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북중 국경의 풍광

정풍(整風)
올 하반기 몇 차례 베이징, 단동, 옌지 등을 방문했다. 코로나 이전 정기적 관찰을 했지만, 코로나 이후 3년 반만이라서 낯선 느낌도 있었다. 베이징은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되어 중국남방의 부유한 도시를 닮아가고 있었다. 매연도 줄고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내연기관의 소음도 사라졌지만 자동차 클락션도 줄었다. 베이징과 서울과 비교해도 내연기관의 소음도 매연도 적어었다. 이전에도 신분증과 안면검사가 증가했지만 코로나를 명분으로 사회통제가 더욱 촘촘해진 모습이다. 코로나 통제를 위하여 안면인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하여 개개인의 동선까지도 파악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호텔직원의 자랑을 듣기는 했지만, 기술과 통제가 결합되어 사회통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학자들을 개인적으로 혹은 간담회 형식으로 몇 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일부 지인들은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였다. 2023년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된 ‘반간첩법(방첩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7월부터 스파이 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가 넓어져서 시행이 되었다. 중국학자들에 의하면 개정 반간첩법의 범위와 시행방식이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다소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더욱이 시진핑 연임과 코로나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정풍분위기도 조성되어, 조심한다고 한다. 외국에서 손님이 와도 간소하게 식사하고 귀가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중산층들의 여행과 저축이 증가했지만, 일반 식당 등의 타격이 상당하다고 한다. 몇몇 지인들 만났을 때도 동료들과 같이 나왔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웠다. 뒤에서도 좀더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주로 중국학자들은 공통되게 윤석열 대통령의 두서없는 정책에 대하여 비판이 상당했다. 이와 반대로 내가 시진핑 3연임 이후 사회통제를 질문했을 때는 다들 상당히 말을 아끼는 분위기 였다. 다수의 반응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서 중국엘리트 사이에 인식공동체가 되었거나 혹은 정풍분위기와 섞여 말조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판단이 되었다. 중국의 북한 연구자들과 토론했을 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그리고 코로나 기간동안 북한도 역시 사회통제와 정풍 분위기가 상당하고, 김정은이 신경질이고 김정일 시대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주장도 하였다. 항일전쟁의 역사 기술과 관련하여 최근까지도 김일성에 대한 미담이 발견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일부 중국학자들에 의하면, 2018~2019년 북미-남북 평화협상 속에서 북한 내부에 자유주의적 풍조가 불었는데, 그후 협상실패, 코로나 통제, 특히 윤석열 정권의 강대강 대북정책으로 북한 내부에 긴장이 강화되고 사회통제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공식석상에 김주애를 빈번하게 대동하는 문제도 비판하였다. 중국에서도 아직 그녀의 이름을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고 한다. 미국,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진영논리를 기반으로 정치권은 기만적이고 극단적인 언어를 퍼붓고 있는데, 서방의 학계도 마녀사냥에 대하여 조심하지 않냐며 이런 풍조는 전세계가 자유주의 풍조가 쇠락하는 것이 아니냐고 중국학자들은 설명하기도 했다. 8월에 베트남사회과학원 학자들도 만났는데 베트남 역시 지도부 교체와 맞물러 정풍분위기가 상당하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 이전 베이징에 10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왕징(望京)을 중심으로 모여살았는데, 2016년 사드배치 결정과 물가상승, 코로나 영향으로 현재는 약 8000명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왕푸징, 산리툰, 왕징 등 시내번화가에도 유흥업소와 맥주집과 같은 식당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미-중러 전략경쟁속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중국
주로 동북아나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났는데, 중국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주요 쟁점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큰 틀에서 미중러 대국관계와 이를 둘러싼 주변 핵심지역인 우크라이나-타이완-한반도를 연계하여 사고하면서,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안보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자민당 내부의 보수 우파와 보수 중도 사이의 권력투쟁의 산물로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지구촌의 우물을 오염시킨다는 불만이 있었다. 셋째, 북중 국경 개방과 내부 정세 변화이다. 코로나 이후 외국학자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고 나에게 주로 질문을 했으나 실제는 중국의 입장을 주로 설명하는 형식이 되었다.
