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경제 관계와 한국의 대응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미국
2023년 올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 전략이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이라고 선언했다. 위험 분산을 의미하는 디리스킹은 분리 결별을 뜻하는 디커플링에 비해서 강도가 약하다. 5월 바이든 대통령은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과 결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6, 7, 8월에는 블링컨 국무장관, 옐런 재무장관,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미중 경제 관계의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12월 미국 상무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기업인 YMTC를 포함한 36개의 중국 기업을, 2월에는 고고도 풍선과 관계된 6개 중국기업을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추가했다. 미국은 네덜란드와 일본을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시키는데도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9월부터 ASML의 심자외선 노광장비(DUV), 일본은 7월부터 23종의 반도체 노광·세정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모순된 이런 미국의 행보는 대중 디리스킹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첨단 산업과 핵심광물에 대해서는 안으로는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밖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노력해왔다. 2022년 국내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바이오 행정명령 등을 시행하고, 국외에서는 우방국들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핵심광물안전보장 파트너십(MSP) 등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분야에서 중국과 갈라질 이유는 없다. 값싼 중국산 수입품들은 미국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시킨다. 중국은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에게 가장 큰 시장이다. 결국 디리스킹의 본질은, 설리반 안보담당보좌관이 언급했듯이, 핵심 분야에서 대중 견제의 강도는 높이되 다른 분야는 관여하지 않는 ‘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하여 협력을 타진하면서도 핵심 영역에서 대중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앞으로도 미국의 이런 이중적 행보는 지속될 것이다.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중국
2023년,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 상무부는 5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반도체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며 주요 공공시설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을 직접 제재한 것은 처음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9월에는 사이버 안보를 이유로 정부 공무원들의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시켰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 상무부는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등 38개 품목의 수출 통제도 시작했다. 이것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산업 등에 사용된다. 주요 수출대상국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으로 이들 국가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또한 상무부는 2022년 12월에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을 발표하였는데, 자율주행 시스템, 희토류, 태양광 장비, 차세대 원자력, 바이오, 빅데이터 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 중국이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산업들로서 미·EU의 기술협력 분야와 밀접하다는 점에서 향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1)
이 조치들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첨단산업 자체 육성 및 광물 무기화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기술·장비는 부족하지만 광물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핵심기술 자립화와 광물의 무기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미국이 첨단기술 장비로 압박할 때 중국은 광물 수출을 통제하면서 대응하는 것이다. 거대한 시장도 중국이 향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축소되는 미중 경제 관계
이렇듯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이 공식적으로 등장하였고 미중 양국의 정책도 스몰 야드(small yard)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디커플링을 연상될 정도로 양국 경제 관계가 축소되고 있다. 2023년 1~7월 누적 기준, 미국의 상품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4.6%까지 하락했다. 미중 무역 전쟁 시작 전인 2018년 3월 21.8%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상호간 외국인직접투자(FDI)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대중 FDI는 49억 달러로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2) 작년 동기 대비 87%나 급감한 수치다. 중국의 대세계 FDI도 미국, 유럽보다는 신흥시장으로 향하고 있다.3) 2016년 중국 기업은 G7에 전체의 42.8%인 84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2022년에는 18%인 74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그쳤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상반기 중국의 FDI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미중은 0.1%에 불과했다.
이는 수년간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과 코로나 팬데믹에서 드러난 대중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시키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또한 미중 경쟁 격화, 2022년 중국의 코로나 장기 봉쇄, 2023년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외국 기업의 대중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4월 반간첩법을 개정하면서 간첩 행위의 범위와 처벌 규정을 크게 강화했다. 6월에는 대외관계법을 제정하면서 외국의 간섭, 제재, 탄압 등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런데 이들 법이 규정하는 문제 행위가 너무 자의적이고 포괄적이라서 중국과 관련된 외국기업들의 활동을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 공안은 반간첩법 하에 미국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직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직면한 중국이 대내외 단속과 결속을 위해 이 법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위축된 중국내 외국기업들의 경영 활동과 투자 심리를 더 압박할 것이다.
한국의 대응
상술한 미국의 ‘스몰 야드 하이 펜스’로 정의되는 대중 디리스킹 전략의 정립,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및 광물 무기화 전략, 미중 경쟁 격화와 코로나 시대 속의 상호 교류 축소가 2023년 현재 미중 경제 관계를 정의하는 키워드들이다. 한국의 대응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먼저 미국의 견제가 집중될 첨단 분야에서는 감(減)중국, China+α 전략을 통해 예상되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반도체 등에서 미국이 대중 제재를 계속 강화하면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고, 미중 분쟁 격화 속에 2차 전지 원재료 등의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해서 지정학적 외풍이 중국 시장 점유율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반면 미국의 견제와 없는 분야에서는 진(進)중국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했으며 미중 경쟁 속에 고립을 피하기 위해 시장 개방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신산업 생태계와 접촉을 유지하면서 중간재와 자본재에 대한 수요를 발굴하고, 소득 증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소비자 시장을 분석하여 고급 소비재에 대한 수요를 읽어내야 한다.4)
반면 미중 경제 교류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 요인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기업과 제품이 줄어든 미국 시장, 미국 기업과 제품이 줄어든 중국 시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양국과 모두 FTA를 맺고 있는 한국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미중 경쟁의 충격을 피해 중국에서 나온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일례로 최근 화유코발트 등 중국 2차 전지 업계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기 위해서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유지하면 한국은 안정적 공급망을 형성할 수 있다.
끝으로 미국과 중국에게 한국의 입장과 요구를 계속 설명하고 반영시켜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IPEF 및 칩4에 가입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독려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법 등에는 한국에 불리한 차별조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에 요구하고 협의해야 한다. 또한 5월 한미 정상회담, 8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듯이 전략적 경제 기술 협력을 조속히 진행하고 가시화시켜야 한다. 공급망 안정화도 여기에 의제로 포함되어 있는데, 중국이 한국에게 핵심 광물 등으로 경제 제재를 가했을 경우에 공동 대처할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중국에는 정치적 문제가 경제 관계에 영향을 미치면 좋지 않다는 점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중국이 사드 제재가 주요 원인이 되어 한국민의 반중 감정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즉, 중국이 경제 제재를 통해 전략적으로 잃을 것이 크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유사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중 FTA 후속 협상, RCEP 공고화, 공급망 안정 협의체 형성 등이 지금 바로 중국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 1) 최원석, 문지영, 김영선, 2023. 최근 중국의 경제안보대응조치와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2) https://www.etoday.co.kr/news/view/2274721

  • 3)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30725/120391968/1

  • 4) 이현태, 2023. 대중 경제 외교의 향방: 디커플링? 디리스킹? 코리아리포트.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이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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