협 문제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개별 국가들의 자국 이익이 중시되면서 정치와 경제가 연계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으며, 미중간 기술 경쟁에 따라 공급망 재편 등 경제 안보가 주요 관심 사안으로 등장하였다. 한국 경제도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첨단 산업기술 개발과 더불어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 그리고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노력 등이 요구되고 있다. 이외에도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계속 심화되어 진영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가치와 규범을 내세우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역할을 증대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지난 8월 개최된 Camp David 한미일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는 관찰자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몇 가지 점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첫째는 한미일 3국의 집단 이익이나 안보에 대한 도전, 도발과 위협에 대해 신속하게 협의키로 공약하였다는 점이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들이 그러한 협의의 범주에 들어가게 될지 그리고 어떤 대응을 하게 될지 등은 아직 분명치 않지만, 한국으로서는 최근 실패로 끝난 북한의 제2차 정찰위성 발사에서 보듯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등이 우선적 대상이 되기를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국은 협의한다는 약속이 국내법이나 국제법상 어떤 권리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는 금번에 선언한 한미일 동반자 관계가 3국간 동맹의 성격이 아닌 협의체임을 말해 주고 있다.
둘째는 한미일간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협력이다. 이는 협력의 지리적 범위를 확대하여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현상 변경에 대한 우려 등 역내의 몇 가지 사안과 더불어 규칙 기반 경제질서 강화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이것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 언급된 것이지만, 작년 11월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와 달리 이번엔 특히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배치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가 포함되어 있고, 남중국해의 해양 질서와 관련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을 법적 기초로 하여야 한다는 부분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한국의 입장 표명이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는 금번 정상회담을 통해 매년 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외교, 국방, 재무, 상무 등 주요 각료들 간의 정기적인 회의를 열기로 함으로써 한미일 3국간 공조를 제도화시켰다는 점이다. 미국은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한일 관계도 각각의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3국 공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3국 공조의 제도화에 공감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내년 대선에서 한미동맹에 비판적인 트럼프가 재선된다든가 한일 간에 역사 문제 등을 두고 다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과연 이러한 3국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앞으로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넷째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경보를 위한 정보 공유라든가 3국간 다년간에 걸친 연합 방어훈련 제체를 마련하기로 한 것을 들 수 있으며, 북한의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과 암호화폐 탈취에 대한 대응도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은 다소 의외라고 하겠지만, 예측가능한 장래에 그러한 통일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면 현재로서는 기록을 위한 것 이상으로 의미는 없다고 하겠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의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한중일 3국 정상이 대만이나 해양관련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체면을 손상시키려고 하였으며,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과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이간시키려고 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하고 관련 방면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하였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면서도 왕 대변인은 미국이 한미일 동반자 관계가 어떤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것에 유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은 미국이 언행일치하여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동맹 강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물론 그가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에서의 소위 중국의 영토와 해양 관할권과 관련된 중국의 기존 주장을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기는 하였지만, 전체적으로는 과거와 비교해 볼 때 다소 절제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관찰된다.
2. 향후의 한중 관계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 지난 8월 21일 박진 외교 장관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측이 외교 경로를 통해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 측에 설명해 주고 이번 회담이 어떠한 구체적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는 한편, 한국 측은 상호존중과 호혜를 기초로 성숙하고 건강한 대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진 장관의 인터뷰 내용에 유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 측은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한국 측의 희망을 중시하고, 한국과 중국이 역내 국가들과 함께 분열과 충돌, 진영 간의 대결이라는 옛 방식을 거부하고 아태지역의 단결과 협력, 번영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길 희망한다고 언급하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일부 중국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기는 하여도, 한중 양국 모두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의 한중 관계와 관련, 첫째는 한중 양국은 상호존중과 호혜 평등에 기초한 양국 관계 발전을 중시하면서, 당분간 현재의 한중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념과 체제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미중 간에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함에 따라 과거와 같이 양국간 체제의 차이를 무시하고 협력을 추구하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상호 중요한 이웃으로서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부합된다고 하겠으며, 이런 점에서 금번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 한국 측이 중국 측에 대해 결과를 설명해 주고 중국이 3국 공조의 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하겠다.
둘째,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중간 전략적 소통이 계속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소통의 최상위에는 정상회담이 존재한다. 최근 한중 간에는 어느 쪽 정상이 먼저 방문해야 하는지 문제를 놓고 의견이 맞서고 있으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들간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 국가주석이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9년 전이고,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 사태 기간 중 수차에 걸쳐 상황이 호전되면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시주석이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순리임은 당연하지만, 국내 상황으로 양자 방문을 하기 어렵다면, 우선 금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을 활용하거나 한중일 정상회의를 년내 개최하여 다자무대에서 양국 지도자들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안보를 위시한 한국의 중요한 국가이익이나 한국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가치관과 관련되어 양보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상호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급적 중국과의 충분한 소통을 가지면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국이 이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양국간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다만 현 정부가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 문제에 대해서는 그 명분은 좋고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수단이 되는 것이지만, 중국을 포함하여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이익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실제 외교정책에서는 이러한 보편적 가치가 너무 앞서나가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경제분야는 여전히 한중간 협력의 잠재력이 큰 영역이다. 한국으로서는 산업기술 면에서 늘 앞서 나감으로써 중국이 한국을 계속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야 할 것이며, 4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 산업에 있어서 한중 양국은 경쟁과 동시에 협력을 추진하면서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보완적인 관계가 되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 공급망 조정 등으로 인한 혼란과 충격에 대비하여, 중국과도 공급망 문제에 대한 원활한 소통을 지속하는 것도 바람직스럽다.
마지막으로 국민들 간의 악화된 감정을 개선시키는 문제이다. 한중간에는 이어도 수역과 관련된 경계획정 문제나, 중국의 소위 항미원조 전쟁 승리 주장 등역사문제로 인해 양국 국민들 간의 감정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양국에 민족주의가 성행하면서 문화적 사안에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국민들간 감정을 악화시키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양국 언론이나 여론 지도층이 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일다. 아울러 양국이 한중 청년들 간의 교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실행하고, 도시들 간의 교류가 실질적으로 양국 도시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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