중국학자들은 미-중러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다수 국가들은 진영을 넘나드는 진영외교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22년 2월 러-우 개전 이후 전략적으로 이익을 보는 국가들로 중국, 인도, 터키 등을 꼽았고, 독일, 폴란드 등 준참전국들도 상당한 이익을 얻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간지대의 인도는 미국만이 아니라 중러와 연합군사훈련도 하고, 석유, 가스 등과 같은 제재물자를 러시아에서 수입하여 전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물론 일본과 같은 반러시아 진영의 선두에 있는 국가들도 2022년 역대 최대의 러시아산 석유 등을 수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대러 봉쇄를 위하여 외교안보 자원을 중점적으로 투입하면서 대중 봉쇄망이 상당히 완화되고, 300년 숙적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하면서 ‘사실상 동맹’으로 관계가 격상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미국의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적으로 상정하는 안보전략에 따라서, 미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중국과 협상을 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꽃놀이패를 가지게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전쟁기간 최대의 승자가 전쟁에 물자와 후방기지를 공급한 일본이었듯이, 현재 전쟁을 통하여 미국, 러시아 등이 국가자원을 대거 소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외교안보 자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력을 모두가 격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친미국가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평화협상의 중재가 새로운 중국 외교의 모델이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도 진전이 있다고 선전을 했다. 더불어 2022년부터 나토의 구조적 도전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고, 이들국가들인 인도태평양전략을 수용했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태평양전략은 한미일이 주축이고 중국과 인프라 분야를 제외하고 일대일로를 포함한 경제무역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올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거의 성사단계이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도 연내 베이징 방문을 위한 공개 요청 이외에 비공식적으로도 요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한국의 우파 경제전문가들이 중국이 GNP 1만5천달러의 중진국의 덫에 빠졌다며 향후 30년간 3%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오히려 이는 축복 아니냐고 설명하였다. 현재의 중국과 같은 경제규모가 30년간 3%성장을 한다면 세계경제 10위권의 경제규모가 매년 새롭게 중국내부에 생성되는 것이는데, 이는 유례없는 성장속도이다. 실제 올해 실제 4%를 넘어서 5%에 근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2011년 8월, 신의주 (필자 촬영)
세력균형 파괴자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맹비난
2021년까지 세계10위권의 한국은 코로나 모범국이었는데, 1년 사이에 한국경제가 전쟁으로 제재를 받는 러시아보다 뒤떨어져 세계13위이며 무역적자가 역사상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고 코로나로 고령층들이 고통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로 전락했다고 비평했다. 더불어 화성탐사와 우주굴기, 핵과 투발수단, 사이버와 심해 공간, 인공지능, 나노컴퓨터, 희토류, 유럽-아시아 물류망 등에서 미중 첨단기술경쟁을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한국우익들이 자기 이익이나 산업도 아닌 미국 것을 찬양하고 중국 것을 비하하는 것은 조선시대 사대와 무엇이 다르냐며 비판했다. 또한 한국은 반도체와 밧데리 등 일부 산업만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원천기술과 설비, 중국의 중간재와 원자재 없이는 산업가동이 불가능한데, 미국일변도 탈중국 산업전략을 선택은 너무 도박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설명하였다.
또한 몇 년전까지만해도 한국이 자부했던 자유나 민주, 인권, 언론자유 지수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비꼬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한국의 최대 위협은 내부에 있다며 누가 한국의 무너뜨리고 있냐며, 한국의 자유와 민주의 억압의 주체가 누구냐고 노골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라는 다수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통령제라는 시스템이 아니라 포풀리즘에 의거한 아마추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며, 고대 아테나의 멸망의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쇠퇴하는 미국과 한국의 민주주의와 대통령 제도의 모순을 설명하며, 미국의 압박에 의하여 어쩔수 없는 시진핑 3기를 중국인민이 선택했다는 논리를 홍보하기도 했다.
