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중 국경을 답사하는가
필자는 수차례 전문가들과 북중국경을 여행했었다. 그 외에도 기업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동행한 적이 있다. 이번 두 차례의 중국 출장중에서 한 차례는 광주광역시 남북교류협의회의 요청 때문이었다. 참여자 대부분이 남북 화해와 대화를 기원하는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답사를 하는 사람들은 실무진들로 북중국경보다는 북한 내부를 들여다 보고 싶은데, 평양이나 북한 내부를 갈수 없으니 간접적으로 북한을 체감하고 싶은 분들이었다. 대부분은 남북화해론자들이다. 몇년전 동행한 극우 인사는 북한 사람들은 모두 굶어죽어야 정신을 차린다며 개성공단과 중국내 북한식당의 자금을 통하여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며 모두 조선노동당의 빨갱이들이라고 중국가서 사상교육을 제대로 시키겠다는 분노해서 여행한 분들도 있었다. 이들 극우 어르신들이 포함된 인사들과 북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보았는데, 자신의 손녀가 고생하며 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다며 각자 중국돈 100원(18000원)이라는 거금을 팁으로 주었다. 식당 방문전에는 제대로된 사상교육을 시키겠다는 극우 어른신들이 실제 북한 여성 종업원을 보고는 인자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찾았다. 요즘에는 그 분들은 북중 국경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고 싶다고 하신다.
지역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방문하는 이유는 이론이나 자료의 한계를 넘어서 현장을 입체적으로 이해를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붕괴론에 입각한 사람들은 1993년 이후 지난 30여년간 다양한 이유로 북한붕괴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현재까지 왜 붕괴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국가의 역사를 보면 모든 국가의 역사가 짧다는 점에서 언제는 북한도 새로운 국명이나 형태의 국가가 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미래에 북한 붕괴론이 맞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북한, 중국, 러시아 연구가 과연 연구인지 정보인지 헷갈릴때도 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하여 상당수준의 자료와 정보에 기초해야 하지만,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서 자료의 취사선택이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료나 정보가 제약이 있기 때문이기도 연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이라는 현장을 보면 좋겠지만 여건상 불가능하게 되어서 대체제로 북중 국경을 찾고 있는 측면도 있다.
요즘 한국언론을 보면 진실인지 가짜뉴스인지 모를 프레이밍(flaming) 싸움을 하는데,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오류(confirmation bias)에 기반하여 진실을 왜곡이 적지 않다. 즉 진실이라는 객관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이라는 감정이나 신념에 따른 여론몰이도 상당한 수준이다. 과장하거나 과잉하여 작성하면 사실을 일부를 인용한 왜곡, 즉 탈진실이 되는 것이다.
여론만이 아니라 학계도 역시 특정이론에만 몰입하거나 혹은 자료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와 신념, 이데올로기가 과도하게 주장하면, 현장에 갔어도 진실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앞에서 극우 어른신의 사례에서 보듯이, 본인이 빨갱이라고 믿었던 북한식당종업원이 직접 만나보니 자신의 손녀를 연상시키는 평범한 청년으로 인식이 변화하였다.
북중국경을 가보면, 신의주, 혜산과 같은 비교적 잘사는 국경도시, 압록강변상의 땣목 형태로 북주국경은 압록강은 1334km. 두만강 17km, 그리고 백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으로도 긴 국경에서 목재운반, 소, 양과 말 등 목장, 군부대, 수풍댐, 태평만댐과 같은 압록강에 위치한 6개의 댐, 북중 다리의 27개의 다리와 1개의 육상 통상구, 약 200여개의 부두, 석유 파이프 라인, 무산광산 및 청년동광, 광산마을, 산업시설, 농촌, 어촌, 산촌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북중 관계와 지역 연구도 최근 지역학, 국제관계, 인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고 남북대화가 빈번할 때, 평양, 개성, 금강산 등 방문이 가능하고, 북한과 중국 등에서 다양한 북한 사람과 인터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남북 강대강 국면에서는 북한 방문만이 아니라 북한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것조차 제약을 받고 있다. 그래서 북한대학원대학, 동국대학교, 세종대학교 등과 같은 명문 북한 연구 및 교육기관, 시민 및 관변단체 등 다양한 그룹이 북중국경을 오랜기간 답사를 하였다. 몇 년 같은 지역을 시계열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동일 연구자들이 반복하여 여행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어 북한 내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을 매우 어렵고 매우 비싼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북중 국경을 갈때마다 민족문제의 비애를 느낀다. 필자가 만난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북한을 이해하려는 연구목적으로 북중국경을 답사하고 있다.