이상과 같은 대국간 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학자들은 동아시아의 최대 안보 위협을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지목했다. 동북아 다양한 쟁점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연결하여 비판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급속한 나토 접근에 따른 세력균형의 파괴였다고 분석하며, 미-나토와 러의 중간지대로서 지정학적 중요성을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1945년 해방 이후 분단은 미소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제정세에 어둡거나 정권안보에만 급급한 한반도의 지도자들이 분열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미러 사이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대가 적당한 완충지대로 타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2021년 1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사드가 중국을 겨냥했다는 발언과 23년초 사드 장상화 발언, 그리고 2022년 7월 나토회의 최상목 경제수석의 탈중발언이후 반중-탈중 정책, 22년 11월부터 영국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타이완 문제 발언, 그 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찬성과 홍보영상 제작 등에 분노하며, 윤 정부의 외교안보상의 의도를 토론하였다. 윤 대통령과 윤 정부의 탈중-반중 어록 및 이에 대응하는 대한 제재 목록이 작성되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이 윤 대통령이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자신의 발언을 뒤집기도 하는 점에 대하여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이냐, 말장난도 아니고, 정책의 원칙도 설명을 명확히 못하고, 친미일-반중러의 구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학자들의 주장이라서 시진핑의 이런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학자들은 윤 대통령의 사고와 행동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동아시아 세력균형을 파괴하고 미-중러 냉전과 한반도 전쟁을 부추기고 내년 총선전에 김정은을 자극하여 국지전까지 발생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위험하고 저돌적인 인사이다. 지지율 27%~39%수준으로 의원내각제 같으면 이미 지도자 교체인데, 이태원참사 등 문제로 탄핵방지 급급하여 잘못된 정보나 정세 분석 오류를 바탕으로 극우 뉴라이트에 의존하여 전략적이지도 못하고 원친도 없는 친미친일 안보를 실천하고 있다. 이미 실패가 증명된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북한붕괴론-중국붕괴론을 추종했던 인사들이 안보실과 안보부서를 장악하고 모험주의적 안보 실천을 하고 있다. 현재 안보실의 실세들은 이명박 시절 친일에서 반일로, 박근혜 시절 친중에서 반중으로 돌연 대외정책을 선회하며, 한국의 국익을 손상시켰던 인사들이다. 특히 김태효 안보실 차장과 정재호 대사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였다.
윤 대통령의 냉전 부추기기에 따라서 중러-북중-북러-중북러 전략적 연대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응하기 위하여, 김정은은 핵 동결과 9.19 군사합의 틀내에서 농축된 핵을 실전배치하는 태세전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 평화협상의 성공에서와 같이 일단 평화협상이 시작되면 일단 군사적 충돌이 동결어 긴장완화가 된다는 장점이 있는데, 현재 미일-한미일 군사훈련 강화로 인하여 북한이 대응하여 핵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중국 학자의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선도발, 김정은 위원장의 후대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단동과 옌지 등을 여행하면서 다수 주민들이 ‘한미군사도발에 대응하여, 전투기, 조기경보기 등이 추가 배치되고, 중국공군의 훈련으로 밤까지도 너무 시끄럽다’는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8월 10일 미국, 일본, 한국 등 78개국에 대한 중국인의 단체 관광을 허용한 조치에 대하여, 한국 여권이 중국의 선의를 윤 정부의 힘에 의한 압박이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인식의 오류이다고 비판하였다.
그 외 민감한 사안으로 타이완 문제와 관련하여, 윤 대통령의 발언을 주한미군의 타이완 해협 파견 허용 및 타이완 주변 미일 연합훈련에 한국 해공군 파견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였다. 그리고 개별 학자들의 성향도 궁금해며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다. 민간학자인 나의 양안관계에 대한 입장도 궁금해 했는데,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당시 공동성명, 특히 제2항과 제3항의 내정 불간섭과 하나의 중국원칙을 지지하고, 현실적으로 타이완 주민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대답하자 중국학자들은 만족스럽다는 입장이었다. 한중 수교 31주년을 맞이하여, 8월 24일 싱하이밍 대사가 서울에서 행사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파주 묘소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학자들은 시진핑 주석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처럼 역사에 남을 지도자로 남기를 원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중국몽, 강국몽, 인류운명공동체을 제창하고, 양안통일은 준비하지만 선제적인 무력침공을 없을 것이라며 주장했다. 먼저 미국의 부추김에 넘어간 타이완 정부가 독립을 선언하면, 우크라이나처럼 미국과 나토가 안전보장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독립움직임 없는 선제적 무력침공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타이완의 충돌을 통한 현상타파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일본을 끌어들일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미-중러 대국 사이에 충돌과 내부 협상의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권안보와 탄핵방지를 목적으로 미중 냉전을 심화시켜, 중러북의 전략적 협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9월 11일 김정은은 열차로 러시아 극동 우주연구센터, 블라디보스특 태평양사령부 등을 방문하다. 1983년 이후 중단된 러시아의 최첨단 무기 기술의 북한 제공을 협상하고 있다. 푸틴의 설명대로 유엔 제재 틀내에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기술 제공이 가능한 상황이고, 역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이미 제재틀을 넘어서 중국, 인도, 일본 등과 무역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도 같은 방식으로 제재틀을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다. 중국학자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김정은의 외교안보 전략을 윤 대통령의 언행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국학자들이 한국 언론에서 보지 못했던 대통령실 내부 문제와 흐름을 상당히 잘 알고 있었는데, 다음 3가지 경우인 것으로 판단된다. 윤 정부와 중측이 깊이 소통하여거나 혹은 내부 소식이 중국 등 외국에 그대로 유출되고 있거나 혹은 극우 유튜버의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를 만난 썰이나 향후 일정을 가끔 보도하고 있는데, 이런 것 잘 정리되어 학자들에게도 일정부분 공유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 2023년 8월 신의주 (필자 쵤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두 번째 초미의 관심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였다.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를 윤 대통령의 통큰 양보 외교로 몇 차례 도움을 주었지만, 이미 낮은 지지율로 중의원 해산이 임박해 있고 연말연초 정권붕괴가 예정되어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일본 국민 다수가 어쩔수 없이 방류해야 하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 우파와 정치권 내부는 어떻게 뜨거운 감자같은 방류 쟁점을 처리할지 계산이 복잡했었다.
중국학자들은 이를 둘러싸고 일본 보수 우파(아베-모리파)와 보수 중도(기시다파) 사이에도 묘한 균열이 있었고, 다수의 모리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유도하여 기시다의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한다는 계산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국면에서 기사다 총리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략을 윤 대통령이 지지하고, 이러한 몇 개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10월 전후 중의원을 해산하고 11월 APEC회담 시기 미일 단독정상회담, 12월 베이징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하면 외교안보 성과를 바탕으로 장기집권을 한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모리파와 기시다파 사이에 총리 자리를 두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만난 중국학자들은 아베 정권에 대하여 상당히 유연한 정권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아베는 실용주의자였고, 한중일의 해외시장 공동진출에 의욕적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충돌은 당시 두 정부가 국내적 사정으로 인하여 너무 반일적이었는데, 역사문제는 아베 자체는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데, 극우 결집을 역사를 이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미국의 협력과 아베파의 묵인으로 당선되었지만, 중국과 관계 정립에 상당한 성의를 보이고 있고 역사문제에서 한중-일 충돌 요소가 많지만, 경제문제에 있어서 한중일 협력에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중측의 입장을 반영하여, 7월에 만난 중국학자들은 기시다의 방중 요청을 중 정부가 긍정적 검토한다고 했다. 그러나 8월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하면 기시다 방중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분위기가 기시다만은 안된다까지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류 담론 초기 중국은 지구촌의 우물에 일본이 독을 방류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응하여 일본측은 침을 뱉는 수준이라고 받아쳤다. 다시 중국은 침속에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있을 개연성도 높고, 설령 독이 없다고 해도 사람이 먹는 식탁위의 국물에 고의로 침을 뱉는 행위는 지구촌의 주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논쟁을 했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하여 중국측은 자민당 내부와 입장을 조율하면서, 중국정부가 일본 수산물 금지를 할 것이라는데 다수파인 모리파는 기시다 정권 붕괴를 위하여 그리 반대하지 않는다는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왜 기시다 총리를 수 차례 지지율의 위기에서 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해 하였다. 만약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모리파가 승리를 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총리에 무슨 새로운 선물을 주고 관계 재설정을 할지라며, 현재의 대일 외교는 하나의 위험한 도박과 같다고 비난했다. 10년이 지나면 지구의 바다가 전부 핵오염이 되는데, 지구인 전체가 핵오염 생선을 보면 지구인들이 기시다보다는 윤석열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며 비난하였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는 초기 후쿠시마 바다의 위기, 내년초 일본-한국 바다의 위기, 5년대 태평양 바다의 위기, 10년대 지구 바다의 위기라고 규정하였다. 중국의 정치적 선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년 초가 되면 일본 농산물 수입 규제와 한국 수산물 규입 규제, 이후 일본인 입국 금지 등 단계적 제재가 건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초 중국은 핵오염 국가로 한국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선전을 할 가능성이 보여졌다.