필자가 2000년대 초반 북중국경을 방문했을때는 경계를 알수 없는 북중 국경사이의 조금만 편도의 비포장도로에 짐베이 봉고차를 타고 갔었다. 경계가 명확히 표시되는 지역도 많았고 개울 수준의 국경도 적지 않았고 우연히 만나 북한사람도 대화도 가능한 공간이었다. 국경대부분의 지역이 홍색관광지역으로 좋은 포장도로가 설치되고 중국인들이 관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다양한 정치적 원인으로 통제구역도 확대되고 관련된 검문소도 증가하였고, 철조망과 장벽, 나무도 많이 심어져서 보이지 않은 구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사회과학분야는 같은 사실을 관찰했어도, 상반된 몇 개의 주장이 나온다. 다양한 원인과 변수가 있겠지만, 관점과 자료 등의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북중국경 현장을 처음 방문한 기업인, 시민단체와 같은 실무진들은 대체로 북한이 못산다, 낙후되었다, 오래전 한국, 오래전 중국 같다고 표현한다. 물론 일부 북한출장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그나마 나은 편이다 혹은 몇 년전보다 경제상황이 나아졌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내가 중국 국경에서 지난 몇 년간 관찰한 북한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고, 주민들의 체격이 회복되고 얼굴에서 영양이 돌고 있는 모습이다. 지속적으로 건물이 증가하고 저녁에 불빛도 증가하고 있다. 혜산이나 신의주는 가로등도 상당히 많이 켜져있고, 자동차 운행도 증가하고 있다. 국경에서 바라본 북한은 내구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반대로 전문가중에서 북중 국경을 연구하는 분들에서 지난 30여년간 정체되어 있고 여전히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위기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왜 같은 것을 보고 다른 분석을 할까. 첫째, 색깔론의 문제가 있다. 확증편향의 오류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이념속에서 연구대상이 ‘악의 축’이기 때문에 붕괴되어야 한다는 신념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 힘에 의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체제는 차라리 전쟁하여 나도 중상을 당하더라도 적을 붕괴시키는 것이 낫다는 신념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 장님이 코리끼의 만질 때의 문제가 있다. 공간과 시간의 두 축을 통하여 입체적으로 북중국경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즉 자료와 정보의 오류는 아닐까. 중국학자들의 도움으로 중측에서 촬영한 신의주의 드론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 몇 년간 스카이라인이 완전히 변하고 있었다. 혹여 이러한 입체적 자료를 보지 못하고, 평면적으로 북한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의주, 수풍댐, 만포, 라진 등 압록강, 두만강에서 배를 타고 북한을 근접하여 바라볼수가 있다. 강 아래에서 보는 북한은 새로운 건물도 없고 야간에 불빛도 없다. 필자는 단동의 다양한 호텔에서 머물러 보았는데, 고급호텔이나 저렴한 식당에서 모두 우연히 북한 사람들을 마주칠수 있는데 ‘빈부격차’를 느낄수가 있다. 혹여 특정한 장소에 모이는 다소 어려운 처지의 북한사람들만을 관찰한 것은 아닐까. 북중국경을 지표로 북한 내부 상황이나 지역을 관찰하면 시간과 공간의 두 축을 객관적이며 입체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