긴장된 북중국경
셋째, 북중관계의 밀착에 대하여 역사상 최고 수준이며,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 압박으로 지목하며 김정은의 선택지는 중러가 되었다고 한다. 반간첩법의 영향으로 앞의 두 문제와 달리, 중국학자들은 북한 문제는 상당히 말을 아끼고 나의 국경 답사를 몇 달 미루라고 조언하였다. 현재 반간첩법이 어떤 방향이고 범위를 알수 없으니 모두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정년퇴직한지 오래된 어떤 원로학자는 자신이 1990년대 한국학자들과 몇 차례 북중국경을 답사한 적이 있는데, 해당 한국학자들에게 아직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당시 안전부가 답사전후 자신들을 찾아와서 답사 내용을 조사했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북중국경 답사하는 외국 연구자들에 대하여 아마도 현재도 비슷한 업무를 하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하였다. 실제 방문한 몇 개 기관 입구에서 간첩의 다양한 유형에 대한 오래된 포스터와 강화된 반간첩법에 대한 새로운 홍보포스터가 있었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상당히 자신의 연구자들에게 조심시키고 있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몇 개의 약속이 취소되고, 주로 공식적인 간담회와 이후 식사를 통하여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부 시골 지역에서는 코로나 이후 외국인이 낯설다며 중국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여 여행목적에 대하여 질문하기도 하였다.
단동 랑터우공항과 옌지공항으로 들어갔는데 과거에는 중국 항공기를 이용하면 북중국경 상공이나 북측 상공을 이용했는데, 창문을 모두 닫고 보안요원이 소리를 지르며 다녔다. 비행시간이 대폭 증가했는데 북중국경을 이용한 직선이 아니라 동북 내륙을 이용한 항로로 변경되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랑터우공항과 옌지공항도 군사훈련으로 사진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전투기를 찍는데 공항직원들이 주의를 주며 사진을 삭제하는 모습을 몇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코로나 기간 검문소도 증가하고 외국인 출입금지 지역이 확대되기 했고, 북중 양쪽 모두 좀더 높은 가림막과 나무를 심기도 하고 철조망을 늘려서 북측을 잘 볼수가 없게 되었다. 북한 식당과 공장노동자 상황도 궁금했는데 북한 식당은 대남 제재를 명목으로 한국인관광객을 베이징, 단동, 옌지, 지안 등 식당에서 받지 않고 있고, 통일부가 남북교류 위반신고센터를 운영하여 과태료나 형사처벌을 한다는 소식에 관광객들도 감히 북한음식을 맛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식당 종업원과 노동자, 유학생 및 관광객들은 2020년 1월 갑자기 코로나로 인하여 북한을 들어가지 못했는데, 중국정부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산업연수생, 연구원 등으로 비자를 변경하여 체류를 허가했다고 한다. 대부분 오랜 시간 북한에 돌아가지 못하고 가족들과 연락이 자유롭지 못하고, 코로나 기간 상황에 따라서 숙소를 이동하는 등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학자들만다 추정치가 상당히 달랐는데, 대략 8만명 전후(일부는 4만 8천만 주장) 라고 한다. 주로 단동, 난핑, 투먼, 훈춘 등 공단 및 농업촌의 소규모 시설에 있다고 한다. 그 외 교환교수 및 유학생은 대략 300여명이며, 모두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원이나 연수생 신분으로 귀국을 대기하고 있고, 북측에서 합격한 인원도 역시 출국을 무한정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대사관내의 숙소는 수용인원의 2.5배가 넘는 인원이 체류하며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8월 항공기를 통하여 귀국하기도 하였고다. 9월 25일 북한 방송은 국경 개방과 외국인 여행을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북일 회담을 준비하는 인원들이 입국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중국 전역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연수하는 젊은 여성들이 수천명이 될 듯 싶은데, 3년사이에 중국남성과 3건의 국제결혼이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인도주의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다소 숫자가 적지 않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3건은 모두 친북성향의 대북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인이라서 당국의 허가를 받았고, 다른 경우는 당국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 왕홍들이 대표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연변대 정문 (2023년 9월)
코로나 기간 활기를 잃은 국경과 옌지의 왕홍 관광특수
단동 조중우의교에서 화물열차를 목격했는데, 객차가 달려있었다. 객차에 사람이 탑승했는지 알수 없었지만 열차를 통한 이동 개연성도 높다고 보여졌다. 한국언론에 1일 화물열차 1대 20여개의 화물칸이라고 했는데, 현지인들은 하루 2~3회 운행하는 경우도 있고 화물칸 숫자도 화물량에 따라서 불일정하다고 한다. 압록강이나 중국 관광선애서 북측 선박의 이동을 볼수는 없었다. 코로나 기간 4.15과 같은 북한 명절에 관광선이 움직였다고 한다.
2018년 이전 중국 화물칸이 북한에 들어가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2018년 북중 관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중측이 분실한 화물칸을 모두 북측에 기증처리했다고 한다. 현재 북중 사이에 이동하는 화물칸은 중국이 기증한 북한 소유 화물칸이라고 한다. 주로 화물은 건설자재와 식량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식량은 장립종 쌀로 주로 주류, 과자, 가축사료 등 원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자재는 주로 내장재가 주를 이루는데, 건물 골조는 북한 기술로 만들고 있는데 내장재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한다. 실제 북중 국경 대다수 지역에서 2011년 12월 이후 꾸준히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고, 로동신문에 나온대로 돌격대가 농촌, 산간오지에도 농촌주택과 제방 등 건설하는 것을 많은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제재상황을 알아보았는데 예를 들어 수산물의 경우 운송, 판매, 구입 모두 약 100만위원(1억 8천만원)의 과태료나 벌금을 물리고 있고, 양이 많으면 약 200만 위원(3억 6천만원)을 물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중국의 무역항구 상당수가 폐쇄된 것을 목격할 수가 있었고, 제재위반하다 걸려서 거의 전재산을 몰수당한 기업들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단동, 투먼, 훈춘 등 세관 통상구(口岸) 앞의 수십개의 북한 물품을 판매하는 관광상품상점이 즐비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북한 장마당에서 들여온 다양한 맥주, 과자, 우표, 건강식품, 옷 등을 구입할 수가 있었는데, 자발적 국경 폐쇄 3년이 되자 더 이상 북한 물품이 없다고 한다. 상점 주인들은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 북한에 허락을 맡고 판매하는 물건들로 잘 보면 전부 Made in China라고 설명해 주었다.
김정은 위원장 권력승계 이후 2016년 이전 잦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중국내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비판이 노골적이었다. 2018년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하고 현재까지 핵과 탄도미사일 동결을 유지하고 있어서, 북한의 평화의지를 중국측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8년부터 제재 대상이 아닌 북한 개별관광이 중국내에서 홍색관광이라는 명칭으로 유행하였고, 동시에 많은 북한 인력을 연수와 기술협력을 목적으로 초청하였다. 중저가 호텔에서 5성호텔까지 북한 사람을 마주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남북 주민 사이에 우연히 마주치며 안부정도는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 북중 관광은 중단되고 여전히 북한은 국경을 자발적으로 폐쇄하고 있다.
2023년 여름 옌지와 단동의 관광회복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단동은 관광이 일부 회복되어 호텔 등 관광소비 물가가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방문관광객이 많지 않다고 한다. 옌지의 경우 반한감정이 확산되면서 한국에 가지 않아도 한국을 느낄수있다면 많은 남방의 부유한 중국인들이 옌지 시내와 옌지대학을 방문하여, ‘한국문화 이미지로서 커피를 마시며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남방과 비교하여, 매우 저렴한 물가에 덥지 않고 습도도 알맞아서 더욱 인기라고 한다. 여기에 왕훙(网红: 인터넷에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경쟁적으로 연변과 백두산을 일생에 한번 가볼만 한 곳으로 방송에 내보내면서, 홍색관광과 더불어 한국관광의 메카로 옌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북한 경제의 재편
일부 중국학자들은 단동과 요녕성 경제 전체에서 북한과의 공식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하는 단동이나 연벤 사람들은 타격이 너무 심하고 비공식 무역의 비중이 몇 배쯤 공식무역을 능가했는데, 책상머리에서 통계나 보는 학자들이나 공무원들이 무엇을 알겠냐고 비아냥거렸다. 실제 지역의 중견기업 수십개 무너지고 실업이 상당한데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 인터뷰에서는 2016년 제재 강화이후 무역재편 현상으로 권력을 등에 업은 새로운 홍색 자본가가 탄생하고 몰락한 돈주들도 많았는데, 2020년 코로나 역시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비공식 무역의 공간과 물품이 변화하였고, 이러한 변화가 서구나 중국 경제에서 경기침체보다는 경제재편을 불러왔듯이 북한 내부에도 경제재편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쌀, 휘발유, 환율이 2011년 12월 이후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노동자의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이촌향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빈부격차는 심화되었지만 굶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물류와 도시간을 이동하는 교통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서 휘발유가 어느 정도 공급이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신의주나 혜산 및 여러 농촌과 산간마을의 밤 풍경이 다소 밝아지고 출퇴근 차량과 물류트럭 및 여객과 물류열차의 운행도 증가된 모습이다. 물론 개인의 관찰은 단편적이므로 내가 관찰한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과 중국학자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코로나 이후 북중무역의 중심이 북한과 물류를 운행한 절강과 산동로 이동하였다.
1993년 김영삼 시기, 2008년 이명박 시기 이후 제재만능론자들이 제재만 강화하면 북한이 굴복하고 심지어 붕괴될 것이라는 다양한 주장을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은 상당한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어 보인다.
  • 량강도 산간마을에서 돌격대의 농촌주택 건설 풍경 (2023년 가을)
왜 북중 국경을 답사하는가
필자는 수차례 전문가들과 북중국경을 여행했었다. 그 외에도 기업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동행한 적이 있다. 이번 두 차례의 중국 출장중에서 한 차례는 광주광역시 남북교류협의회의 요청 때문이었다. 참여자 대부분이 남북 화해와 대화를 기원하는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답사를 하는 사람들은 실무진들로 북중국경보다는 북한 내부를 들여다 보고 싶은데, 평양이나 북한 내부를 갈수 없으니 간접적으로 북한을 체감하고 싶은 분들이었다. 대부분은 남북화해론자들이다. 몇년전 동행한 극우 인사는 북한 사람들은 모두 굶어죽어야 정신을 차린다며 개성공단과 중국내 북한식당의 자금을 통하여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며 모두 조선노동당의 빨갱이들이라고 중국가서 사상교육을 제대로 시키겠다는 분노해서 여행한 분들도 있었다. 이들 극우 어르신들이 포함된 인사들과 북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보았는데, 자신의 손녀가 고생하며 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다며 각자 중국돈 100원(18000원)이라는 거금을 팁으로 주었다. 식당 방문전에는 제대로된 사상교육을 시키겠다는 극우 어른신들이 실제 북한 여성 종업원을 보고는 인자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찾았다. 요즘에는 그 분들은 북중 국경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고 싶다고 하신다.
지역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방문하는 이유는 이론이나 자료의 한계를 넘어서 현장을 입체적으로 이해를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붕괴론에 입각한 사람들은 1993년 이후 지난 30여년간 다양한 이유로 북한붕괴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현재까지 왜 붕괴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국가의 역사를 보면 모든 국가의 역사가 짧다는 점에서 언제는 북한도 새로운 국명이나 형태의 국가가 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미래에 북한 붕괴론이 맞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북한, 중국, 러시아 연구가 과연 연구인지 정보인지 헷갈릴때도 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하여 상당수준의 자료와 정보에 기초해야 하지만,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서 자료의 취사선택이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료나 정보가 제약이 있기 때문이기도 연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이라는 현장을 보면 좋겠지만 여건상 불가능하게 되어서 대체제로 북중 국경을 찾고 있는 측면도 있다.
요즘 한국언론을 보면 진실인지 가짜뉴스인지 모를 프레이밍(flaming) 싸움을 하는데,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오류(confirmation bias)에 기반하여 진실을 왜곡이 적지 않다. 즉 진실이라는 객관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이라는 감정이나 신념에 따른 여론몰이도 상당한 수준이다. 과장하거나 과잉하여 작성하면 사실을 일부를 인용한 왜곡, 즉 탈진실이 되는 것이다.
여론만이 아니라 학계도 역시 특정이론에만 몰입하거나 혹은 자료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와 신념, 이데올로기가 과도하게 주장하면, 현장에 갔어도 진실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앞에서 극우 어른신의 사례에서 보듯이, 본인이 빨갱이라고 믿었던 북한식당종업원이 직접 만나보니 자신의 손녀를 연상시키는 평범한 청년으로 인식이 변화하였다.
북중국경을 가보면, 신의주, 혜산과 같은 비교적 잘사는 국경도시, 압록강변상의 땣목 형태로 북주국경은 압록강은 1334km. 두만강 17km, 그리고 백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으로도 긴 국경에서 목재운반, 소, 양과 말 등 목장, 군부대, 수풍댐, 태평만댐과 같은 압록강에 위치한 6개의 댐, 북중 다리의 27개의 다리와 1개의 육상 통상구, 약 200여개의 부두, 석유 파이프 라인, 무산광산 및 청년동광, 광산마을, 산업시설, 농촌, 어촌, 산촌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북중 관계와 지역 연구도 최근 지역학, 국제관계, 인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고 남북대화가 빈번할 때, 평양, 개성, 금강산 등 방문이 가능하고, 북한과 중국 등에서 다양한 북한 사람과 인터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남북 강대강 국면에서는 북한 방문만이 아니라 북한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것조차 제약을 받고 있다. 그래서 북한대학원대학, 동국대학교, 세종대학교 등과 같은 명문 북한 연구 및 교육기관, 시민 및 관변단체 등 다양한 그룹이 북중국경을 오랜기간 답사를 하였다. 몇 년 같은 지역을 시계열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동일 연구자들이 반복하여 여행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어 북한 내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을 매우 어렵고 매우 비싼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북중 국경을 갈때마다 민족문제의 비애를 느낀다. 필자가 만난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북한을 이해하려는 연구목적으로 북중국경을 답사하고 있다.
필자가 2000년대 초반 북중국경을 방문했을때는 경계를 알수 없는 북중 국경사이의 조금만 편도의 비포장도로에 짐베이 봉고차를 타고 갔었다. 경계가 명확히 표시되는 지역도 많았고 개울 수준의 국경도 적지 않았고 우연히 만나 북한사람도 대화도 가능한 공간이었다. 국경대부분의 지역이 홍색관광지역으로 좋은 포장도로가 설치되고 중국인들이 관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다양한 정치적 원인으로 통제구역도 확대되고 관련된 검문소도 증가하였고, 철조망과 장벽, 나무도 많이 심어져서 보이지 않은 구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사회과학분야는 같은 사실을 관찰했어도, 상반된 몇 개의 주장이 나온다. 다양한 원인과 변수가 있겠지만, 관점과 자료 등의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북중국경 현장을 처음 방문한 기업인, 시민단체와 같은 실무진들은 대체로 북한이 못산다, 낙후되었다, 오래전 한국, 오래전 중국 같다고 표현한다. 물론 일부 북한출장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그나마 나은 편이다 혹은 몇 년전보다 경제상황이 나아졌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내가 중국 국경에서 지난 몇 년간 관찰한 북한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고, 주민들의 체격이 회복되고 얼굴에서 영양이 돌고 있는 모습이다. 지속적으로 건물이 증가하고 저녁에 불빛도 증가하고 있다. 혜산이나 신의주는 가로등도 상당히 많이 켜져있고, 자동차 운행도 증가하고 있다. 국경에서 바라본 북한은 내구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반대로 전문가중에서 북중 국경을 연구하는 분들에서 지난 30여년간 정체되어 있고 여전히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위기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왜 같은 것을 보고 다른 분석을 할까. 첫째, 색깔론의 문제가 있다. 확증편향의 오류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이념속에서 연구대상이 ‘악의 축’이기 때문에 붕괴되어야 한다는 신념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 힘에 의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체제는 차라리 전쟁하여 나도 중상을 당하더라도 적을 붕괴시키는 것이 낫다는 신념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 장님이 코리끼의 만질 때의 문제가 있다. 공간과 시간의 두 축을 통하여 입체적으로 북중국경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즉 자료와 정보의 오류는 아닐까. 중국학자들의 도움으로 중측에서 촬영한 신의주의 드론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 몇 년간 스카이라인이 완전히 변하고 있었다. 혹여 이러한 입체적 자료를 보지 못하고, 평면적으로 북한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의주, 수풍댐, 만포, 라진 등 압록강, 두만강에서 배를 타고 북한을 근접하여 바라볼수가 있다. 강 아래에서 보는 북한은 새로운 건물도 없고 야간에 불빛도 없다. 필자는 단동의 다양한 호텔에서 머물러 보았는데, 고급호텔이나 저렴한 식당에서 모두 우연히 북한 사람들을 마주칠수 있는데 ‘빈부격차’를 느낄수가 있다. 혹여 특정한 장소에 모이는 다소 어려운 처지의 북한사람들만을 관찰한 것은 아닐까. 북중국경을 지표로 북한 내부 상황이나 지역을 관찰하면 시간과 공간의 두 축을 객관적이며 입체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경상국립대 일반사회교육학과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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